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국내 주식부자 1위 왕좌 자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승계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내년 30조원에 육박하는 슈퍼갑부가 나올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고 이 회장이 보유하던 삼성전자 지분을 이 부회장이 모두 물려받을 경우 주식가치만 30조원에 근접하지만 법정상속분 비율대로 주식을 물려받을 경우 그 절반인 14조원대 수준이 될 전망이다.

특히 고 이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전자 지분이 어떻게 이동될지에 따라 삼성가 유족들의 향후 재산 규모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31일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고 이건희 회장의 주식재산에 대한 상속세 규모는 11조366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에 따라 상속인별 부담액이 얼마일지에 관심축이 옮겨갔다. 이는 고 이 회장이 보유했던 주식이 어떤 비율로 나눠지는 지와 직결되는 것으로 상속인들에게는 매우 첨예하면서도 민감한 문제다.

CXO연구소 측은 고 이 회장의 상속인들은 내부적으로 주식지분 분할 비율을 알고 있겠지만 외부 투자자 등은 관련 정보를 전혀 알 수 없어 현 시점에서는 예측밖에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핵심은 고 이 회장의 유언장 존재 여부다. 이와 관련 시장에서는 대립되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한편에서는 의문이 여지없이 고 이 회장의 유언장이 존재할 것이라는 데 방점이 찍힌다.

반면 유의미한 유언장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 일부에서는 2014년 초만 하더라도 고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재산 가치가 지금의 절반 수준인 10조원 안팎이었기 때문에 유언장을 남겼더라도 별세 이후 별도의 유족간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고 이 회장의 유언장이 존재할 경우 시장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더 많은 주식재산이 돌아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성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이끌어가기 위해 이 부회장에게 삼성전자 주식지분을 전부 물려줘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물려받게 되면 주식재산 가치만 해도 19조3900억원(24일 기준) 상당에 달한다. 여기에 이 부회장이 기존 보유하던 9조원 상당의 주식재산까지 더해지면 총 28조원을 훌쩍 넘기게 된다. 국내에도 30조원에 육박하는 슈퍼 주식갑부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셈이다.

이는 고 이 회장이 기록한 역대 최고 주식평가액 22조2980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아랍 왕족 셰이크 만수르의 재산 34조원에 근접한다.

삼성전자 지분이 이 부회장에게 전부 넘어가면 납부해야 할 상속세 부담도 커진다. 고 이 회장 별세 전후 2개월씩 4개월간 삼성전자 평균 주식평가액은 15조5760억원. 따라서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주식상속세만 9조650억원 정도다.

이 부회장은 먼저 6분의 1에 해당하는 1조5086억 원을 내년 상속세로 먼저 납부하고 이후 같은 금액을 5년간 연부연납할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에게 삼성전자 지분이 전부 넘어간다는 것은 역으로 해석하면 다른 유족들에게 돌아갈 재산이 적어진다는 의미와도 맥이 닿는다. 고 이 회장의 주식재산 중 80% 이상은 삼성전자 주식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총 4조2000억원 상당의 주식재산을 갖고 홍라희 여사를 비롯해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 등 세 명이 일정한 비율로 상속하게 된다. 이 부회장에게 돌아갈 주식재산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유언장이 존재하지 않아 법정상속 비율에 따라 주식지분을 나눠 상속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실제 한진그룹이 이런 사례에 속한다. 고 조양호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한 이후 유언장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는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이 법정상속 비율대로 주식지분을 나눈 바 있다.

고 조양호 회장은 별세 이전만 해도 대한항공 주식(보통주 기준) 1만4130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명희 여사에게 4710주(33.33%), 조원태 회장 등 세 자녀에게 각 3140주(22.22%)씩 동일하게 상속이 이뤄졌다.

대한항공 우선주도 동일 비율로 지분이 상속됐다. 한진칼에서도 고 조 회장이 보유하던 1055만3258주는 이명희 여사에게 314만1137주(29.76%), 조원태 회장 등 세 자녀에게 각각 247만707주(23.41%)가 돌아갔다. 다른 재산 등으로 인해 한진칼 주식은 실제 법정상속 비율과 조금 차이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진가와 마찬가지로 삼성가도 상속 1순위자는 배우자 1명과 자녀 3명으로 총 4명이다. 법적상속분 비율대로 주식지분을 나눌 경우 배우자는 9분의 3(33.33%), 자녀들은 각 9분의 2(22.22%)에 해당하는 비율대로 주식을 나누게 된다.

삼성가에서 고 이 회장의 주식지분을 법정상속 비율에 따라 나누게 될 경우 유족들의 주식재산은 각각 얼마나 될까.

24일 종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홍라희 여사의 주식재산이 7조8677억원에 달하고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세 명의 자녀들은 개인별로 5조2451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홍라희 여사가 법정상속 비율대로 주식을 상속받을 경우 고 이 회장이 갖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 2억4927만3200주에서 9분의 3에 해당하는 8309만1067주를 넘겨받게 된다. 지난 24일 삼성전자 보통주 1주당 주가 7만7800원으로 곱한 홍라희 여사의 삼성전자 주식재산만 해도 6조4644억원에 달한다.

