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당하는 부자들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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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당하는 부자들의 경제학
  • 박원석 기자
  • 승인 2013.11.28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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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인 가구 업체 이케아의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
세계적인 가구 업체 이케아의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는 2012년 <블룸버그>가 선정한 세계 갑부 순위에서 4위에 오른 부자다.

그는 모국 스웨덴에서 지독한 구두쇠로 더 유명하다. 사람들에게 받은 크리스마스카드를 모아 두었다가 다음 해에 다른 사람에게 보낸다. 출장을 갈 때는 비싼 비행기 대신에 기차를 타고, 그마저도 가장 저렴한 차표를 구하려고 몇 시간 동안 인터넷을 검색한다. 경로 우대 할인 혜택도 꼭 챙긴다. 떨이 상품을 싸게 사기 위해서 슈퍼마켓은 항상 문 닫기 직전에 간다.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아끼니까 부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캄프라드는 지독한 절약 정신 때문에 부자가 된 것일까? <부자들의 생각법>의 저자 하노 벡은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상대성이에요. 평범한 사람들은 길에서 주운 돈 10만원은 큰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3000만원짜리 차를 살 때 할인받은 10만원은 푼돈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10만원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겁니다. 그런데 부자들은 1억원이 있든 10억원이 있든 10만원을 10만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어떤 조건에서 자극을 받느냐에 따라 같은 자극이라도 다르게 받아들인다. 대형 마트에서 쇼핑을 할 때 얼마 사지 않은 것 같은데 계산할 때 보면 금액이 너무 커서 놀랐던 적이 있을 것이다. 한 번에 여러 가지 물건을 사면 자질구레한 물건 가격들의 값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상대성의 함정이다.

하노 벡은 부자들이 구두쇠처럼 보이는 이유는 상대성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야 알게 모르게 새어나가는 돈을 막을 수 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투자를 시작해 본격적으로 재산을 불린다. 그들 역시 투자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투자를 할 때 여러 전문가의 조언을 참고한다. 그런데 이런 전문가들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 레그 메이슨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회장 빌 밀러
투자 전문가들의 말은 믿어도 되는 걸까?
레그 메이슨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회장 빌 밀러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펀드 매니저로 손꼽힌다. 그는 1991년부터 2006년까지 15년 연속으로 미국의 대표적 주가 지수인 S&P500보다 높은 수익을 올렸다. 15년 연속으로 S&P500을 이긴 사람은 미국 증권 역사상 빌 밀러가 유일하다. 게다가 이 기간은 IT 버블 때문에 폭등과 폭락이 이어지던 때로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빌 밀러라면 우리 돈을 믿고 맡길 수 있을까?

“사람들은 무엇인가가 연속해서 일어나면 그것에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동전을 던져서 같은 면이 15회 연속으로 나왔다고 해서 그 사람을 동전 던지기의 천재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하노 벡은 빌 밀러가 뛰어난 펀드 매니저인 것은 맞지만 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분석한다. 빌 밀러뿐만 아무리 뛰어난 실적을 보인 전문가라도 전적으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실적이 앞으로의 실적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펀드 상품을 파는 금융회사들은 과거 실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여 사람들의 착시 효과를 유도한다. 빌 밀러만 해도 2006년 이후 3년 연속으로 시장 평균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해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펀드 매니저나 애널리스트들의 예측 적중률은 평균 40% 정도에 불과합니다. 차라리 동전을 던지는 게 더 정확하다는 말이죠.”

전문가들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면 원금 보장 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야말로 절대로 손해 보지 않는 확실한 투자법이 아닐까?

손실로 인한 마음의 고통이 이익으로 얻는 기쁨보다 두 배 더 강하다고 한다. 그것을 ‘손실 회피 심리’라고 한다. 그만큼 사람들은 무엇이든 잃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원금 보장 상품은 늘 인기가 많다. 결코 손해 보지 않는 안전한 투자의 대표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노 벡은 단호하게 말한다.

“원금 보장 상품은 손해예요. 원금을 보장 받기 위해 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물론 상품 판매자들은 그런 비용들을 교묘히 숨겨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듭니다.”투자자들은 보통 주가가 바닥일 때 원금 보장 상품을 택한다. 마치 비 온 뒤 하늘이 개기 시작할 때 우산을 사는 것과 같다. 원금 보장에 드는 비용과 수익을 포기하는 형식으로 고객들은 사실상 필요 없는 보장을 받는 것이다. “만약 30~40대라면 재산 대부분을 채권이나 부동산, 생명 보험에 묶어 두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아요. 계좌를 너무 자주 확인하지 않을 자신이 있있다면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훨씬 이익입니다."

하노 벡은 통계적으로 주식의 수익률이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말한다. 1926년 미국 주식에 투자한 사람은 2000년이 되었을 때 같은 기간 미국 채권에 투자한 사람보다 155배나 많은 돈을 벌었다. 문제는 손실 회피 심리 때문에 사람들이 주식의 위험성을 실제보다 너무 높게 평가한다는 데 있다. 채권이나 생명 보험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주식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물론 모든 돈을 주식에 투자하라는 말은 아니다.

▲ 포트폴리오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해리 마코위츠
원금 보장 상품이 결국은 손해인 이유
"유대인들이 2000년 넘게 지켜온 투자법이 있습니다. 3분의 1은 주머니에, 3분의 1은 집에, 3분의 1은 가게에 투자한다는 규칙입니다. 현대에 맞게 고치면 3분의 1은 동산에, 3분의 1은 부동산에, 3분의 1은 주식에 투자하라는 것이겠죠."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포트폴리오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해리 마코위츠 역시 정작 자신이 투자할 때는 3분할 투자법을 따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문제는 ‘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히려 ‘돈을 대하는 우리의 심리’가 문제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지만 남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돈에 접근한다면 돈을 벌 수 없다. 부자들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생각을 했기 때문에 부자가 된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어제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을 정신병이라고 했습니다. 정신병까지는 아니지만 부자가 되고 싶다면 먼저 부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부자들은 이미 이런 사실을 간파하고 다른 생각과 사고로 자신의 재산을 지키고 늘려가고 있다. 결국 부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자신의 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이용하는 데 있다. 자신의 약점과 실수를 알고 바꾸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만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경제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자부하던 하노 벡은 독일에서 제과점 체인으로 큰 성공을 거둔 하이너 캄프스의 회사에 투자를 했다. 예상대로 대박을 터트렸지만 얼마 후 거품이 꺼지면서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그는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추가 매수를 시도했고, 결국 엄청난 손해로 끝났다. 그 후 무엇이 이런 시장의 모순성을 만들고 전문가인 자신조차 투자에 실패하게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혼돈 속에서도 누군가는 돈을 벌고 그 돈을 지켜서 부자가 되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 부자들은 돈을 벌고 그 번 돈을 지키는지 의문을 품고 파헤치기 시작한다.

“투자 실패로 큰돈을 날렸죠.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남들과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어요. 저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빠질 수밖에 없는 심리적 오류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뒤의 일입니다.”
똑같은 돈을 벌어도 어떤 사람은 부자가 되고, 어떤 사람은 평범하게 산다. 이런 차이가 아주 작은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이 책은 역사적 사례와 경제학, 심리학을 넘나들며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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