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능선에서 조망하는 다도해 쪽빛 바다…해남 달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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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능선에서 조망하는 다도해 쪽빛 바다…해남 달마산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0.03.2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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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⑲ 견고한 요새처럼 앉은 도솔암…선경의 세계 착각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한반도 남쪽 끝 해남군은 토말(土末), 즉 땅끝이면서 땅의 시작이기도 하다.

육당 최남선은 해남군 땅끝에서 서울까지 천리, 서울에서 함북 온성군까지를 이천리로 잡아 우리나라 국토를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했다.

천리길 승용차 운전이 부담스러워 광주행 심야 고속버스를 탄 시각은 새벽 1시. 버스 엔진소리가 멈춘 시간이 새벽 4시20분이었으니 3시간20분 걸려 광주 고속터미날에 도착했다.

다시 해남 땅끝행 직행버스에 환승해 광주에서 해남까지는 약 1시간20분 거리. 땅끝 못 미쳐 산정리 정류소에서 내려 간단하게 아침식사 후 택시로 목적지 달마산 미황사에 도착한 건 아침 7시였다.

살가운 아침바람이 살짝 맵긴하지만 서울보다 한결 부드러워 최남단 반도의 끝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그야말로 화려한 봄꽃이 만화방창(萬化方暢)인 계절에 뉴스만 틀면 코로나 통계와 감염, 격리, 불황, 도산, 잿빛 혼돈 가득한 단어들만이 난무한다.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고 힘겨운 날들이 계속돼 상춘의 기운은 벌써 빛이 바랜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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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전경. [사진=이경구]

천년고찰 미황사(美黃寺)는 단청이 벗겨진 맨얼굴로 아담하고 오롯하게 자리잡고 있다. 대웅보전 뒤로는 달마산의 뾰족한 암봉이 줄줄이 이어져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바위명산 달마산(498m) 산행은 고즈넉한 마황사에서 시작한다. 먼저 등산화 끈을 단단히 조여맨다.

백두산에서 남으로 내려오는 한반도의 등줄기 백두대간은 지리산에서 가지를 쳐 호남정맥을 이루고 호남정맥 서쪽으로 땅끝 기맥의 마지막에 해남 달마산이 우뚝 솟아오른다. 한반도의 끝산이다.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달마산은 남도의 금강산으로 불릴 만큼 빼어난 암봉과 암릉이 이어져 있고 바위능선에서 보는 기암괴석과 다도해 푸른빛 남쪽바다의 조망은 한 폭의 풍경화 속으로 빨려들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산행 코스는 미황사-불썬봉(달마봉)-문바위-대밭삼거리-떡봉-도솔암-도솔봉-마봉리약수(약 9.2km, 약 5시간30분 소요)로 오른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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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산의 넉넉한 품속으로 자박자박 걸음을 내딛는다. 평온한 진초록 동백 숲길이 싱그럽다.

동백은 나무에서 한번 피고 땅에서 한번 핀다고 했던가? 윤기 반지르르한 고운 모습으로 길손을 반긴다. 꽃송이째 뚝뚝 떨어진 선홍색 동백꽃이 슬프도록 아름답다.

호젓한 숲길 따라 20분쯤 지나자 돌담 위로 제법 넓은 공지에 헬기장이 자리하고 있다.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오른다. 이곳에서부턴 경사가 심한 돌무더기 너덜길. 오름이 쉽지 않다.

거친 바윗길을 지나 전망바위에선 남해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지고 출발지 미황사가 한눈에 잡힌다. 오르기 힘든 너덜길은 계속되며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심장이 뛰고 맥박이 빨라질 즈음 능선에 닿고 바로 정상 달마봉 표지석이 나온다. 정상에 오르는 시간은 짧지만 이곳에서 남북으로 긴 능선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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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주차장에서 달마봉까지는 약 1시간이 소요됐다. 예전 달마봉 정상은 봉수대가 있어 불을 피웠다 해 불썬봉이라 불렸다. 정상의 조망은 남해의 쪽빛 다도해 풍광과 산줄기 사이사이에 펼쳐진 푸른 들녘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진다.

동쪽으로는 완도의 들머리 완도대교와 그 뒤로 상황봉이 우뚝 서 남해를 지키고 있고 서쪽으론 바다 건너 진도, 북으로는 두륜산이 펼쳐져 조망의 절정을 보여준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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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 이어지는 능선의 암봉들이 마치 설악산 공룡능선을 방불케 한다. 달마봉에서 문바위까지 너덜길, 거친 암릉길, 데크계단과 로프구간이 교차되며 서너 차례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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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고 험한 바위 바위능선길은 문바위재부터 험해진다. 날카로운 칼바위 위험 구간으로 좌측으론 심한 낭떠러지에 긴장감과 스릴을 만끽하게 해준다. 멀리 땅끝의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은빛의 일망무제의 바다가 삼면으로 장대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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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산에는 화강암반 절벽에서 나오는 석간수인 작은금샘과 큰금샘 두 개의 신비한 샘이 있다. 문바위 근처 협곡을 내려서서 작은금샘 이정표를 보고 서홍마을 방향으로 20미터쯤 내려오면 오른쪽 조그마한 공터가 보이고 작은 금샘을 만난다. 신비하고 영험한 샘물로 목을 축이고 주등로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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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제비꽃. [사진=이경구]

산죽이 많은 대밭삼거리에서 귀래봉 데크계단을 지나 밧줄구간을 내려서면 너덜바윗길을 따라서 20미터쯤 아래 왼쪽 산길로 접어들게 되고 작은 석문이 나온다. 그곳에서 다시 20미터를 내려오면 암벽에 석굴이 있고 석간수가 고인 달마산 큰금샘이다.

샘물을 한모금 마시고 물병에 담았다. 샘 앞으론 절벽이고 탁트인 다도해 조망도 일품이다. 아무나 허락하지 않는 찾기 힘든 샘으로 암봉 틈사이 깊숙한 곳에 숨겨져 달마산의 기가 녹아든 듯 신비스럽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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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금샘에서 하숙골재를 지나 떡봉을 향해간다. 비교적 무난한 길로 속도를 낸다. 만개한 진달래는 천상의 정원을 만들어 놓았다. 떡봉을 지나 철탑이 솟아있는 도솔봉으로 향한다.위엄찬 바위들이 연달아 솟아 조화를 이룬 도솔봉. 거친 바위산의 모습이 가히 소금강산임을 실감하게 하는 풍경이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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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절벽 아래서부터 석축을 쌓아 올려 흙을 메꿔 평평하게 만든 곳에 자리 잡은 도솔암은 마치 견고한 요새처럼 앉아 있다. 선경의 세계에 와있는 느낌이다.

수많은 기암괴석과 수려한 암봉, 아름다운 다도해의 비경을 품고 걸었던 달마산 산행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땅끝마을로 내려와 차오르는 성취감에 심신이 평온한 상태에서 느긋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서울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달마산이 가슴속으로 녹아든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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