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자식의 좋은 점 말하지 않고 자식은 부모의 나쁜 점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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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자식의 좋은 점 말하지 않고 자식은 부모의 나쁜 점 말하지 않는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10.1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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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7강 준례편(遵禮篇)…예절을 따르라⑦
김준근, '기산풍속도'.
김준근, '기산풍속도'.

[한정주=역사평론가] 父不言子之德(부불언자지덕)이요 子不談父之過(자부담부지과)니라.

(부모는 자식의 덕(德)을 말하지 않고, 자식은 부모의 허물을 말하지 않는다.)

“부모는 자식의 덕을 말하지 않는다”는 말은 옛 사람들의 자식 사랑하는 방법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들의 자식 사랑 법은 “자식을 사랑하되 밖으로 드러내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마광은 『가범』에서 증자의 말을 빌려 옛 사람들의 ‘자식 사랑하는 방법’을 이렇게 전해주고 있다.

“군자는 자식을 사랑하나 얼굴에 사랑하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자식에게 일을 시킬 때 얼굴에 안쓰러워하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도리로 이끌어 부모를 따르게 할 뿐 강압적인 말로 명령하지 않는다. 비록 마음속으로 깊이 사랑하더라도 밖으로 드러내 나타내지 않고 항상 엄숙하고 장중하게 자식을 대하고 얼굴이나 말에 기뻐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도리로 자식을 이끌어 부모를 따르게 하지 않는 것을 가리켜 ‘자식을 버리는 짓’이라고 말한다. 강압적으로 명령하면 부모의 은혜를 상하게 할 수 있으므로 시간을 두고 점차 어루만져서 따르게 해야 한다.”

부모가 자식의 덕을 말하지 않는 까닭은 첫째는 자식이 자만하거나 교만해질까 두려워서이고, 둘째는 자식 자랑이 자칫 다른 사람에게 좋지 않게 비춰져 자식에게 해(害)나 누(累)가 되지 않을까 두려워서이고, 셋째는 자식을 앞세워 자기 자신을 자랑하는 자화자찬(自畵自讚)으로 보일까 두려워서이다.

그럼 “자식은 부모의 허물을 말하지 않는다”는 말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부모가 아무리 잘못을 저지르고 허물이 있어도 자식은 결코 말해서는 안 된다는 뜻인가.

다시 사마광의 『가범』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사마광은 “부모의 잘못과 허물에 대해 간(諫)하는 자식은 그 잘못과 허물로부터 부모를 구제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부모에게 순종하는 것은 자식의 도리이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부모에게 순종하지 않는 자식의 언행을 가리켜 “도리에 어긋났다”고 힐책한다. 하지만 사마광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부모의 언행이 잘못되었다면 순종하지 않아야 한다. 순종하면 부모를 큰 악(惡)에 빠지게 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큰 악에 빠지는 잘못과 허물을 저지르는데도 간하지 않는다면 그 자식은 아무런 상관없이 그냥 지나치는 ‘노인(路人)’, 즉 ‘길가는 사람’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므로 부모가 의롭지 않는 언행을 한다면 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부모의 잘못과 허물에 대해 간곡하게 간하되 부모를 거슬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사마광의 주장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에 대해 사마광은 『예기』 <곡례> 편을 인용해 말한다. “세 차례 간곡하게 간해도 부모가 듣지 않으면 울부짖고 부모를 따라야 한다.”

그리고 다시 『예기』 <내칙(內則)> 편을 인용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부모에게 잘못과 허물이 있을 경우 기운을 진정시키고 얼굴빛을 온화하게 하고 부드러운 말소리로 정성을 다해 간곡하게 말씀드려야 한다. 만약 부모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더욱 공경하고 더욱 효도해야 한다. 그리고 기회를 보아 다시 말씀드린다. 비록 부모가 기뻐하지 않는다고 해도 부모에게 죄를 짓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귀에 익숙해지도록 그 잘못과 허물에 대해 말씀드려야 한다. 혹시 부모가 크게 화를 내며 매질을 해도 결코 미워하거나 원망해서는 안 되고 더욱 공경하고 효도해야 한다.”

이와 같은 사마광의 가르침에 대해 어떤 사람은 “자식이 말씀드리는 순간 부모의 잘못과 허물이 밖으로 드러날 것인데, 그래도 말씀드려야 합니까?”라고 질문했다. 이에 사마광은 자식이 부모의 잘못과 허물을 말하는 매우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방법과 기준을 제시해주고 있다.

“집안에서 말씀드릴 뿐 밖에서는 숨겨야 한다. 집안에서 말씀드리면 부모의 잘못과 허물이 멀리 새어나가지 않고, 밖에서는 숨기면 다른 사람들이 부모의 잘못과 허물을 들을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다. 이렇듯 공경하고 효도하는 마음으로 부모의 잘못과 허물을 말씀드리면 부모는 자식 때문에 칭찬을 받게 된다. 또한 부모의 잘못과 허물까지도 자신의 잘못과 허물로 돌아오게 한다.”

이러한 까닭에 집안에서는 부모의 잘못과 허물을 정성을 다해 간곡하게 말씀드려 고치게 하고, 밖에서는 부모의 잘못과 허물을 숨기고 말하지 않는 자식이야말로 진정한 효자라고 할 수 있다는 것다.

따라서 “자식은 부모의 허물을 말하지 않는다”는 말의 참뜻은 자식은 밖에서 부모의 잘못과 허물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부모의 잘못과 허물을 보고도 말하지 않고 못 본 척 혹은 모르는 척 덮는다는 뜻은 아니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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