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도 속았다”…아리온, 비밀 벗겨진 ‘사기적 부정거래’ 증거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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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도 속았다”…아리온, 비밀 벗겨진 ‘사기적 부정거래’ 증거 공개
  • 박철성 리서치센터 국장·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2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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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성의 서킷브레이커] 이정필·허필호의 인도네시아발 유증 300억원은 ‘대사기극’

코스닥 상장사 아리온(058220)에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가 발생했다. 이를 입증하는 다수의 증거와 근거를 취재진이 단독 입수했다.

이정필 대표·허필호 회장이 감춰왔던 인도네시아 CBS홀딩스가 아리온에 3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한다는 내용을 소재로 펼쳐진 ‘사기적 부정거래’의 비밀이 벗겨지고 있다

그리고 유증 연기 무려 13회까지 모든 게 사기였다. 한국거래소도 속았다.

인도네시아 CBS홀딩스가 아리온에 3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한다는 공시.

지난 2016년 12월7일 아리온은 “3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신주 757만5757주를 발행한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주의 발행가액은 3960원, 상장 예정일은 2017년 2월15일로 제3자 배정 대상자는 (인도네시아) CBS 홀딩스였다.

인도네시아발 300억원 유상증자 호재성 공시와 기사로 아리온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런데 아리온의 300억원 유증은 13회씩이나 연기를 거듭했다. 그렇게 질질 끌다가 2019년 9월 유증은 끝내 무산됐고 철회됐다.

당시 아리온은 이미 벌점 12점을 달고 있던 상황이었다. 악조건의 아리온이 도대체 어떻게 13번씩이나 유증 연기공시를 할 수 있었을까.

아리온 전 직원 J씨의 양심선언이 나왔다. 그는 “연기공시가 요구될 때마다 당시 이정필·허필호 회장은 한국거래소에 한 장의 영문 레터를 제출했다”면서 “모든 제출 자료는 위조였다”고 실토했다.

이 대표가 유증 연기를 위해 거래소에 제출한 레터가 관심을 끈다. 해당 레터의 보내는 사람은 CBS홀딩스의 산드라 티모시(Xandra Timothy) 재무 이사(Finance Director)라고 명시돼 있었다.

문건에 따르면 “(300억원 유증 관련) 아리온의 요청을 받고 콘퍼런스 중이며 확정 후 연락하겠다”는 간단한 업무적 이메일이었다.

인도네시아 CBS홀딩스는 아리온에 300억원 유상증자 납입예정자다. 어느 누가 봐도 CBS홀딩스의 재무이사가 보낸 메일이었다. 따라서 유상증자가 진행 중이라고 믿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허점이 있었다. 발신인의 이메일 주소였다. CBS홀딩스 재무이사인 산드라 티모시가 아리온으로 유상증자를 연기한다는 이메일을 발송할 때 ‘cbsxandre278’라는 G메일 아이디가 사용됐다.

CBS홀딩스는 인도네시아 대기업이다. 그런데 그곳 재무이사가 업무적인 이메일을 왜 개인 구글 G메일로 보냈을까?

아리온 전 직원 P씨는 “CBS홀딩스 대표에게 확인한 결과 CBS홀딩스에 재무이사 산드라는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이메일까지 위조한 사기극이었다”고 털어놨다. 또 “그동안 믿고 투자했던 개미투자자들의 피해가 눈덩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 자격요건 적격확인서’에 있는 인도네시아 CBS홀딩스 레이몬드의 사인.

실제 아리온이 거래소에 제출한 ‘사외이사 적격확인서’ 문서상의 레이먼드 사인은 그의 여권 사인과 달랐다.

레이몬드 여권 사본. 본인이 직접 남긴 친필사인으로 ‘사외이사 자격요건 적격확인서’의 서명과 대조된다.

2016년 12월 아리온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등재된 크리스디아디(Krisdiadi)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크리스다아디의 이사취임승낙서에는 ‘어드바이저(Advisor)가 되는 것을 동의한다’고 되어 있다.

아리온 전 직원 J씨는 “크리스디아디에게 자초지종을 확인한 결과 이 역시 위조였다. 크리스디아디는 아리온 사내이사를 승낙한 적이 없다”면서 “다만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업무에 대해 자문역을 하는 것으로 설명 듣고 서명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역시 거짓 문서였다.

크리스디아디의 경우 ‘고문 취임 승낙서’를 ‘사내이사 취임승낙서’로 둔갑시켜 거래소를 속였다.

아리온이 CBS홀딩스 300억원 유증 연기를 신청하면서 거래소에 제출한 이메일 사본을 입수했다. 외형상 아리온과 CBS홀딩스가 주고받은 이메일들이었다.

당시 아리온 임직원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인물의 이메일 주소로 투자요청·투자 일정 등의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이 거짓 이메일 인쇄본을 거래소에 300억원 유증 연기의 근거 서류로 제출했다.

아리온이 인도네시아 CBS홀딩스에게 보낸 메일. 유증 납입 일정을 묻는 내용이었다. 아리온 측은 해당 메일을 거래소에 제출했다.

또 관계자가 CBS홀딩스 대표이사인 레이몬드가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에 답변을 보내왔다. 그 내용은 더 가관이었다.

레이몬드는 답변을 통해 “내가 CBS홀딩스 대표이사”’라고 전제하면서 “산드라와 크리스디아디는 CBS홀딩스와 관련 없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CBS홀딩스에 산드라 재무이사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CBS홀딩스가 아리온 측에 보낸 답변 메일. 유령이 보낸 메일이었고 사기였다.

또 아리온의 소통 주체가 누구였느냐는 질문에는 그는 "리(Lee)"라고 답변했다. 이정필 대표를 의미했다.

이 대표에게 내용 확인을 요청했다. 이 대표는 “그런 거 아니다”고 즉답을 피하면서 답변 불가 의미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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