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틈 등 굽은 소나무 사이로 굽이굽이 아득한 충주호 물길…단양 제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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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틈 등 굽은 소나무 사이로 굽이굽이 아득한 충주호 물길…단양 제비산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0.03.1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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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⑱ 등산로 곳곳이 훌륭한 전망대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가 일상을 뒤틀어 놓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짓눌린 비정상적인 일상을 만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란 초유의 사태에 너와 나 서로가 멀어지고 있다.

봄을 잊은 서글프고 허망한 마음을 달래는 세심(洗心)의 기회를 갖기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천천히 산행에 나섰다.

차는 중앙고속도로 단양을 향해 시원하게 질주해 제비산(제비봉: 721m)의 들머리 단양군 단성면 장회리 장회나루에 도착했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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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산국립공원에 안긴 제비봉은 부챗살처럼 드리워진 바위능선이 제비가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장회나루에서 정상까지 2.3km, 약 2시간10분 거리이며 왕복 4시간 산행 코스다.

정상까지의 등로는 바위와 돌이 많은 데다 수직에 가까운 철계단도 수시로 나타나니채비를 단단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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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급경사의 나무계단. ‘만만하게 보지 말라’는 경고 같기도 하고 급한 마음 일찌감치 접으라는 충고 같기도 한 계단을 한 걸음씩 천천히 오른다.

깎아지른 암벽을 따라 오르니 놀랄 풍경이 불쑥 나타난다. 시야가 탁 트여 충주호의 물길이 나타나고 막힌 가슴을 뻥 뚫어 준다.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굽이굽이 쉼 없이 흐르고 감돌아 잔잔한 충주호의 물결이 제비봉과 맞닿은 풍경은 온 세상을 수용하는 선경이다.

솔향 진한 오르막을 헐떡이며 오른다. 한 고개를 넘었다고 마음 놓으니 다시 오르막이 나온다. 휘어진 길을 따라 더 깊이 몸을 들인다. 오를수록 아스라이 펼쳐진 충주호의 수면이 평온한 정경으로 다가온다.

하늘은 멀고 나무도 풀도 호수도 숨 죽은 듯 고요하다. 명주바람이 불어 나무들이 춤추듯 술렁거린다. 등산로 바위틈에 등 굽은 소나무가 독야청청 우람하고 비틀리며 꺾여 자란 제 빛깔의 구부린 등이 하늘을 떠받친 모습이 신비롭다.

등골에는 땀이 흐르고 목이 마르지만 가쁜 호흡을 다듬는다. 등짐을 내려놓고 목을 축이며

잠시 산세를 꼼꼼히 둘러보고 마음과 눈에 차곡차곡 담아본다.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제비봉 등산로는 곳곳이 훌륭한 전망대다. 한 치라도 더 멀리 보고 싶은 욕심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이다.

최고의 그림은 단연 이 정상에 걸려있다. 나무 데크로 만들어 놓은 전망대에 서는 순간 입이 절로 쩍 벌어진다. 충주호 푸른 물줄기가 한눈에 조망되고 티 없이 맑은 풍경에 눈이 깨끗해진다. 맑은 바람에 또 가슴 밑바닥 꼭꼭 숨겨진 콩알 같은 생채기까지 절로 아문다.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정상 데크 위에 돗자리를 펴고 배낭 안에 넣어온 점심식사로 가볍게 속을 채워 원기를 보충한다.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후 원점 회기 산행을 이어간다.

하산길은 오르막에 비해 완만하고 긴 구간 동안 계속 충주호가 조망되며 충주호 뒤편으로 산그리메의 멋진 모습이 펼쳐진다. 산과 호수가 아늑하게 펼쳐진 제비봉은 자연의 명작(名作)이다.

건강하면 다 가진 것, 이 말을 실감하며 잠시 세상 시름 잊고 충주호의 물처럼 유유자적 걸었던 행복한 산행이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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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후 고 노무현 대통령이 사랑하셨던 4대째 90년 이어오는 단양 대강막걸리 한 사발은 소백산 어린 솔잎을 갈아 넣었다니 풍미가 한층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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