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불화 700년만의 귀환…조계사에 퍼지는 관음(觀音)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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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불화 700년만의 귀환…조계사에 퍼지는 관음(觀音)의 미소
  • 박철성 다우경제연구소 소장
  • 승인 2014.12.03 08: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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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사 경내 입구에 위치한 불교용품점 ‘미소’.

고려불화(高麗佛畫)가 돌아왔다. 700년만의 귀환(歸還)이다.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 퍼지는 관음(觀音)의 미소가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 달 28일 조계사 불교용품점 ‘미소’ 쇼윈도에는 높이 약 2.5m의 대형 고려불화가 전시됐다. 창밖을 내다보는 작품 두 점, 내부에 두 점, 모두 넉 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밖에서 보기에 좌측은 고려불화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우측은 ‘백의관음도(白衣觀音圖)’가 자리를 잡았다. 또 ‘미소’ 내부 좌측엔 ‘수월관음정면도’, 우측엔 ’지장보살도(地藏菩薩圖)’가 전시됐다.

조명이 들어오자 쇼윈도에 인파가 몰렸다. 저저마다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모두 보살상이라도 된 듯 한참동안 꿈쩍을 하지 않았다.

인파 속엔 임달식(50) 전 국가대표 여자 농구감독도 있었다. 그는 “조계사에 들어서면서 부터 눈길이 끌렸다”고 했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시애틀 스톰에서 지도자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임 전 감독은 “작품의 영험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면서 “섬세한 묘사에 진한 감동을 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 조계사에 들렀다가 고려불화의 감동에 매료됐다는 임달식 전 국가대표 여자 농구감독.

고려불화는 고려시대에 제작됐다. 지금 조계사에 전시중인 고려불화는 지난해 제27회 대한민국 불교미술대전에서 입상한 정성문 작가에 의해 귀환했다.

고려불화는 비단에 그려졌고 화려한 부처의 옷이 특징이다. 전시중인 작품 역시 광물질 안료, 석채(石彩)가 뿜어내는 고귀한 색상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아교에다 금가루를 갠 금니(金泥)의 화려함이 결합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고려불화는 완성도 높은 치밀한 형태묘사, 활달한 필선, 짜임새 있는 구성 등으로 이미 회화사적으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전시중인 작품도 선명도 높은 원색을 주로 사용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절제된 듯 중간 색조를 보이는 것은 비단 위에 칠한 석채가 우아한 빛을 발하기 때문이었다.

이는 복채법(伏彩法)과 더불어 원색 사이사이에 중간색을 효과적으로 삽입한 결과다. 복채법은 회화의 채색기법 중 하나다. 화면의 앞에서 칠하지 않고 뒷면에서 반복채색, 자연스러운 색감을 연출하는 기법을 말한다.

전시를 주관한 ‘차(車) 미디어캠프’의 백정웅 팀장(46)은 “전시중인 작품 한 점을 그리는데 꼬박 1년여 세월이 걸렸다”면서 “그렇게 십 수 년을 준비했고 그 작품들 중 일부”라고 설명했다. 또 백 팀장은 “두문불출, 오직 작품에만 몰입한 작가의 집념과 열정에 깊은 찬사를 보낸다”덧붙였다.

조계사 주지 원명(54) 스님은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사업 추진의 일환으로 고려불화를 전시하게 됐다”면서 “고려불화가 전하는 감동의 메시지로 세상이 맑고 향기로워지길 마음 모아 간절히 발원한다”고 했다.

▲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조계사에 전시된 수월관음도는 기존에 알려진 작품과는 확연히 다르다. 눈에 익은 수월관음도는 관음보살이 우측측면을 향해 앉아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관음보살이 바위 위에 약간 좌측 측면을 향해 반가좌했다는 게 특징이다.

또한 관음 앞 버들가지를 꽂은 정병, 한 쌍의 청죽(靑竹) 등 기본적인 구성과 모티브가 고려 관음보살도의 전형을 따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란 글자의 뜻 그대로다. 달이 비친 바다 가운데 금강보석(金剛寶石)에 앉아 있는 관음보살을 그린 그림. 수월관음은 재난과 질병을 막아주는 관음보살의 하나이다.

불교 최고의 경전 『화엄경(華嚴經)』의 마지막 부분, ‘입법계품(入法界品)’에서는 “관음보살은 남쪽 바닷가에 위치한 보타락가산(補陀落伽山)에 거주하면서 중생을 제도한다”고 했다.

공상적인 분위기로 묘사되는 보타락가산은 온갖 보배들로 꾸며져 있다. 그곳에는 맑고 깨끗한 물이 솟아나는 연못이 있다. 수월관음도는 선재동자(善財童子)의 방문을 받은 관음보살이 바로 이 보타락가산에서 설법하는 장면을 그림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 백의관음도(白衣觀音圖)

‘미소’ 밖에서 보기에 우측에 있는 작품은 ‘백의관음도(白衣觀音圖)’다.

백의관음은 불교의 33관음 중 하나다. 관세음보살은 중생들의 됨됨이에 맞게 여러 형체로 바뀌어 나타난다. 이를 보문시현(普門示現)이라 한다. 그 형체가 모두 33가지나 돼 33신(三十三身)이라고 부른다.

이와 비슷하게 당송(唐宋) 때부터 민간에서 신앙화한 33관음이 있다. 백의관음은 이 중 하나다. 33신에 나오는 비구니신(比丘尼身)이 이에 대응한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흰옷을 걸치고 있고 순조로운 출산과 어린아이의 생명을 보살펴준다고 한다.

작품 속 관음보살은 원형의 두광(頭光)과 신광(身光)을 지고 있다. 두광(頭光)은 부처나 보살의 정수리에서 나오는 빛. 흔히 머리 언저리에 동그라미를 그려 나타낸다. 그리고 신광(身光)은 부처와 보살의 몸에서 발하는 빛을 말한다.

작품에서 관음보살은 넘실대는 파도 위를 떠가는 듯 연잎을 타고 서 있다. 흰 옷자락을 휘날리며 두 손을 앞에 모아 서로 교차했고 오른손으로는 정병(淨甁)을 들고 있다.

▲ 지장보살도(地藏菩薩圖)

용품점 내부 좌측에는 ‘수월관음 정면도’, 우측에 ‘지장보살도(地藏菩薩圖)’ 작품이 전시돼 있다. 지장보살도는 정면을 바라보고 연꽃대좌 위에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을 묘사했다.

지장보살은 오탁악세(五濁惡世)에서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이다. 오탁은 명탁(命濁), 중생탁(衆生濁), 번뇌탁(煩惱濁), 견탁(見濁), 겁탁(劫濁) 등 세상의 다섯 가지의 혼탁함을 이르는 불교용어다.

이처럼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원하는 보살이다. 즉 지옥에 몸소 들어가 죄지은 중생들을 교화, 구제하는 지옥세계의 부처. 관세음보살과 함께 가장 많이 신앙되는 보살이다.

조계사에 귀환한 고려불화가 뿜어내는 신비로운 미소, 관음이 건네는 영험한 메시지가 세인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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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준 2014-12-03 09:37:44
고려불화...그림이 너무 멋집니다.
전세계에 널리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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