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제 골프장, 세금 감면 정책 농락…그린피 최고 32%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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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제 골프장, 세금 감면 정책 농락…그린피 최고 32% 인상
  • 박철성 리서치센터국장·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0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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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성의 온 그린] 그린피 내리라고 깎아준 감면 세액 추징해야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헤드라인뉴스 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헤드라인뉴스 DB]

치솟은 대중제 골프장의 그린피(Green fee·골프장 이용료) 횡포가 끝이 없다. 그린피 내리라고 세금 깎아줬더니 오히려 대폭 인상한 것이다. 정부의 세금 감면 정책을 농락당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2000년 골프 대중화를 위해 회원제 골프장의 대중제 전환을 견인했다. 혜택은 파격적이었다. 골프장 입장객에게 받는 개별소비세와 농특세·교육세 등 세금을 면제해줬다.

이들 세금은 1인당 2만1000원에 달한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추산한 대중제 골프장 이용객은 지난해 기준 2190만명. 입장 관련 세금만 연간 4600억원을 깎아준 셈이다.

이보다 더 큰 세제 혜택은 토지세에서 발생한다. 대중제로 전환할 경우 토지세를 1/10로 깎아줬다.

실제 수도권에서 대중제 골프장을 운영하는 한 경영자는 “수도권의 경우 골프장당 30억~40억원 정도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중제 골프장은 지난해 기준 310곳에 달해 이 금액만도 수천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대중제 골프장은 정부 정책을 역이용했다. 골프장 업주만 배를 불렸다. 그동안의 감면 세액을 추징해야 한다는 성토의 소리가 드높다.

심지어 주말과 공휴일 3인이 플레이해도 4인 요금을 받는 곳까지 나왔다. 엄연한 부당 요금이며 바가지 상혼의 온상이다.

또 일부 대중제 골프장은 회원제로 변칙·편법 운영이 적발됐고 탈세 의혹까지 제기됐다.

고삐 풀린 골프장 그린피는 마침내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등장했다. 골프장 배짱 장사가 극에 달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국내 골프장들이 그린피 등 각종 사용료를 비정상적으로 올리는 행태의 개선을 촉구하는 청원과 동참 댓글이 빗발쳤다.

골프장 입장료 상승률 추이.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제공]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골프장 운영 개선’이라는 제하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의 청원 참여 인원은 2일 오전 6시 기준 3만4100명이다.

청원 글에는 코로나19 정국을 틈탄 지나친 그린피 인상, 우리나라에만 있는 외제 슈퍼카 렌트비와 맞먹는 카트 사용료, 오로지 현금으로만 계산, (더욱이)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캐디피 인상, 골프장 내 식음료의 터무니없는 가격 등을 지적했다.

청원인은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효과적인 정책 변경을 요청한다”면서 “정부가 골프장 사용료 문제를 관리·감독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발전하지 못하고 결국 일부 상류층만의 리그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격 인상을 주도하는 퍼블릭 골프장 협회 등을 조사해야 한다”면서 “외국 사례를 기준으로 경기 진행을 돕는 카트 사용료를 무료화하거나 노카트로 운영하고 캐디 선택제와 캐디 납세 의무를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중제 골프장과 회원제골프장 비회원 그린피 비교.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제공]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초호황을 누리는 국내 대중 골프장 그린피는 일본의 2배를 넘어섰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최근 밝힌 ‘한국과 일본의 골프장 입장료 비교’ 보고에 의하면 10월 기준 국내 대중 골프장의 주중 평균 그린피는 14만3800원, 일본의 대중 골프장 주중 그린피 6만1300원보다 약 2.3배 더 높았다.

평균 8만~10만원을 받는 카트 대여료와 13만~15만원을 받는 캐디피까지 포함하면 골퍼 1인당 골프장 이용 시 지불하는 요금은 일본의 3배까지 늘어난다.

