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산을 업은 심산유곡 산세 조망 일품…계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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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산을 업은 심산유곡 산세 조망 일품…계룡산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0.06.3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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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㉙ “산에서 보낸 하루가 몇 수레의 책보다 낫다”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산길로 든다. 울창한 나무들과 산들바람에 숲내가 묻어와 청량함이 가득하다. 장마 구름이 옅게 드리워져 여름산행 하기에는 아주 좋은 기온이다. 활력과 생기가 채워진다.

동학천 맑은 계곡물을 따라 약 20분 만에 일주문을 지난다. 문수암·마타암·길상암·관음암이 호젓하고 정갈한 느낌을 주며 맨끝에 동학사가 올려다보인다.

경내에 잠시 들렸다. 오래된 단청과 절집을 감싸는 돌담이 편안해 보인다. 뜰방 댓돌 위에는 흰 고무신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어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다본다.

한국의 대표적인 비구니 승가대학이 있어 비구니의 경 읽는 소리가 계곡의 청아한 물소리와 어울어지는 도량이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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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중 금남정맥의 끝부분에 위치한 계룡산은 천황봉(845.m)을 중심으로 관음봉, 삼불봉, 연천봉, 형제봉 등 20개의 봉우리와 동학사계곡, 갑사계곡 산원사계곡 등 7개소의 계곡이 형성돼 있다. 자연경관이 매우 뛰어나 이미 역사에서 검증된 명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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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상 주 위치는 충남 공주시지만 일부가 대전광역시와 논산시·계룡시에 위치하고 있으니 4개시에 걸치는 광활한 면적이고 계룡산국립공원은 지리산에 이어 두 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으로 정비가 잘되어 있다.

계룡산이라는 산 이름은 조선왕조의 시조인 태조 이성계가 당시 새 도읍을 정하려고 이 지역을 답사하던 때 동행한 무학대사가 산의 형국이 금계포란형(금닭이 알을 품는 형국)이요, 비룡승천형(용이 날아 하늘로 올라가는형국)이라 일컬었는데 여기서 계(鷄)와 용(龍)을 따서 계룡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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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845m) 등산로는 여러 코스가 있지만 동학사에서 갑사의 동서횡단로, 동학사에서 관음봉 삼불봉 남매탑으로 걷는 코스가 탐방객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다.

동학사 코스로 올라 동학사→은선폭포→관음봉→삼불봉→남매탑→주차장으로 원점회귀 약 5시간 코스로 산행을 계획한다.

동학사와 향아교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잘 조성된 널찍한 길을 따라 오른다. 은선폭포가 나오기 전까지는 대체로 완만한 산길이 이어진다.

동학사 일주문에서 1.6km 약 40분 오르면 은선폭포가 나오며 관음봉 오르는 길 중간지점에 위치한다. 옛날 신선이 숨어 살던 곳이라 하여 은선폭포라 불린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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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넝쿨이 성큼성큼 뻗어나고 여름꽃나무인 산딸나무꽃이 하얗게 피어나 별이 내려앉은 듯 예쁘다.

은선폭포를 지나 관음봉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는 급경사 된비알길로 험한 돌계단과 데크계단에 가쁜숨이 턱에 걸려 몸의 작동속도가 나질 않는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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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봉고개에 도착하니 시야가 훤하게 트이면서 관음봉 정상까지 약 100m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계룡산 정상은 천황봉이지만 군통제구역으로 관음봉이 주봉이 된다.

정상에선 천황봉, 쌀개봉, 삼불봉 등 봉우리들이 불쑥불쑥 솟아나 있고 산이 산을 업은 심산유곡의 산세 조망이 일품이다. 계룡산이 예부터 영험한 기운이 깃든 민족의 성산으로 여겨져 왔고 정감록의 예언이 숨어 있는 신비의 산이 실감되는 순간이다.

주차장에서 관음봉까지 4.4km 대략 2시간 30분 소요됐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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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은 계룡산의 백미 자연성릉(관음봉에서 삼불봉 구간의 날카로운 암릉길)을 지나 산봉우리의 형상이 부처님의 모습 같은 삼불봉에 올라 360도 명품 조망으로 기운을 얻고 남매탑으로 걸음을 옮긴다.

스님과 처녀의 전설이 깃든 남매탑은 천년 세월을 변함없이 중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여유로운 걸음으로 1.6km 내려오니 동학사에 다다른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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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햇살은 비스듬히 몸을 누이고, 머리 위로 구름이 흐른다. 미국을 대표하는 자연주의자 존 무어는 “산에서 보낸 하루가 몇 수레의 책보다 낫다”고 했다.

산이 사람을 품어주는 넉넉함, 살아있는 풍경화에 동화되며 약 10km, 5시간 계룡산 등산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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