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초하고 싱그러운 여름의 와인 ‘소비뇽 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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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하고 싱그러운 여름의 와인 ‘소비뇽 블랑’
  • 조상덕 금양인터내셔널 마케팅기획팀 부장
  • 승인 2013.11.26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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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하고 경쾌한 맛과 짙은 녹음의 향기

 
태양이 빛나는 날이면 생각나는 와인. 풀꽃처럼 청초한 느낌을 주는 싱그러운 소녀와 같은 와인. 톡 쏘는 맛과 향이 웅크리고 있던 기운을 깨우는 와인. 이 모든 표현의 주인공은 소비뇽 블랑이다.

입맛이 떨어지기 십상인 무더운 여름철에 차게 마실 수 있는 화이트 와인은 갈증을 씻어내기에 그만이다. 산도와 밸런스까지 받쳐줘 더운 날씨에 축 처지는 느낌마저도 발랄하게 이끌어주기 때문에 여름철에 그 매력이 한층 빛을 발한다. 맛 또한 가볍고 상쾌해서 식욕을 돋우기에도 그만이다.

특히 소비뇽 블랑은 흔히 짙은 녹음의 향기가 있는 와인으로 표현되어 여름을 대표하는 화이트 와인으로 손꼽힌다. 적당한 신맛의 과일 풍미를 느낄 수 있으며 차게 해서 마시는 것이 신맛을 끌어내 프레시함을 즐길 수 있다.

▲ 1865 싱글빈야드 소비뇽 블
마시기 편한, 그래서 더욱 반가운 소비뇽 블랑
화이트 와인의 대표 포도 품종인 세미용이나 샤르도네 같은 품종들이 전통적인 양조 방법과 오크 숙성을 통해 질감이 묵직한 와인을 만드는데 반해 소비뇽 블랑은 마치 풀들이 햇볕을 받으며 숨 쉬고 있는 생명력과 청량하고 경쾌한 맛을 내는 가벼운 와인이 주를 이룬다.

많은 사람들이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와인을 ‘현대적인 와인’ 혹은 ‘유행을 아는 와인’이라는 평가를 내리는데, 이는 아마도 현대적 양조 공법과 잘 맞기 때문이며, 또 한편으로는 현대인의 입맛에 어필하는 향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소비뇽 블랑은 포도를 재배하는 시기부터 다르다. 신선하고 청량감 있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다른 품종보다 일찍 수확하는 경향이 있으며, 신선도와 향을 보존하기 위해 오크통보다는 스테인레스 스틸통에서 저온 발효를 통해 와인을 만든다. 일부를 제외하고 소비뇽 블랑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오크통 숙성은 거의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마시기 편한 와인이라는 것.

향도 강해 많은 냄새를 느낄 수 있는 야외에서 피크닉을 즐길 때도 적격이다. 미국에서는 신선한 청량감으로 인해 알코올의 느낌이 가려지기 때문에 다이어트용 와인으로도 인기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의 소비뇽 블랑 와인은 다른 지역의 소비뇽 블랑에 비해 좀 더 가벼우며 마치 물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신선한 해물이나 닭고기 샐러드 등과 함께 마실 때는 기대하지 못했던 향과 맛을 뿜어내기도 한다.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와인은 오래 보관하지 않고 바로 마실 수 있지만 반대로 장기 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오래 두면 신선함을 잃게 된다. 물론 프랑스 루아르 지역의 일부 와인처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소비뇽 블랑 와인도 있긴 하지만 이런 와인들은 가격대가 상당히 높게 책정이 된다. 장기숙성 능력이 이른바 고급 와인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본다면 이 점은 일종의 소비뇽 블랑 핸디캡인 셈이다.

