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용품에서 한국적 미감으로의 재인식…『명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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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용품에서 한국적 미감으로의 재인식…『명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9.11.2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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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평범한 일상용품이 켜켜이 세월의 더께를 입게 되면 더러 명품으로 재인식된다. 고려청자를 비롯해 백자 달항아리, 조각보, 민화 등이 대표적이다.

조선 문인화의 최고봉으로 꼽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역시 힘든 제주도 유배생활 중 사제간의 의리를 잊지 않고 북경에서 두 번이나 귀한 책을 구해 보내준 제자이자 역관이었던 이상적의 인품을 칭송하며 답례로 그려준 그림이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사용됐던 이들 작품이 한 자리에 모여 있게 되면 그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잘 단장된 전시 공간 내 진열장을 통해 이들 일상용품을 감상하는 것은 집 안에서 개인적으로 감상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특별한 경험이다.

이때 비로소 사람들은 집단적으로 고려청자나 조각보와 같은 일상용품의 미학을 느끼고 그 역사적 가치와 전승 과정을 되돌아본다. 또한 한국적 미감의 하나로 인식하게 된다.

신간 『명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코리브르)는 오래 전의 일상용품들이 언제 어떻게 미술품으로 대접받게 됐는지, 더 나아가 고미술과 문화재가 어떻게 명작의 지위를 획득하게 됐는지, 고미술과 문화재를 어떻게 인식하고 수용하는지를 컬렉션의 측면에서 들여다본다.

저자는 한국 근현대기의 고미술 컬렉션의 본질적이고 고유한 특성, 컬렉션 형성 과정에서의 시대적·사회적·문화적 의미, 박물관·미술관이라는 제도와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컬렉션을 어떻게 만나고 수용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고 인식하는지를 고찰한다. 특히 컬렉션 수용을 통한 미적 인식 또는 한국미 인식에 대한 성찰이 돋보인다.

우리 역사에서 고미술 컬렉션이 활성화하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조선 후기 18∼19세기부터다. 조선 후기 고미술 컬렉션은 근대기 컬렉션 문화의 형성과 정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기존의 연구는 조선 후기 고미술 컬렉션과 근대기(일제강점기)의 고미술 컬렉션을 연속선상에서 바라보지 않고 단절해 접근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에 반해 이 책은 조선 후기 컬렉션의 전개와 특성이 일제강점기로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고찰함으로써 우리 근현대기 고미술 컬렉션의 역사적 흐름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저자는 “한국적 미감을 발견하거나 재인식하는 과정, 명작의 반열에 오르는 과정은 평범한 듯하지만 은근히 드라마틱하다”면서 “모두 나름대로 흥미로운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우리가 고미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기억하는지 고미술 컬렉션과 박물관·미술관의 존재 의미와 역할에 대해 짚어볼 수 있었다”고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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