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종목인 필로시스헬스케어(057880) 주가가 ‘투자경고’ 딱지를 붙이고도 고공행진하며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찍었다.
필로시스헬스케어는 3년 연속 적자기업으로 지난 20일 한국거래소는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폭등 주가는 하늘을 찔렀다. 추가로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난 24일 결국 거래소는 필로시스헬스케어의 주식매매를 25일 하루 동안 중지시켰다. 투자경고 종목 지정 이후 주가가 2일간 40% 이상 급등했기 때문이다.
필로시스헬스케어 주가의 최근 장중 저점은 지난 3일 1175원. 5연속 상한가로 마감했던 지난 24일 종가는 4905원으로 무려 4.2배 폭등했다.
‘폭등 주가는 반드시 폭락한다’는 게 증권계 정설이다. 특히 필로시스헬스케어는 오는 27일부터 전환사채(CB)가 주식상장을 대기 중이다. 이날과 9월2일·4일 모두 세 차례에 걸쳐 63만2410주가 풀린다.
1주당 전환가액은 1265원. 이는 투자금 대비 3.9배다. ‘급락주의보’가 내려진 배경이다.
CB는 채권과 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결합한 형태다. 주식형 사채의 대표다.
CB 투자자는 만기까지 정해진 기간에 미리 약정한 원리금 이익을 얻거나 투자 종목의 주가가 오를 때 약정된 전환가액으로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챙길 수도 있다.
필로시스헬스케어 그래프엔 세력의 발자국도 찍혔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주가를 견인해 시세조종을 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필로시스헬스케어 주둔 세력은 지난 7월 중순부터 개인창구를 통해 주식을 매집했다. 지난 24일까지 이들의 주당 매수 평균 가격은 2357원 부근으로 분석됐다. 대략 108%의 수익 구간이다.
세력이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낸다면 폭등 주가는 급전직하하기 마련이다. 투자자라면 해당 기업의 재무구조를 살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공통된 조언이다.
앞서 언급했듯 필로시스헬스케어는 3년 연속 적자기업으로 최근 3년간 누적 영업손실액만 120억원에 달한다. 부채총계는 523억350만원에 이른다.
결국 필로시스헬스케어는 지난해 IT 사업을 정리하고 새로운 변신을 꾀했다. 이 과정에서 필로시스생명과학이 새로운 투자자로 등장했다.
필로시스생명과학은 혈당측정기 제조 전문기업인 필로시스 관계사다. 필로시스를 이끄는 최인환 대표가 필로시스생명과학 경영도 책임지고 있다.
설립 기간이 짧고 자산 규모도 크지 않은 점에 비춰볼 때 신규 투자 목적으로 설립한 계열사로 알려졌다. 실제 필로시스생명과학 사업 목적에는 M&A 알선과 중개, 투자, 경영 자문업 등이 포함돼 있다.
필로시스헬스케어는 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한다. 자금조달 목적은 운영자금이며 보통주 64만1848주(9억9999만9184원)다. 신주 발행가액은 1558원이며 제3자 배정 대상자는 주식회사 에이브로다. 이는 또 주식을 찍고 돈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지난 24일 소액공모 공시서류 정정 공시가 눈길을 끈다. 정정내용은 청약증거금 납입처가 기존 한국증권금융 주식회사 본점에서 부산은행 부곡동지점으로 변경됐다.
해당 공시에는 투자위험 요소를 명시했다. 필로시스헬스케어가 밝힌 투자위험 요소에는 “바이오사업 및 유통사업은 경기침체로 인해 수요 부진으로 이어지거나 당사의 사업 운영에 중대한 차질이 생길 수 있으니 투자에 유의”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최근 3사업연도(2017년·2018년·2019년) 중 2사업연도(2017년·2019년) 자기자본 50% 초과 법인세비용 차감 전 계속 사업손실이 발생하여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면서 “이후 도래하는 사업 연도 말을 기준으로 동일사유가 지속될 경우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개미투자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도 있다. 공시에는 “금번 진행하는 유상증자로 인해 주가 하락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유상증자 진행 시 주식시장의 급격한 상황 악화로 인해 당사의 금번 유상증자가 100%로 소화되지 않을 수 있으며 전액 납입이 되지 않을 경우 당사의 재무 상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공시했다. 열악한 재무 환경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데도 투자하려면 하라는 얘기다. 단 책임은 못 진다는 것.
한편 필로시스헬스케어 공시 담당 곽윤기 차장은 10억원 규모 소액 증자와 관련 “반기 말 재무제표상 현금은 49억원 정도 있다”면서 “이번 유증은 돈이 없어 어디에 쓰겠다가 아니라 내부 유보 자금성이고 이는 운영자금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곽 차장은 폭등 주가와 관련해선 “주가에 있어 답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하면서 “사견으로 주가라는 것은 답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회사의 미래가치를 보고 주가가 정해지는 것 아니겠느냐. 필로시스헬스케어의 경우 코로나19 검체채취 키트가 FDA 승인이 나면서 미래가치가 반영돼 (5연속) 상한가 갔다고 생각한다. 정상·비정상 주가 급등의 질문은 질문 자체가 잘못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주가가 올라가면 내려갈 수도 있지만 폭등했다고 반드시 폭락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면서 “필로시스헬스케어가 허위 사실을 알린 것도 아니고 검체채취 키트 유통을 위해 미국의 군 병원과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 등과 계약을 위해 논의 중이고 계약이 성사되면 나중에 재무제표상 실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곽 차장은 전환사채의 주식전환 시 주가 하락 우려에 대해서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럴 수 있다. 그런데 63만주밖에 안된다. 지금 거래량에 비하면 많은 숫자가 아니라고 본다”면서 “평소 거래량이 많을 땐 600만주, 적을 땐 50만주다. 적을 때와 비교하면 주가하락 우려대로 그럴 수도 있다”면서 “그런데 이 내용은 사채권자들이 주식 전환을 요구했기에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네이버 증권 종목 게시판에 네티즌 분석가의 글이 시선을 끈다.
‘우리나라 작전주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라는 제하의 글에는 “미국 FDA에서 승인받았다는 것은 검체채취 키트이고, 이것은 ‘사용해도 좋다’는 승인이지 이 검체 키트가 미국에서 수천만 개 이상 구매되어 사용되리라는 것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면서 “설사 관계사에서 매출이 나오면 그것이 필로시스헬스케어에서 얼마의 이익으로 반영되는지, 기존 셋톱박스 회사(옛 토필드)에서 이름을 바꾸고 헬스케어 들어가게 한 것도 작전의 중요 요소. 앞으로 얼마나 검체 키트가 생산돼 판매됐다는 기사가 나오는지 지켜보면 알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