▲ 떼루뇨 소비뇽 블랑
뉴질랜드에서 꽃을 피우다
소비뇽 블랑의 생산에 있어 주요 재배 지역으로는 프랑스 루아르 지역과 뉴질랜드를 꼽는다. 성장 환경에서 신선한 기후를 좋아하기 때문에 태평양 남단의 뉴질랜드에서 재배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말보로(Marlborough) 지역에서 만드는 다양한 소비뇽 블랑 와인들은 신세계에서 만든 소비뇽 블랑 중 그 향과 개성을 최고로 꼽는다. 뉴질랜드 기후 특성상 소비뇽 블랑을 재배하기 좋은 떼루아를 갖추고 있으며, 뉴질랜드 토양에서 자란 소비뇽 블랑은 식물성의 아로마가 강한 와인으로 탄생된다.

음식 매칭은 상큼하고 적당히 질감 있는 맛에 감귤류 등의 과일향과 풀향이 어우러져 그냥 즐겨도 좋지만 회, 해산물 요리, 야채나 치킨 샐러드와 함께 즐기면 더욱 맛있다.

뉴질랜드 외에도 칠레, 아르헨티나 등지에서도 오래 전부터 재배를 해오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에서는 또 다른 스타일의 소비뇽 블랑을 선보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자란 소비뇽 블랑은 보다 복잡한 퍼포먼스를 보이지만 1970년대 초의 소비뇽 블랑은 그다지 품질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프랑스의 뿌이 퓌메(Pouilly-Fume) 와인을 상당량 수입해서 마셨는데, 이때 캘리포니아의 로버트 몬다비가 미국인의 입맛을 분석한 후 적당한 ‘오크 배양’을 거쳐 ‘퓌메 블랑(Fume Blanc)’이라는 브랜드로 소비뇽 블랑 와인 상품화에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한동안 미국의 소비뇽 블랑은 ‘퓌메 블랑’이라고 불리었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 뉴질랜드처럼 산도가 높고 신선하며 오크 배양을 하지 않는 새로운 스타일의 가볍고 신선한 소비뇽 블랑을 만들어 내고 있다.

다음은 프랑스의 소비뇽 블랑. 프랑스에서는 지난 수세기 동안 소비뇽 블랑을 재배해 온 역사가 말해주듯 다양한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그 중 소비뇽 블랑을 100% 사용하는 지역은 루아르 지역의 ‘상세르(Sancerre)’와 ‘뿌이 퓌메(Pouilley-fume)’ 지역이다.

이 두 지역은 루아르 강을 두고 마주보고 있다. 흔히 블랙커런트의 새순향을 소비뇽의 전형적인 품종향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석회질의 최고급 떼루아에서 생산된 상세르와 뿌이 퓌메는 여기에 은근한 부싯돌 향취가 더해진다.

보르도 지역에서는 100% 소비뇽 블랑 와인보다는 세미용과 적절한 블랜딩을 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한 드라이 화이트 와인과 소떼른의 스위트 화이트를 생산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이는 소비뇽 블랑의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장기 숙성 능력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이외에 칠레의 카사블랑카에서 생산되는 소비뇽 블랑 와인은 산도가 높아 톡 쏘는 맛이 나고 향이 좋은 와인을 만들어 낸다.

▲ 마스까롱 보르도 화이트
여름을 깨우는 신선함…향과 매칭 음식
이렇게 만들어진 소비뇽 블랑 와인은 일반적으로 라이트/미디엄 바디, 중간 이상의 산도, 적당한 알코올 함량을 가지고 있으며 허브, 올리브, 레몬, 자몽 등의 향을 지니고 있다. 또한 광물적인 느낌과 식물성의 느낌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에 전반적인 풀향과 구스베리, 아스파라거스의 향도 어우러진다.

‘신선한 것이 최상의 것’이라는 불문율은 소비뇽 블랑과 음식을 매칭할 때 극명하게 증명된다. 소비뇽 블랑의 생기 있는 맛과 향은 신선한 해산물 요리와 봄-여름의 신선한 샐러드의 섬세함을 더욱 잘 드러나게 한다.

추천 음식으로는 굴/살짝 튀긴 생선 요리/연어/홍합요리/아보카도나 아스파라거스, 토마토 등이 들어간 샐러드와 잘 어울리며 기름기가 감돌아 느끼할 수도 있는 인도, 태국, 중국 요리 및 식초를 즐겨 쓰는 일본 음식과도 매칭이 좋다.

<201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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