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롯데그룹의 바벨탑 쌓기
상태바
[칼럼] 롯데그룹의 바벨탑 쌓기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4.12.29 1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제2롯데월드(왼쪽)와 브뢰헬의 ‘바벨탑’.

구약성서는 고대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쌓았다고 하는 바벨탑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세력이 커진 인간이 신의 권위에 대항하기 위해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릴 목적으로 바벨탑을 건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완공을 앞두고 있던 바벨탑은 신의 노여움으로 무너져 내리고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리려 했던 인간은 서로 다른 언어에 따라 대륙별로 결국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바벨탑의 이야기는 인간의 욕망과 징벌을 상징하는 전설이다. 높이 오르고자 하는 욕망은 결국 산산조각 난다는 교훈을 남겨준다.

이 같은 교훈은 최근까지도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인류 역사상 고층건물이 들어설 때마다 경제위기가 찾아왔다는 연구결과가 흥미롭다.

1929년 미국을 강타한 대공항은 1931년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102층)이 완공을 앞두고 있던 때였다. 이보다 높은 110층 규모의 세계무역센터와 시어스타워는 제1차 오일쇼크가 한창이던 1973년과 1974년 각각 완공됐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에는 높이 452m의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가 완공 직전이었고, 160층 규모의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가 완공되기 직전인 1997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즉 바벨탑 이후 이들 고층건물은 인류의 풍요로움을 한층한층 쌓아올리기보다 재난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것이다.

바벨탑이 신을 향한 도전이었다면 이후의 고층건물은 자본에 대한 도전이었다. 고대인들이 거대한 탑을 세워 신과 동등한 권위를 탐했다면 현대인들은 고층빌딩을 매개로 자본을 장악하고자 했다.

서울 한복판에서도 이 같은 욕망이 하늘을 향해 오르고 있다. 그리고 하늘이 가까워질수록 고대 바벨탑에서 보았던 교훈도 함께 되살아나고 있다.

인·허가 과정에서부터 임시사용승인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롯데월드에서 지난 주말 결국 시민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협력업체 직원의 부상과 공사장 인부의 사망 사고에도 시민안전을 강조했던 롯데그룹과 서울시의 장담은 말 그대로 호언이 돼버렸다.

지난 10월 서울시의 임시사용승인을 전후해 잇따르고 있는 제2롯데월드에서의 크고 작은 사건사고는 마치 불길한 재앙의 징조처럼 다가오고 있다.

바닥균열, 고정부속품 낙하로 협력업체 직원 부상, 천장 균열, 엘리베이터 오작동, 영화관 진동, 수족관 균열, 천장 누수, 콘서트홀 공사장 인부 추락사망, 20대 여성의 출입문 분리 사고 등등 대형 고층건물에서 발생가능한 모든 재난이 끊이질 않고 있다.

롯데그룹은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소한 사건사고에 불과하다지만 대형 재난의 예고편은 아닌지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특히 제2롯데월드 임시사용승인을 앞두고 롯데그룹 최고경영자의 납품비리로 인한 구속 등 오랜 관행에서 불거진 각종 부정비리 백태는 마치 바벨탑 완공을 전후한 당시의 정치·경제·사회적 위기의 축소판과 다르지 않다.

제2롯데월드가 롯데그룹의 바벨탑이 되기를 바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신격호 회장이 꿈꾸고 아들인 신동빈 회장이 완성하는 공든탑을 기대하지만 완공이 다가올수록 바벨탑의 환영과 겹쳐지는 이유를 롯데그룹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