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서울의 일출 명소…아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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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서울의 일출 명소…아차산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0.02.2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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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⑯ 깔딱고개 하나 없이 오르는 정상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잎샘추위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이자 봄의 시작이다. 엊그제 내린 단비로 대지는 생기가 있으며 흙빛도 선명하게 달라져 있다.

간지러운 봄바람에 남녘으로부터 꽃소식이 실려 오기도 전 무서운 종으로 진화된 코로나가 온 국민의 자유로움을 훼방 놓으니 납작 엎드려 있을 수밖에 없다.

사람에게 맞서는 역병의 무게에 몸을 사리며 마스크로 무장한 봄마중에 마음이 새삼 착잡하다.

[사진=이경구]
4보루에 있는 팥배나무. [사진=이경구]

봄이라고 하기엔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이른 새벽 아차산(峨嵯山 287m)에 올랐다. 높을 아(峨) 우뚝솟을 차(嵯)를 쓴 이름에 비해 그다지 높지 않은 야트막한 산이다.

작지만 나름의 매력을 지닌 아차산은 광진구 광장동과 경기도 구리시에 걸쳐 있으며 서울의 산중에 가장 동쪽에 있어 해가 먼저 떠오르는 일출 명소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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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히 흐르는 한강을 굽어보는 조망과 능선에선 사방의 시야가 탁 트여 빼곡한 서울 시가지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동쪽으론 구리시 하남시 예봉산 검단산 남한산이 이어져 눈맛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아차산은 고구려 시대 축조된 아차산성과 보루(堡壘)가 잘 보존되어 있다. 또한 온달장군과 평강공주의 전설이 전해지는 산으로도 유명하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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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은 미천한 출신에서 평강공주를 만나 고구려 대장군이 되어 신라군과 싸우다가 화살을 맞고 전사한 곳이 바로 아차산성이다. 삼국시대부터 뺏고 뺏기는 격전지였던 곳으로 서울을 방어하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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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라마처럼 펼처진 서울 전경. [사진=이경구]

아차산에 얽힌 이야기중 조선 명종(明宗)때 인물 맹인 홍계관이 있다. 점쟁이였던 홍계관의 점괘는 매우 신통해 궁궐까지 퍼졌고 미신을 믿지 않았던 명종은 점쟁이들을 혹세무민(惑世誣民), 백성을 속이는 자들로 생각해 홍계관을 궁궐로 불러드린다.

“여기 상자에 쥐가 몇마리 들어있느냐?” 홍계관은 “예, 5마리가 들어 있습니다”고 답했다. 상자를 열어 보았더니 쥐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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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산에서 기(氣)가 가장 왕성한 장소에 있는 고구려정. [사진=이경구]

명종은 사람들을 속인 죄를 물어 홍계관을 처형하라 명한 뒤 혹시나 해서 쥐의 배를 갈라 보니 새끼 4마리가 있었다.

“아차! 내가 잘못 알았구나.” 명종은 ‘아차’ 하며 형중지를 명했지만 이미 때가 늦어 홍계관의 사형은 집행돼 죽어 버렸다. 이후 형장이 있던 고개를 아차고개라 했으며 아차산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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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산은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 2번 출구와 광나루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등산로 입구까지 대략 10여분 정도 소요된다. 야트막하고 산세가 험하지 않아 누구나 오르기 쉬우며 마음만 먹으면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만남의광장~소나무숲~낙타고개~고구려정~해맞이광장~아차산정상~대성암~낙타고개~친수계곡~만남의광장(주차장)코스로 걸음을 내딛는다.

이른 새벽 사위는 고요하고 적막하다. 새벽 하늘의 찬별들이 듬성듬성 매달려 있다. 부지런한 산객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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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로에서 고구려정까지는 데크 계단길로 되어 있어 걷기에 좋다. 고구려정에서 아차산 정상까지는 완만한 오르막길과 편편한 평지길이 적절히 어우러져 있으며 능선에 명품 소나무와 너럭바위 보루 해맞이 전망대가 있어 쉬어가기에 좋다.

정상부에 오르다가 만나는 깔딱고개 하나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쉬운 길이며 아차산 정상에서 용마산 망우산으로 이어진다. 가깝고 먼 풍경을 급하게 렌즈에 몇 컷 넣고 하산을 시작한다.

동트는 해의 기운과 신선한 새벽 공기를 들이키고 내려와 광나루 매콤한 육개장으로 빈속을 채우며 찬 몸을 녹인다. 허허로운 새벽 아차산에 오르면 처졌던 심신이 상쾌해진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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