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포스코만 20년 이상 영업이익 1조원 초과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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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포스코만 20년 이상 영업이익 1조원 초과 달성”
  • 이성태 기자
  • 승인 2020.01.22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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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1조 클럽, 2010년 22곳 ‘최다’…이후 뒷걸음질

국내 대기업 중 삼성전자와 포스코 두 곳만 20년 넘게 매출 10조·영업이익 1조 클럽에 연속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국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한 대기업 숫자는 지난 2010년을 정점으로 더 늘어나지 않았다.

22일 조직개발 전문업체 지속성장연구소가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에 의뢰해 ‘1998~2018년 사이 상장사 매출 1조 기업의 영업이익 변동 조사’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매출 1조 이상 슈퍼기업 중 영업이익이 1조가 넘는 곳은 1998년 4곳에서 2004년 16곳으로 늘었다.

2010년에는 22곳으로 많아졌지만 영업이익 1조 클럽 성장 시계는 여기서 멈췄다.

2011년(21곳), 2012년(17곳), 2013년(11곳), 2014년(14곳), 2015년(16곳), 2016년(20곳), 2017·2018년 각 18곳으로 2010년보다 줄었다. 2013년에는 2010년 대비 영업이익 1조 기업 수가 반토막 났다.

‘영업이익 1000억 클럽’으로 살펴봐도 사정은 비슷했다. 지난 2010년 당시 영업이익이 1000억원이 넘는 기업은 118곳이었다. 이는 1998년 이후 20년 중 가장 많은 숫자다. 매출 슈퍼기업이 가장 많았던 2018년에도 영업이익 1000억 클럽에 가입한 곳은 106곳에 불과했다.

연도별 매출 슈퍼기업들의 영업이익 규모는 1998년 9조원대에서 2004년 58조원대로 높아졌다. 100조를 처음으로 넘긴 시점은 지난 2017년(109.3조원) 들어서면서다. 2018년에는 118.5조원으로 1998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998년 대비 2018년 영업이익 증가액만 놓고 보면 매출 슈퍼기업들의 영업 체력은 크게 좋아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착시 현상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2010년 이후 6년간 한국경제는 한마디로 ‘상실의 시대’로 응축된다. 2011~2016년 사이 매출 슈퍼기업의 영업이익은 62조~73조원 규모였다. 85조원을 기록한 2010년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문제는 2010년 당시 매출 슈퍼기업 수는 179곳으로 2011~2016년 사이 180~192곳보다 더 적었다는 점이다. 1조 넘는 대기업 숫자가 더 적었음에도 영업이익은 더 많이 올렸다는 얘기다.

영업이익률 변동 흐름을 살펴보면 좀 더 선명히 드러난다. 2010년 당시 매출 슈퍼기업의 영업이익률은 7.7%. 이에 비해 2011~2016년은 5.1~6.3% 수준에 머물렀다. 2011~2016년은 외형 덩치만 커졌을 뿐 영업 내실은 2010년 때보다 뒷걸음질쳤다.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낸 2018년에도 앞서와 같은 상황은 반전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일시적 호황을 누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의 영업이익을 제외하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2018년 당시 매출 슈퍼기업(197곳)의 전체 영업이익 규모는 120조원에 육박했다. 이중 삼성전자(43.7조원)와 SK하이닉스(21조원) 두 회사 이익을 제외한 195개 기업이 올린 이익 규모는 54조원 수준으로 확 떨어진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 보면 2010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회사 이익(18조원)을 빼더라도 67조원 상당의 이익이 남는다. 매출 슈퍼기업 수가 2018년보다 18곳이나 더 적었던 지난 2010년 10조원 정도 더 많은 이익을 냈다. 때문에 2018년은 반도체 호황 등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익이 급증해 대기업의 외형 성장세 수치가 일시적으로 좋아진 것처럼 보였을 뿐 다수의 매출 슈퍼기업 이익은 하강 곡선을 그린 경우가 많았다.