일본은 셀프 플레이가 일반화돼 있고 캐디피는 1인당 평균 3000엔(약 3만5000원) 수준. 또 카트를 이용해도 돈을 받지 않는 골프장이 많다. 국내 골프장보다 저렴하다고 레저산업연구소는 지적했다.

2011년 말 기준 국내 골프장은 442곳에서 지난해 말 535곳으로 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같은 기간 골프장 이용인구는 2654만명에서 3896만명으로 46.8% 급증했다. 골프 인구도 2011년 316만명에서 지난해 470만명으로 154만 명(48.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대중 골프장의 이용료는 2011년 이후 올해까지 30.6%가 상승했다. 하지만 일본 골프장은 같은 기간 16.7% 하락했다.

특히 국내 골프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올해만 주중 요금 평균 7%, 토요일은 5.8%가 올랐다.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대중제 골프장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2%에 이른다. 반면 최근 수익성이 높아졌다는 회원제 골프장은 7.2% 수준. 참고로 국내 12월 결산 법인 583개 회사의 2019년도 영업이익률은 5.1%였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측은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되면 4~5년 내 한국의 대중 골프장 이용료가 일본과 비교해 5배까지 높아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캐슬파인 골프클럽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용요금표. 지난 주말 1인 그린피가 최고 26만원이었다. [캐슬파인CC 홈페이지 캡처]

실제 대중제 골프장의 가격 횡포 체감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경기 여주 소재 캐슬파인 골프클럽은 2015년 8월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했다. 물론 정부의 세금 감면 정책 대상이다.

그러나 지난 주말 1인 그린피는 최고 26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해 무려 6만원을 인상했다. 32%나 올린 것이다.

심지어 캐슬파인CC 측은 ‘주말·공휴일 4인 플레이 필수’라며 ‘3인 내장 시 4인 요금을 적용’한다고 홈페이지 이용요금표에 명시했다. 이럴 경우 1인 그린피만 약 35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카트 사용료, 캐디피, 식음료 비용이 더해지면 1인 비용이 42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캐슬파인 골프클럽 A팀장은 “대부분 골프장 (그린피) 시장이 그렇다”고 전제한 뒤 “우리가 가격을 올렸다기보다 시장을 따라가다 보니 가격 인상이 됐다. 그렇다고 전 시간대가 동일한 (비싼) 요금은 아니다”고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또 ‘3인 내장 시 4인 요금 적용’과 관련해 A팀장은 “주말에 전부 3인이 플레이하면 안 되니까 미리 4인 인원을 맞춰서 오라고 안내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면서 “이용객이 그 요금을 못 내겠다면 그걸 강제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포천힐스 골프클럽 홈페이지에 게재된 지난 1일 1인 그린피는 최고 25만원을 받았다. [포천힐스 골프클럽 홈페이지 캡처]

경기도 포천 소재 포천힐스 골프클럽 그린피도 지난해 5월 대비 무려 27%를 올렸다. 22만원이었던 주말 그린피가 최고 28만원으로 인상됐다.

경기도 안성 소재 골프존카운티 안성 W 골프클럽의 경우 지난 9월 주말 그린피를 최고 27만원까지 받았다. 지난해 5월보다 무려 9만5000원(54%) 올렸다.

골프존카운티 안성 W 골프클럽 홈페이지에 밝힌 지난 9월·10월 그린피. 토요일 1인 그린피를 최고 27만원을 받았다. [골프존카운티 안성 W 골프클럽 홈페이지 캡처]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대중제 정착을 위한 세금 감면이 일반 대중이 아닌 골프장 사주를 위한 정책이 되고 말았다”면서 “입장료 관리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요금을 밀약적으로 올리는 행태는 오히려 부메랑이 될 것”이라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이 쇄도하는 등 원성이 높은데 세제 당국이 이대로 방관해선 안 된다. 세금 감면해줬더니 대중제 골프장이 오히려 그린피 인상을 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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