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현민의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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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현민의 적반하장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4.12.23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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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대한항공 제공>

“회사의 잘못된 부분들은 한사람으로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모든 임직원의 잘못입니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동생인 조현민 전무가 지난 17일 밤 마케팅 분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반성문에서 강조한 대목이다.

내용을 처음 접하는 순간 상황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고의 수준이 안쓰러웠다. 올바른 상황파악이 전제되지 않은 문제의 해결은 애초에 기대할 수 없다.

설사 “저부터 반성한다”는 말을 꼬리에 달긴 했지만 문제의 시작을 자신이 아닌 모든 임직원들에게 돌린 이후 하는 반성은 진정성과 거리가 멀다.

조 전문의 말처럼 ‘땅콩 회항’을 계기로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대한항공의 왜곡된 조직문화는 사건 당사자인 조현아 전 부사장 한 사람만의 잘못이 아니다.

임직원들이 쏟아내고 있는 각종 불만과 폭로의 화살이 이미 조 전 부사장을 넘어 오너 일가를 향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위 반성문이라는 이메일을 쓴 조현민 전무는 물론 부친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원태 부사장도 자유롭지 못하다. 일부 직원들은 그룹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는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까지 거론하기도 한다.

조 전무의 반성문이 진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모든 임직원의 잘못”이 아니라 오너 일가의 그릇된 경영방식과 이로 인한 임직원들의 피해에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인 것이다.

피해를 당한 임직원은 많은데 오너 일가의 가해 사실은 없다는 식의 반성문은 내부에서는 물론 외부에서도 오히려 조롱거리다.

이번 사건으로 감수해야 하는 대한항공의 손해와 실추된 이미지만 해도 그렇다. 당초 조 전 부사장 개인의 돌출행동으로 무마할 수 있었지만 초기대응에서 실패했다는 지적이 대세다.

조 전무는 대한항공의 광고·SNS 및 커뮤니케이션전략담당 겸 여객마케팅담당 임원이다. 일파만파 사건이 커진 데에는 해당 항공기의 기장과 사무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홍보팀의 어설픈 최초 입장자료가 혁혁한 공을 세웠다. 커뮤니케이션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담당임원의 결재 없이 배포가 가능했을지는 굳이 따져볼 필요도 없다.

조 전무는 이들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데 대해 “과연 자격이 있느냐 해도 할 말이 없다”면서 “이유 없이 맡은 것은 아니다”고 항변했다. 그 이유가 오너일가라는 이유 외에 다른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조 전무의 이메일 반성문은 대한항공 오너 일가가 바라보는 이번 사건의 단면이다. 또한 그동안 재벌총수 일가들의 일탈행위에 대해 해당 그룹 임직원들이 보여주었던 언행과 달리 유독 대한항공 임직원들의 반(反) 조씨 일가에 대한 분노의 뿌리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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