2010년 대비 2018년 영업이익 1조 클럽의 면면을 살펴보면 쉽게 증명된다. 2010년 영업이익 1조 클럽에 포함됐다가 2018년 탈락한 대기업은 9곳이나 됐다. 9곳 중 4곳은 영업손익 ‘A학점’에서 ‘F학점’으로 바꿔졌다.

LG디스플레이는 2010년 1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018년에는 47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도 2010년 1조3777억원 이익을 냈지만 8년 후에는 4637억원 적자를 냈다.

3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며 2010년 당시 삼성전자·포스코 다음으로 영업이익 3~4위를 했던 한국조선해양(-3337억원), 현대자동차(-593억원)조차도 2018년에는 영업적자 성적표를 받아들고 말았다.

이외에 기아자동차(2010년 1조8058억원→2018년 3926억원), 대한항공(1조1588억원→6673억원), 롯데쇼핑(1조1872억원→4031억원), KT(2조→9516억원), 현대제철(1조541억원→9334억원)도 2018년에는 영업이익 1조 클럽에서 제외됐다.

1998년 이후 21년 연속 매출 10조 클럽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된 한국전력공사는 2010년(-1조3125억원)과 2018년(-2조1932억원) 모두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 2011년(-3조2952억원), 2012년(-2조6928억원) 3년 연속 조 단위 영업적자 늪에 빠졌다.

이와 달리 네이버는 2010년(5974억원)에는 영업이익 1조 클럽 명단에 없었는데 2018년(1조2635억원)에는 당당히 가입했다. 롯데케미칼(9436억원→1조5228억원), 케이티앤지(9250억원→1조원), 한국가스공사(9129억원→1조1086억원)도 영업이익이 크게 좋아지며 2018년 영업이익 1조 클럽 멤버 자리를 꿰찼다.

지속성장연구소 신경수 대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덩치가 큰 대기업들은 시간이 갈수록 외형 성장은 더딘 데다 치열해지는 가격 경쟁력과 높아지는 인건비, 낮은 생산성 등으로 영업내실은 더 나빠지는 성장의 구조적 한계점에 봉착했다”며 “향후 AI, 로봇, 바이오, 미래형 자동차 등 고부가치 산업에 더 집중해 체격과 체력을 동시에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대상 기업 중 1998년부터 2018년까지 21년 연속 매출 10조·영업이익 1조 이상올린 곳은 삼성전자와 포스코 단 두 회사뿐이었다.

이 중 삼성전자는 지난 1994년부터 25년 간 ‘10조-1조’ 클럽을 가장 오랫동안 지켜온 것으로 확인됐다. 1998년부터 21년 간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영업이익 규모만 해도 261조원 이상이다. 1998년부터 2018년 사이 한 해 평균 12조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올린 셈이다.

포스코도 같은 기간 68조원의 이익을 기록하며 한 해 평균 3조원 수준의 영업내실을 창출해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998년 3.1조원에서 2004년 12조원으로 뛰었고, 2013년에는 21.8조원으로 높아졌다. 2017년에는 34.9조원대로 30조원을 기록하더니 1년 후인 2018년에는 43.7조원으로 40조원대를 찍었다. 2018년 당시 삼성전자 영업이익률은 25.6%로 1998년 이후 최고치였다.

포스코는 1998년 1.7조였던 이익 규모가 2008년에는 6.5조원까지 증가했다. 지난 2008년에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국내 영업이익 1위 자리까지 탈환하는 저력도 보여줬다. 2010년을 정점으로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이후 2~4조원대 수준에서 움직였고 2018년 영업이익은 3.8조원을 기록했다.

신경수 대표는 “삼성전자는 매출 10조·영업이익 10조 이상만 가입할 수 있는 ‘10-10 빌리언 클럽(Ten-Ten Billion Club)’에도 2012년 이후 7년 연속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같은 슈퍼 스타급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 많이 나와 줘야 한국경제도 다시 한 번 크게 부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SK하이닉스도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10-10 빌리언 클럽 회원 지위를 유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1998~2018년까지 상장사 기준 매출(개별·별도 재무제표 기준) 1조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이익 현황을 분석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분할된 경우 재상장된 시점 이후를 기준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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