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최고의 조망처 ‘숨은벽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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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최고의 조망처 ‘숨은벽 능선’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0.06.03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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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㉕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 날랜 몸매 과시
[사진=이경구]
인수봉. [사진=이경구]

북한산(北漢山)은 2000만 수도권 주민들의 허파 역할을 하며 사계절 휴식처가 되어주는 서울의 진산이다.

최고봉인 백운대(836.5m)를 비롯해 인수봉(810.5m)과 만경대(787.0m)가 큰 삼각형을 이루고 있어 삼각산으로도 불리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수도권 최고 명산이다.

하얀 등뼈를 곧추세운 웅장한 암봉은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그 여백은 푸른 솔의 기상과 녹음의 물결로 채워져 더없이 싱그럽다.

[사진=이경구]
숨은벽 능선을 가운데 두고 왼쪽은 인수봉, 오른쪽은 파랑새능선이다. [사진=이경구]

인수봉에서 북쪽으로 뻗은 우람한 암릉이 설교벽이고 백운대에서 원효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원효 능선이다. 설교벽과 원효 능선 사이에는 숨은벽 능선이 있다. 능선이 있는지 없는지 숨어 있는 듯 잘 보이지 않아 숨은벽이라고 한다.

북한산 정상에서 북으로 뻗어내린 장쾌하고 우람한 암릉미와 조망이 빼어난 북한산 비경 코스다. 숨은벽 암릉은 릿지를 즐기는 등반가들이 즐겨찾는 매력 있는 능선이다. 뚜벅이 길손들은 그져 보기만 해도 찌릿찌릿 오금이 저린다.

[사진=이경구]
숨은벽 능선. 스릴 넘치는 바윗길이 이어진다. [사진=이경구]

오늘은 암릉산행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숨은벽 코스로 백운대 정상에 오르고 우이동으로 하산 방향을 잡아본다. 특히 고등학교 친구 서승진이 동반 산행을 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기로 해 더없이 즐거운 산행이 될 것 같다.

새벽 어스름이 채 가시지도 않은 이른 시간에 부랴부랴 짐을 꾸려 지하철 구파발역에 내려 택시를 타고 고양시 국사당에서 하차한다. 국사당 입구(밤골매표소)에서 시작된 산행은 산길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국사당은 굿을 하는 당집이지만 굿가락과 징소리 없이 조용하다. 국사당 옆길을 지나 본격적으로 숨은벽 코스로 들어선다.

[사진=이경구]
칼바위 능선의 위용을 과시하는 숨은벽 능선. [사진=이경구]

이곳에서 백운대 정상까지는 4.3km. 초입 30분 정도 걸음은 무난한 흙길이다.

얼마간 걸으니 고양·파주 방향으로 시야가 툭 트여 짙푸른 무성한 숲과 햐얀 화강암반의 하모니가 어우러져 산객의 발길은 활기가 차오른다.

본격적인 암릉의 시작인 해골바위를 지난다. 바위의 형상은 두 눈이 푹 패여 영락없는 해골 모습으로 숨은벽의 명물 바위다. 해골바위를 지나면 큰 수직바위가 있고 슬링줄을 잡고 오른다. 슬랩이 어려우면 돌아가는 우회길이 있다.

[사진=이경구]
해골바위. [사진=이경구]

암릉길을 조금 더 오르면 전망대 바위가 넓게 펼쳐져 있다.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 숨은벽이 날랜 몸매를 과시하고 왼편으론 상장 능선이, 오른쪽엔 파랑새 능선의 장군봉이 화려하게 눈앞에 펼쳐져 공간감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북한산 최고의 조망처다.

곱게 씻은 하늘과 발아래 무성한 녹음이 눈빛을 당긴다. 가쁜 숨을 추스리며 능선을 향해 셔터를 눌러 본다. 함께한 벗과 다정하게 셀카로 추억을 남긴다.

[사진=이경구]
숨은벽 능선. [사진=이경구]

전망바위에서 연이어지는 슬랩 구간을 걷는다. 오른쪽으로 깎아지른 단애를 이루는 절벽 구간이다. 얼마지 않아 숨은벽 대슬랩이 눈앞에 떡하니 나타나는데 그 위용이 대단하다.

대슬랩 앞에서 오른쪽 밤골계곡 방향으로 빠진다. 50m 정도 내려오다 왼편으로 백운대와 숨은벽 사이의 안부로 오르는 길로 약 500m 깔딱고개를 올라 호랑이굴을 우회하면 백운대 가는 길과 만난다.

[사진=이경구]
남성의 강한 힘이 느껴지는 숨은벽 능선. [사진=이경구]

된비알에 심장과 허파가 고동치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백운대 초입(위문)을 빠져 마침내 태극기가 펄럭이는 수도 서울의 꼭대기 북한산 백운대 정상에 선다.

거침이 없는 일망무제로 압도되는 시야는 동서남북 사방이 눈 아래 펼쳐진다. 바로 앞 인수봉에선 록 클라이머들이 자일 밧줄에 체중을 싫고 거대한 바위벽에 붙어 있다. 그 뒤로는 도봉산의 기운찬 능선이 이어지고 맞은편 만경대는 1만 가지의 기묘한 형상을 펼쳐 놓는다. 선경(仙境)이다.

[사진=이경구]
인수봉 뒤로 도봉산 오봉과 자운봉이 선명하다. [사진=이경구]

정상부 넓은 암릉 위에 앉아 막힘없는 눈 호강을 즐기고 우이동 방향으로 하산길에 나선다.

산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똑같은 길을 내주기도 하지만 한발한발 땀 흘려 산정에 선 길손에게만 값진 선물을 안겨준다.

[사진=이경구]
어미를 기다리는 꺼먹 딱따구리 새끼(천연기념물 242호).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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