쇠절구 공과 쌀가루…“너무 굳세고 강한 것은 믿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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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절구 공과 쌀가루…“너무 굳세고 강한 것은 믿을 수 없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2.09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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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②
 

[한정주=역사평론가] 나는 이웃 노인이 쌀을 빻아 가루로 만드는 모습을 조용하게 관찰해 보았다. 그리고 탄식하면서 말했다.

“쇠절구 공은 천하에서 지극히 강한 물건이다. 물에 젖은 쌀은 천하에서 지극히 부드러운 물건이다. 지극히 강한 쇠절구 공으로 지극히 부드러운 쌀을 짓찧으니 순식간에 미세한 가루가 된다. 이것은 필연적인 형세다. 그러나 쇠절구 공도 오래 사용하게 되면 손상되고 닳아서 짧아진다. 이로써 시원스럽게 이기는 자 역시 보이지 않는 손실을 입게 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너무 굳세고 강한 것은 믿을 수 없다.” (재번역)

余靜觀隣叟搗米爲屑 而歎曰 鐵杵天下之至剛者也 濡米天下之至柔者也 以至剛撞至柔 不須臾而爲纖塵 必然之勢也 然鐵杵老 則莫不耗而挫矮 是知快勝者必有暗損 剛強之大肆 其不可恃乎 『이목구심서 1』

강한 쇠절구 공은 물에 젖은 부드러운 쌀을 빻아 가루로 만든다. 사람의 눈에는 가루로 변한 쌀만 보일 뿐 쇠절구 공은 처음 모습 그대로다.

그러나 그 변화가 지극히 미세해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쇠절구 공 역시 마모(磨耗)를 피할 수 없다. 오랫동안 사용하면 쇠절구 공 역시 닳고 짧아져 형체를 보존하지 못한다.

비록 강한 것이 약한 것을 쉽게 이기는 것 같지만, 그 자신도 반드시 피해와 손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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