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속에서의 참선”…기암괴석 봉우리 선운산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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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속에서의 참선”…기암괴석 봉우리 선운산의 겨울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0.12.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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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㊵ 초봄 동백꽃, 9월 꽃무릇, 가을 애기단풍, 겨울엔?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어쩌다 코로나 시대를 살게 됐는지 속절없이 무너져 쓰린 신음만 배어 나온 한해였다. 보풀생긴 시름과 얼룩진 올해는 이 겨울 흰 눈에 덮혀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래서 흰눈이 더욱 기다려지는 12월이다.

홀로 선운산(334.7m) 산행에 나섰다. 아직 먼동이 트지 않은 새벽 선운산 풍경속으로 들어가면서 조용한 걸음으로 제대로 방향을 잡아가는지 살피며 뚜벅뚜벅 걷는다. 어둑어둑한 숲속에 도솔천 맑은 물소리가 고요 속에 적막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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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천. [사진=이경구]

선운산은 도솔산이라고도 하며 불도를 닦는 산이란 뜻의 명승지다. 명성에 비해 해발 334m의 키가 크지는 않지만 곳곳의 기암괴석이 봉우리를 이루며 경관과 계곡미가 빼어나 모자람이 없는 100대 명산이다. 초봄의 동백꽃, 9월의 꽃무릇, 가을의 애기단풍으로 산객들의 찬사가 쏟아지는 곳이다.

산행코스는 구황봉(298m)·경수산(444m)·개이빨산(345m)·청룡산(314m)으로 연계 산행이 가능하여 길고 먼 걸음, 짧은길 다양한 코스가 있다. 관리사무소-선운사-장사송·진흥굴-도솔암-마애불상-용문굴-낙조대-천마봉 왕복 코스를 택했다.

도솔천 극락교를 지나 선운사 담장 옆길로 오르는 등산로로 접어든다. 유서 깊은 선운사는 하산길에 기웃거릴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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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사진=이경구]

선운사에서 도솔천을 따라 도솔암으로 가는 등산로는 걷기 편안하고 완만한 숲길이다. 계곡이 끝나는 약 2km 지점에 신라의 진흥왕이 수도했다는 천연동굴 진흥굴이 나오고 동굴 지척의 거리에 잘생긴 소나무가 있는데 수령이 600년이라는 반송 천연기념물 제354호 장사송이다. 600년 세월 풍파를 견디며 산객의 길목을 지켜준다는 생각에 경외심마저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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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경내에 늙은 감나무엔 빨간 전구 알 같은 홍시가 주렁주렁하다. [사진=이경구]

도솔암과 천마봉을 일러주는 이정표를 지나 선운사의 산내 암자인 도솔암에 닿는다.

왼편으로 접어들면 깎아지른 암벽에 큰 불상이 새겨져 있는데 도솔천을 지키고 있는 마애불이 거대하고 장엄하다. 발길을 옮겨 용이 드나들었다는 용문굴을 지나 좌측으로 돌아올라 낙조대 방향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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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편으로 내원궁과 도솔암 미륵불이 보인다. [사진=이경구]

선운산 낙조대는 암봉으로 장엄한 서해 일몰 풍광으로 유명한 곳. 칠산 앞바다와 곰소만이 펼쳐지는 전망대다.

낙조대 두 개의 커다란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석양의 구도를 그려보며 바로 옆 선운산의 주봉인 천마봉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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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조대 멀리 서해바다 풍경이 아득하게 조망된다. [사진=이경구]

도솔암에서 천마봉까지 넉넉한 걸음으로 30분이 소요됐다. 산행을 시작한 지 2시간이 채 못 되어 천마봉 정상에 섰다. 천마봉은 하늘을 찌를듯한 거대한 암봉으로 도솔천 계곡이 한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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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절벽 바위 천마봉의 실루엣. [사진=이경구]

가느다란 탄성이 절로 새어 나오는 무위자연의 선경이다. 선운(禪雲), ‘구름 속에서 참선을 한다’는 산 이름의 참뜻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며 300여 미터 작은 거인의 당당한 존재감을 충족시킨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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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걸터앉아 한참 동안 머무르다가 어렵지 않게 산을 내려온다.

조용히 선운사 경내를 둘러본다. 3000그루 동백숲의 윤기 반지르르한 초록 잎사귀들만이 반갑게 맞아준다. 산불로부터 절을 보호하기 위해 불에 강한 동백나무를 많이 심은 선인의 지혜가 녹아있어 더욱 아름답다. 선홍빛 동백꽃이 뒤덮는 3월 말 또다시 오리라 다짐해 본다.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산행 후 속이 출출하면 명불허전 풍천장어다. 이곳 인천강이 바닷물과 만나 민물과 섞이는 강하구가 산지여서 찰지고 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잡다한 소음을 피해 선운산 산행은 걸음도 마음도 절로 차분해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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