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죄악으로 억압받은 욕망의 해방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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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죄악으로 억압받은 욕망의 해방선언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5.01.0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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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 시작된 이래 성적 욕망은 인간을 타락시키거나 한 국가를 파멸에 이르게 하는 주범으로 지탄받아 왔다. 또한 아름답고 진실한 사랑이란 육체적 욕망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도덕적 개념도 유포돼 왔다. 따라서 육체적 욕망은 죄악시되거나 금기시됐다.

신간 『욕망할 자유』(사우)는 이처럼 오랫동안 억압당해 온 성적 욕망에 제자리를 찾아주는 책이다.

시대별로 욕망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국가와 문명은 어떻게 욕망을 길들이고 억압했는지를 문학 작품과 철학, 역사, 심리학, 사회학적 연구를 총동원해 정면으로 탐구한다.

먼저 사랑과 욕망의 신 디오니소스를 고대 그리스인들의 욕망을 들여다 본다.

디오니소스는 그대 그리스에 늦게 알려졌다. 하지만 그 인기는 대단해 그리스인들은 디오니소스를 숭배하는 의식을 가졌다.

숲 속에서 벌어진 디오니소스 축제는 모든 금기를 벗어던진 자리로 차별과 억압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해방구였다.

디오니소스적 욕망은 국가 권력과 가부장제에 도전하는 에너지였다.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고대 세계의 구석구석에서 우리는 디오니소스적 축제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 … 이 축제의 중심은 성적인 방종이었다”고 묘사한다.

하지만 강한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이성의 힘으로 본능을 억눌러야 했다. 플라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철학자들은 욕망과 쾌락을 증오했다. 고대 철학자들이 만들어낸 욕망에 대한 관념은 아직까지 우리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간의 육체와 욕망을 죄의 근원으로 규정한 중세의 욕망은 보카치오의 소설 『데카메론』의 프리즘으로 들여다 본다.

인간은 없고 신만이 존재하던 암흑기에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에서 인간을 욕망을 가진 주체로 등장시킨다. 결혼한 남녀의 관계, 혼외정사, 동성애, 양성애, 다자간의 사랑에 이르기까지 온갖 관계가 10편의 이야기에서 펼쳐진다.

보카치오는 우울한 여자들의 위로하기 위해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중세의 장벽에 균열을 내고 르네상스의 문을 연 『데카메론』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 갖는 의미와 역할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기존 성도덕에 도발적으로 도전한 인물인 사드를 통해서는 근대인의 욕망을 들여다본다. 사드의 이름은 그 자체가 금지의 대상이었다. 가학적 성애인 사디즘의 어원이 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소설로 욕망을 드러내는 데 머물지 않고 실제로 직접 실현하고자 했다. 사드는 종교와 도덕이라는 위선을 벗고 성적 욕망을 제한 없이 드러내라고 말한다.

사드는 결혼이란 성적 욕망에 자물쇠를 채우는 제도이므로 결혼하지 말 것을 권한다. 또한 사회가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성행위를 적극적으로 즐기라고 제안한다.

사드의 소설에는 난교와 가학성애, 근친상간, 동성애, 다양한 성적 취향 등 당시의 성도덕과 종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내용이 가득하다.

 

이 속에서 유럽 부르주아 사회가 생식을 목적으로 한 부부 사이의 섹스만 인정하고 다른 성은 억압하게 된 연유가 밝혀진다.

특히 저자는 현대 자본주의가 성을 어떻게 억압하고 상품화하는지를 탐구한다.

현대 사회는 섹스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부나 연인 간에 활발한 섹스를 권장한다. 다만 남성과 여성으로 이루어진 부부와 연인 사이에서만 성을 즐기라고 한다. 성을 가족의 테두리 안에 가두고, 그것을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한다.

저자는 욕망과 문명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 모두 변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개인은 오르가슴을 목표로 하는 성기 중심의 성행위에서 벗어나야 하며 과도한 노동을 요구하는 사회 시스템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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