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 줄고 여성·융합형 인재 부상…세대교체 바람도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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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임원 줄고 여성·융합형 인재 부상…세대교체 바람도 거세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9.12.30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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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O연구소, 연말 대기업 임원 인사 키워드는 세찬 바람 의미의 ‘WINDY’

올해 삼성과 CJ 등을 제외한 대기업 임원 인사는 바람이 세차게 부는 것을 의미하는 ‘윈디(WINDY)’라는 단어로 함축됐다.

여성 임원 강세(Woman), 이업종 간 융합형 임원 선호(Intercross), 인사폭 최소화(Narrow), 임원 수 감축(Decrease), 젊은 임원으로의 세대교체(Young)의 첫 글자에서 따온 말이다.

30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올 연말 대기업 임원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능력 있는 여성 임원의 발탁이었다.

LG생활건강 심미진 상무는 이 같은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인물이다. 심 상무는 1985년생으로 30대 초반에 불과해 주목을 받았다.

한국CXO연구소 분석자료에 따르면 올해 기준 100대 기업에서 1980년대생 임원 숫자는 남녀 모두 통틀어 0.4%에 불과했다. 1980년대생인 심 상무의 발탁이 파격일 수밖에 없다.

심 상무뿐 아니라 LG그룹에서는 LG생활건강 임이란 상무(38), LG전자 김수연 수석전문위원(39)도 30대에 별을 단 여성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LG그룹 내 여성 임원은 37명까지 늘어났다.

SK그룹과 롯데그룹도 여성 임원에 포커스를 두었다. 현대차 역시 여성 임원 3명을 추가 발탁하며 변화의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포스코에서는 김희 철강생산기획그룹장이 제철소 출신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별을 달아 화제를 모았다.

4차 산업 혁명시대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융합형 인재도 올 연말 인사에서 부각됐다. 이마트 강희석 CEO가 대표적이다.

강 사장이 이마트 CEO로 발탁되기 이전만 해도 이마트는 1962년생 유통맨 이갑수 사장이 이끌어왔다. 이 사장보다 12살이나 어린 컨설턴트 출신의 강 대표가 이마트의 수장이 되는 깜짝 인사가 단행된 것이다.

강희석 사장이 이마트 수장이 된 것은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속히 변하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되고 있다. 유통이라고 해서 유통 전문가가 CEO가 되어야 한다는 전통 관념이 깨진 것이다.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됐다. 향후 유통과 컨설팅, 금융과 IT, 자동차와 AI 등 이(異)업종 간 결합을 통해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임원이 각광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 인사 사례로 꼽혔다.

이와 함께 두세 개 이상의 부서를 아우를 수 있는 멀티형 인재도 다수 승진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대기업 임원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승진 잔치는 없었다’로 요약됐다. 올해는 한·일 경제전쟁과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 마찰 등으로 세계 경제는 먹구름이 짙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우리나라 경제도 다소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 임원 인사가 최소화된 사례가 많았다.

SK그룹의 경우 올 연말 임원 인사에서 발탁 임원 포함 승진 임원은 151명 규모였다. 이는 지난해 163명과 비교하면 다소 인사 폭이 줄어든 수치다.

포스코 그룹도 작년 34명이던 임원 승진이 올해는 16명으로 쪼그라들었고 롯데그룹도 임원 물갈이 폭은 컸지만 지난해 284명이나 임원 승진했던 숫자가 올해는 170명으로 감소했다.

GS·현대중공업·신세계그룹 등도 사정은 비슷했다. 일부 CEO와 주요 인사에 대해서는 큰 변화의 포인트 등을 보여줬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인사폭을 최소화하면서도 급속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강한 메시지를 보여주는 실리형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요약됐다.

경영 효율성 차원에서 최소 인력으로 최대의 성과를 얻어내겠다는 그룹 오너의 의지가 여실히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임원 수를 20% 넘게 줄이는 충격파 인사를 단행했다. 여기에 일반 직원들의 희망퇴직까지 받는 행보로 이어졌다.

LG디스플레이도 직원 감축과 함께 임원 수를 줄이는 고통 행렬에 동참했다. 자동차 업체인 쌍용차도 역시 임원 구조조정 메스를 들이댔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발전업 실적 부진 등으로 두산중공업도 올 연말 인사에서 임원 수를 20% 줄이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임원 숫자가 줄어들다 보니 대기업 직원이 기업의 별이 될 확률이 그만큼 더 낮아졌다. 실제 CXO연구소가 100대 기업 전체 직원과 임원 간 비율 변동 현황을 살펴보면 2011년 임원 1명당 직원은 105.2명에서 2015년 106.8명으로 늘었고 2018년에는 124.5명으로까지 증가하더니 작년에는 128.3명으로까지 증가했다. 2020년에는 130명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젊은 임원으로의 세대교체는 올해 임원 인사의 핵심 키워드나 다름없었다. 세대교체 바람은 젊은 오너 등장과 2010년대에서 2020년대로 전환되는 시점으로 CEO는 물론 일반 임원으로까지 광범위하게 이어졌다.

올해 임원 인사가 본격적으로 단행되기 이전만 해도 1958년생 최고경영자를 뜻하는 ‘오빠(58) CEO’의 거취 여부가 큰 관심을 모았다. 재계에서 최다 활약하는 1958년생 CEO를 중심으로 1950년대생 최고경영자들의 움직임에 따라 임원 인사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실제 인사 뚜껑을 열어보니 CEO 층에서는 1960년대생으로 세대교체되는 특징이 드러났다.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은 인사 발표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유임에 무게중심이 컸지만 결과는 용퇴로 가닥이 잡혔다. 그런데 1963년생인 권봉석 사장이 후임 CEO 자리에 앉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 간 교체가 이뤄지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일반 임원층에서는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를 뜻하는 ‘6말7초’로 무게중심이 크게 이동됐다. 특히 현대차그룹에서는 1970년대 출생자들을 신규 임원으로 다수 발탁되며 새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의 강한 몸짓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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