삼성생명 주식은 4151만9180주 중 1383만9725주가 홍라희 여사 몫이 된다. 1조1362억원 상당의 주식재산이다. 여기에 삼성물산(180만8577주)과 삼성전자 우선주(20만6633주), 삼성SDS(3234주) 주식재산도 추가된다. 이들 주식종목의 주식재산 가치는 삼성물산 2513억원, 삼성전자 우선주 150억원, 삼성SDS 6억원 남짓이다.

법정상속 비율대로 고 이 회장의 주식재산 중 9분의 3을 홍라희 여사가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주식가치는 지난 24일 기준으로 8조원에 육박한다. 이럴 경우 상속인 중 홍 여사가 내야 할 상속세는 11조366억원의 9분의 3에 해당하는 4조122억원이 된다. 8조원에 달하는 주식재산을 상속받고 4조원 정도의 상속세를 내더라도 4조원 상당의 재산이 남는 셈이다. 이대로 실행되면 홍라희 여사는 내년 6687억원을 먼저 상속세로 납부하고 향후 5년간 동일금액을 연부연납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홍라희 여사와 달리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은 각각 삼성전자(5539만4039주), 삼성생명(922만6484주), 삼성물산(120만5718주), 삼성전자 우선주(13만7756주), 삼성SDS(2156주)에서 고 이 회장의 주식지분을 9분의 2 비율로 공평히 나눠갖는다.

각 종목의 주식가치는 삼성전자가 4조3096억원으로 가장 많고 삼성생명(7574억원), 삼성물산(1675억원), 삼성전자 우선주(100억원), 삼성SDS(3억원) 순이다.

5개 주식종목을 합산한 주식평가액은 5조2451억원 수준이다. 홍라희 여사를 제외한 세 자녀들은 개인별로 5조원 수준의 주식재산을 상속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법정상속 비율대로 지분을 넘겨받을 경우 세 자녀가 각각 내야 할 주식재산에 대한 상속세는 9분의 2에 해당하는 2조6748억원으로 집계됐다. 내년 개인별로 4458억원을 먼저 납부하고 5년간 동일한 상속세를 내야 한다.

삼성전자 지분을 전부 물려받을 때와 달리 법정상속 비율대로 주식이 상속되면 이재용 부회장의 상속세 부담은 9조원대에서 2조원대로 떨어진다.

특히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상속세를 내고도 개인당 2조8000억원 정도의 재산을 형성할 수 있게 돼 향후 삼성의 위성그룹으로 독립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고 이 회장이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만 해도 리틀 이건희로 불리는 이부진 사장은 당초 방산과 화학계열 회사들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관련 회사들이 한화그룹으로 매각되면서 승계 구도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 향후 이부진 사장은 호텔과 상사·유통·레저 분야 등을, 이서현 이사장은 패션과 광고·미디어 사업 등을 중심으로 계열 분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위성그룹으로 독립을 선언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식을 처분하게 되더라도 삼성 계열사에서 주식을 매입하게 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 영향력에는 큰 변함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유족들이 나눠 갖는 핵심 계열사 지분도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지분 영향력도 당분간 그대로 유지된다.

물론 고 이 회장의 부동산과 현금성 자산 등을 더할 경우 실제 상속받는 재산은 더 많아진다.

고 이 회장 유족들이 법정상속 비율대로 주식지분을 나누게 될 경우 국내 주식부자 서열에도 지각 변동이 요동칠 수밖에 없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이재용 부회장이 국내 주식부자 왕좌 자리를 계승한다는 점이다. 홍라희 여사는 2위 자리를 꿰차고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도 공동 3위 주식갑부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미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SDS 등에서 다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4일 기준 삼성물산의 주식평가액은 4조5417억원이고 삼성전자 3조2691억원, 삼성SDS 1조2774억원 등으로 1조원 이상이었다.

삼성화재,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생명 등에서 보유한 지분가치까지 합치면 9조1464억원으로 평가됐다. 여기에 향후 법정상속 비율대로 넘겨받을 지분가치 5조2451억원까지 더하면 14조3915억원으로 국내 최고 주식부자 왕좌 자리에 새롭게 올라서게 된다.

같은 방식으로 홍라희 여사는 기존 갖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가치 4조2131억원에 7조8000억원이 넘는 상속 주식재산을 더할 경우 12조원이 넘어 주식부자 10조 클럽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아들 이재용 부회장에 이은 넘버2 주식갑부로 새롭게 등극하게 되는 것이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삼성물산(1045만6450주)과 삼성SDS(301만8859주)에서 동일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두 종목의 주식평가액은 24일 기준 1조4534억원이다. 법정상속 비율로 상속받을 지분에 대한 5조2451억원 상당까지 더하면 6조6900억원대 주식자산가로 변신한다. 이는 같은 기간 현대차 정몽구 명예회장 4조8900억원, 카카오 김범수 의장 4조6700억원 주식재산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향후 고 이건희 회장의 유언장 존재 여부에 따라 삼성가 상속인별로 상속받게 될 재산 규모 등이 결정되기 때문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이 상속인 중 누구에게 얼마나 돌아갈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이에 따라 국내 주식재산 순위는 물론 삼성가 계열 분리 속도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