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의 친자식들 살점으로 잔치를 베푼 아트레우스
상태바
아우의 친자식들 살점으로 잔치를 베푼 아트레우스
  • 한정주 고전연구가
  • 승인 2022.07.11 0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전 인생수업]⑤ 아이스퀼로스 『오레스테이아』…이것이 정말 정의인가?Ⅲ
그리스신화에서 저주받은 가문 아트레우스.
그리스신화에서 저주받은 가문 아트레우스.

[한정주=고전연구가] ③ 아이기스토스의 정의 : 아이기스토스는 클뤼타이메스트라와 함께 오랫동안 아가멤논을 살해하기 위한 ‘치명적인 모든 계획’을 치밀하게 공모했다.

아가멤논의 아버지 아트레우스와 아이기스토스의 아버지 튀에스테스는 형제 사이였다. 「아가멤논」 속 아이기스토스의 증언에 따르면 아트레우스는 튀에스테스에게 왕권을 도전받게 되자 분노에 휩싸여 동생을 도시와 집에서 추방한다.

튀에스테스는 화로를 붙들고 형 아트레우스에게 목숨을 구걸한 끝에 간신히 죽음을 면하고 다시 고향 아르고스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아트레우스는 튀에스테스를 열렬히 환영하는 척하며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잔혹한 만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아트레우스는 축제일을 기념한다는 핑계를 대고 튀에스테스에게 “형제간의 우애 이상의 열의를 보이며” 아우의 “친자식들의 살점으로” 잔치를 베풀었다. 아트레우스는 “발 부분과 팔의 끝부분들을 잘게 썰어 접시 위쪽에 담은 뒤 따로 떨어져 앉아” 있던 튀에스테스 앞에 내놓았다.

튀에스테스는 영문도 모른 채 기쁜 마음으로 식사를 했다. 결국 아트레우스의 끔찍한 만행을 알게 된 튀에스테스는 비명을 지르고 자기 친자식들의 살점을 토하고 뒤로 넘어지며 식탁을 걷어차면서 아트레우스의 “자손들은 모두 나와 나의 자식들이 당한 대로 멸망할지어다!”라는 저주를 내렸다.

아이기스토스는 튀에스테스의 열셋째 아들인데 당시 포대기에 싸인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가멤논은 튀에스테스와 함께 아이기스토스를 아르고스에서 추방했다.

성인이 된 아이기스토스는 아가멤논이 트로이 원정에 나서 아르고스를 비운 사이 클뤼타이메스트라에게 접근한 뒤 온갖 감언이설로 마음을 빼앗아 자신의 여자로 만들었다. 그는 클뤼타이메스트라와 함께 아가멤논을 살해할 모든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실행에 옮겼다. 클뤼타이메스트라가 아가멤논을 죽인 후 등장한 아이기스토스는 정의의 여신이 마침내 정의를 실현했다면서 이렇게 외친다.

“내게는 이번 살해를 모의할 정당한 이유가 있었소. 이자는 불쌍하신 내 아버지와 함께 그분의 열하고도 세 번째 아들인 나를 추방했소, 포대기에 싸인 어린애를. 하지만 성인이 되자 정의의 여신이 나를 도로 고향에 데려다주셨소. 그리하여 나는 이 치명적인 모든 계획을 함께 세움으로써 현장에 있지 않으면서도 손을 내밀어 이 자를 붙잡았던 것이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소이다. 내 눈으로 이자가 정의의 여신의 올가미에 걸린 것을 보았으니 말이오.” (아이스퀼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아이스퀼로스 비극전집』, 「아가멤논」, 숲, 2008, p94.)

튀에스테스와 잔혹하게 죽임을 당한 형제들의 복수, 아이기스토스에게는 오직 이것만이 ‘정의’였다.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