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는 손발과 같고 부부는 의복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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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는 손발과 같고 부부는 의복과 같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9.25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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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6강 안의편(安義篇)…의로움에 편안하라②
진평은 뛰어난 지모(智謀)로 한나라 고조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는데 공헌을 했고 유방의 아들인 제2대 활제 혜제 때는 승상에 오를 정도로 크게 입신출세한 인물이다.
진평은 뛰어난 지모(智謀)로 한나라 고조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는데 공헌을 했고 유방의 아들인 제2대 활제 혜제 때는 승상에 오를 정도로 크게 입신출세한 인물이다.

[한정주=역사평론가] 莊子曰(장자왈) 兄弟(형제)는 爲手足(형제위수족)이요 夫婦(부부)는 爲衣服(부부위의복)이라 衣服破時(의복파시)엔 更得新(갱득신)이나 手足斷處(수족단처)엔 難可續(난가속)이니라.

(장자가 말하였다. “형제는 손발과 같다. 부부는 의복과 같다. 의복이 떨어졌을 때는 다시 새로운 의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손발은 끊어지면 다시 잇기 어렵다.”)

사마광의 『가범』에서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兄弟(형제) 手足也(수족야) 今有人斷其左足以益右手(금유인단기좌족이익우수) 庸何利乎(용하리호)?”, 즉 “형제는 손발과 같다.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의 왼쪽 발을 잘라서 오른쪽 손을 이롭게 하려고 한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형제가 자신의 손발과 같은 이유는 -앞서 안지추가 말한 것처럼- 한 부모로부터 육신을 나누어 받고 기운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형제는 한 몸이 나누어진 것이고 기운을 함께 하기 때문에 숨 쉬는 것만 다르게 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사마광은 ‘형제 사이에 이익을 다투다가 서로 해치는 일’은 곧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해치는 꼴’이라고 꾸짖고 있다. 그러면서 그와 같은 일을 살무사에 비유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살무사는 하나의 몸뚱이에 두 개의 입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서로 먹을 것을 차지하려고 다투다가 마침내 서로 죽이는 데까지 이른다. 이익을 다투다가 서로 해치는 일이 살무사와 무엇이 다른가?”

형제는 멀리하려고 해도 멀리할 수 없고 끊으려고 해도 끓을 수 없는 사이이다. 형제를 멀리하고 끊는 것은 곧 자신의 손발을 멀리하고 또한 자신의 손발을 끊는 일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반면 부부는 멀리할 수도 있고 또한 끊을 수도 있는 관계이다. 남편 혹은 아내란 존재는 자신과 전혀 다른 부모에게서 육신을 물려받고 기운을 이어받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부부란 근본적으로 남과 남이 인위적으로 혼인을 맺어 이룬 관계라는 것이 사마광을 비롯한 옛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므로 형제 사이는 사람이 선택할 수 없는 관계이지만 부부 사이는 선택할 수 있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사마광은 형제 관계를 멀어지게 하거나 끊게 하는 부부 관계라면 -마치 의복이 떨어지면 버리고 새로운 의복을 구해 갈아입어야 하는 것처럼- 마땅히 그 관계를 끝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사마광은 『가범』에서 동생을 미워한 아내를 집안에서 내쫓은 한나라의 승상 진평(陳平)의 형 진백(陳伯)의 고사를 소개한다.

진평은 뛰어난 지모(智謀)를 지녀서 한나라 고조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는데 공헌을 해 크게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또한 유방의 아들인 제2대 황제 혜제(惠帝) 때는 최고위 관직인 승상(丞相)의 자리에 오를 정도로 크게 입신출세한 사람이다.

진평은 아주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젊었을 때 매우 궁색하게 지냈다고 한다. 그의 형 진백은 항상 홀로 농사일을 하며 총명하고 지혜로운데다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한 동생이 오직 학문에 몰두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했다.

그런데 진백의 아내는 집안일을 전혀 돌보지 않고 공부에만 빠져 있는 진평을 몹시 미워했다. 진평은 기골이 장대하고 외모가 빼어났다.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진평의 모습을 보고 “집안은 가난한데 무엇을 먹어서 그렇게 건장합니까?”라고 말했다.

그러자 진백의 아내가 “보리 싸라기를 먹어서 그렇게 건장하고 살이 쪘습니다. 시동생 하나 있는 것이 그 모양이니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합니다”라고 비난하며 흉을 보았다.

이 말을 들은 진백은 그의 아내를 집안에서 내쫓았다고 한다. 동생을 미워해 형제 사이를 이간질하는 아내를 그대로 둔다면 장차 형제 관계를 끊게 하고 집안을 망치게 하는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사마광이 자손들을 교육하고 훈계하기 위해 지은 『가범』에 ‘진백의 고사’를 기록한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인륜과 도덕의 관점에서 볼 때 부부 관계보다 더 중시해야 하는 것이 형제 관계라는 사실을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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