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름·안개 내려앉은 천마산…산색 감춘 신비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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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름·안개 내려앉은 천마산…산색 감춘 신비감 고조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0.07.2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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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㉛ 서울 근교 당일 산행지 안성맞춤
[사진=이경구]

새벽녘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날씨는 시어머니 사흘 굶은 상을 하고 있다. 기왕지사 피할 수 없다면 출발하자.

새벽공기를 가르며 도착한 곳은 천마산(812m)이다. 장맛비로 흠뻑 적셔진 깊은 산야의 여름은 울창한 나무들과 무성한 숲으로 세를 불렸다.

천마산은 남양주시 오남읍 화도읍 호평동에 걸쳐 있다. 가평 운악산(937.5m)에서 이어지는 한북정맥의 산줄기에 솟아 있다.

화도읍 방향에서 본 천마산 전경. [사진=이경구]
화도읍 방향에서 본 천마산 전경. [사진=이경구]

스키장으로도 유명하다. 산세가 험하고 복잡하다 하여 예로부터 소박맞은 산이라고도 불려왔다.

정상 봉우리를 중심으로 북동쪽 사면은 비교적 경사가 급하고 서쪽은 완만하다. 산정을 중심으로 원뿔 형태를 이루고 있어 어느 지점에서도 정상이 바라보인다. 서울 근교 당일 산행지로 안성맟춤이다.

산행코스는 천마산역 코스, 천마산 관리소 코스, 호평동 코스, 가곡리 코스를 들머리로 많이 잡는다. 자차로 천마산관리소(화도읍 묵현리) 무료 주차장을 이용해 원점회기 코스로 산행을 시작한다. 천마산 관리소→구름다리→약수터→깔딱샘→정상→주먹바위→관리소 약 6.5km다.

깔딱샘. [사진=이경구]

비구름과 안개가 내려앉은 천마산은 산색도 없고 길도 감춰져 있다. 침묵만 흐를 뿐이지만 산길은 호젓하다.

등산로로 접어들자 계단길이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콘크리트길로 조금 더 걸어 작은 계곡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를 건너면 주 등산로를 만난다. 이정표가 정상까지 2.48km 남았다고 알려준다.

[사진=이경구]

곧이어 등산로옆 체력단련장과 간이음식점 앞을 지나며 약수터와 팔각정자 천마쉼터 앞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가파른 깔딱고개를 올라야 한다. 막상 올라보면 고갯길은 그다지 길지 않다.

중간 깔딱샘이 있어 한 쪽박 목마름을 해소한다. 그리고 다시 계단이 시작되고 계단길을 올라 능선 안부 쉼터에 도착한다.

[사진=이경구]

제법 굵은 빗방울이 묻어오는 비바람을 맞으며 몸의 열을 식히고 터벅터벅 걷는다. 가시거리가 채 5미터 정도에 머문다. 한줄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빗물을 머금어 처박히는 흙길과 가끔 미끄러운 암릉길이 나타난다. 오래전 밧줄이었던 구간은 데크 계단길로 설치돼 있어 한결 수월하다.

계단길을 올라 정상을 900m 앞두고 뾰족봉에 안착한다. 뭐가 뾰족한 건지 형태를 분간할 수가 없다.

[사진=이경구]

능선길의 명품 소나무는 허리가 굽은 채 장맛비에 흠뻑 젖어 솔가지도 묵직해 보인다. 신비로운 풍경이다. 암릉을 넘어서자 태극기가 서있는 정상석앞에 도착을 한다.

안개 자욱한 정상엔 빗줄기가 굵어져 하산을 재촉한다. 희미하게 드러난 하산길은 오묘한 흑백의 조화, 수묵화가 펼쳐진다.

[사진=이경구]

비가 잦아 들자 여름 한가운데로 들어선 산속의 묵은 나무에는 지친 날개 잠시 내리고 마지막 존재를 알리는 매미들이 목청껏 소리 높여 짝짓기할 암컷을 부르고 있다.

들머리 한 카페에 앉았다. 뜨거운 커피가 녹아든다.

돌양지꽃. [사진=이경구]
돌양지꽃.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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