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식물과 야생화 가득한 천상의 화원…인제 방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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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식물과 야생화 가득한 천상의 화원…인제 방태산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0.08.0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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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㉜ 국내 최대 원시림 보전지역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방태산의 매력에 이끌려 인제군에 들어서니 강원도의 깊은 산 구릉에 고랭지 삐알밭의 풍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여름을 삼키며 커가는 시퍼런 배추에 에너지가 넘쳐 보인다. 농부의 성근 땀이 더해 나박김치가 되고 풀어진 시레기국으로 올려지기까지 수고로운 울림이 전해진다.

장마가 길게 이어져 여기저기서 비 피해 소식이 전파를 탄다. 오늘도 꾸물꾸물 찌푸린 날씨가 하늘을 덮었다. 날씨가 예측불허 변덕을 부린다고 산행을 결심한 사람의 마음까지 변덕을 부릴 수는 없어 길을 잡았다. 습도가 가득한 후더분한 열기가 전해온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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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골과 큰 산등성이를 가진 방태산은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에 위치한 오지의 산이다. 사계절 내내 계곡을 가득 채우는 풍부한 수량과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가 있으며, 특히 봄과 여름엔 희귀식물과 야생화들로 천상의 화원이 된다. 넘쳐나는 생명력에 주눅이 들 정도. 국내 최대의 원시림 보전지역으로 꼽히는 이유가 확인되는 순간이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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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은 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해 매봉령으로 올라 주능선을 타고 구룡덕봉(1388.4m)에 이른 다음 방태산 주억봉(1443m) 정상에 서고 지당골로 내려와 원점회기하는 이동거리 10.2km 코스다.

자연휴양림주차장→이단폭포→매봉령 주억봉 갈림길→매봉령→구룡덕봉→주억봉삼거리→주억봉→주억봉삼거리→지당골→자연휴양림 주차장으로 끝이 난다. 산행 시간은 약 6시간을 예상한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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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차장을 지나 2주차장 가는 길 오른편에 암반폭포 두 개가 이어진 2단 폭포가 있는데 어찌나 우람하게 쏟아지는지 마음이 후련해진다. 원주민들은 이 폭포 저 폭포라 부르며 적가리골의 백미로 꼽힌다.

방태산 부채살처럼 펼쳐진 첩첩산중에는 3둔 4가리를 끼고 있으며 둔은 평평한 산기슭을 가리는 계곡을 의미한다. 살둔, 월둔, 달둔 아침가리, 적가리, 명지가리, 연가리가 있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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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차장에서 계류를 따라 약 20분쯤 오르면 갈림길이 나오고 왼쪽길은 매봉령 능선으로 올라 구룡덕봉, 주억봉으로 이어지며 오른편은 곧장 주억봉으로 오르는데 이 길은 경사가 급해 왼편 매봉령 방향을 선택한다.

깊은 계곡을 따라 들면서 원시숲은 햇빛을 가려준다. 굽이치는 물줄기는 시원하게 뻗어 옥빛 소와 아담한 폭포를 만든다. 서늘한 냉기가 스치고 숲 내음이 상쾌하다.

갈림길에서 약 30분쯤 걷다 보면 산길은 계곡을 건너고 얼마 되지 않아 약초꾼 심마니들의 야영지인 모듬터를 만난다. 여기까지는 산길이 순하게 이어진다.

이후 매봉령까지는 가풀막이다. 호흡기간이 짧고 가빠진다. 길 양쪽으로는 아름드리 거목들이 원시의 자연미를 드러낸다. 여름 습도에 축축한 이끼는 나무줄기와 바위에 뒤덮여 번져가고 치렁치렁 칡넝쿨이 얼크러진 풍경은 자연스러워 생기가 가득하다.

그렇게 탐닉하며 정신없이 걷다 보니 소로의 끝 능선에 닿는다. 막혔던 시야가 빵 뚫리는 백봉령 능선길에 올랐다. 땀방울이 줄줄 흘러 흠뻑 젖었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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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령부터 주능선 경사는 완만해지고 1.5km의 거리에 구룡덕봉으로 걸음을 옮긴다. 흙길 따라 길섶에는 키 작은 야생화들이 모여 있고 지친 산객과 눈을 맞추며 더 높은 산길로 몸을 들인다.

산길은 임도와 합쳐지며 임도길 따라 헬기장이 나오고 조금 더 가면 구룡덕봉이다. 매봉령에서 약 40분 소요됐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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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덕봉은 과거 군사시설이 있던 곳으로 지금은 그 흔적이 말끔히 치워져 넓은 공터로 남아있다.

막힐 것 없이 펼쳐진 산세가 남다르다. 오대산, 점봉산, 설악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장쾌한 산맥은 그야말로 황홀한 산왕국이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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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 정상 주억봉으로 향한다. 잡목과 수풀이 우거진 능선을 타고 약 30분 만에 주억봉 직전 갈림길 삼거리다.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방태산 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가는 지당골이고, 왼쪽길로 접어들어 주억봉 정상으로 향한다.

삼거리에서 정상까지 400m, 20분 걸려 드디어 방태산 정상 주억봉에 올랐다.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초여름의 산봉은 힘이 넘친다.

설악산 서북 능선과 오대산 계방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장쾌한 산세가 산 모두를 감싼 듯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온 천지를 선물받은 느낌이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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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은 다시 갈림길 삼거리로 내려와 지당골 방향으로 가는데 급한 내리막길이다. 계단과 너덜길에 무릎에 무리가 올 만하다.

40분 정도 내려오니 지당골 계곡의 물소리가 또랑또랑하다. 등산화를 벗고 흐르는 계곡물에 잠시 탁족을 하며 피로를 풀어본다. 뿌듯한 마음도 채워진다.

완만한 탐방로 길을 한결 가벼워진 걸음으로 내려와 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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