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르게 간언하고 옳은 말 다해야 충신(忠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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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게 간언하고 옳은 말 다해야 충신(忠臣)”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8.1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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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4강 치정편(治政篇)…정사를 다스려라⑧
봉신연의에서의 비간(왼쪽).
봉신연의에서의 비간(왼쪽).

[한정주=역사평론가] 抱朴子曰(포박자왈) 迎斧鉞而正諫(영부월이정간)하며 據鼎鑊而盡言(거정확이진언)이면 此謂忠臣也(차위충신야)니라.

(포박자가 말하였다. “도끼를 맞아서 죽는 한이 있어도 바르게 간언하고, 솥 속에 넣어서 삶아 죽인다고 해도 할 말을 다 한다면 이 사람이 바로 충신이다.”)

중국사를 다 뒤져보아도 죽을 줄 알면서 제왕에게 간언한 충신을 꼽자면 은나라의 마지막 임금인 폭군 주왕의 숙부였던 만한 사람이 없다. 폭군 주왕과 비간의 고사는 『사기』 <은본기(殷本紀)>와 <송미자세가(宋微子世家)>에 실려 있다.

폭군 주왕의 무도함과 잔혹함과 포악함과 음탕함에 대해서는 앞서 여러 차례 이야기한 적이 있다. 비간은 여러 차례 간언했지만 주왕이 들어주지 않자 달아나버린 미자계나 스스로 미친 척하며 노예가 되어버린 기자 등의 왕실 친척과는 다르게 죽을 때까지 간언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비간은 기자가 미친 척하며 노예가 된 모습을 지켜보고 주왕에게 간언하면 반드시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신하가 된 사람이 임금에게 잘못과 허물이 있는데도 목숨이 아까워서 간언하지 않는다면 신하의 도리를 다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임금의 잘못과 허물로 백성들이 큰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도대체 백성들에게 무슨 죄가 있단 말입니까?”

그러면서 직접 주왕 앞에 나서 폭정을 멈추고 잘못을 바로 잡으라고 간언했다. 이에 몹시 분노한 주왕은 “나는 성인(聖人)의 심장은 다른 사람과 다르게 일곱 개의 구멍이 있다고 들었다. 이것이 믿을 만한 말인지 직접 봐야겠다”고 하면서 비간의 배를 갈라 죽이고 그 심장을 도려내 보았다고 한다.

물론 죽을 줄 알면서도 죽음을 무릅쓰고 임금에게 간언한 비간의 충심(忠心)과 충정(忠情)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자신은 죽고 임금의 폭정과 잘못 또한 고치지 못했다면 간언과 충언으로 얻은 것은 실질적으로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옛 성현들은 신하의 간언과 충언은 마땅히 임금을 설득해 선정(善政)과 선행(善行)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이천이 이렇게 주장한 대표적인 사람이다.

정이천은 『근사록』에서 사람의 마음처럼 임금의 마음 또한 ‘가려져서 어두운 곳’이 있고 ‘통하여 밝은 곳’이 있다고 말하면서 신하가 임금의 잘못에 대해 간언과 충언을 할 때는 ‘가려져서 어두운 곳’으로만 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통하여 밝은 곳’을 찾아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임금이 주색(酒色)에 빠져 있을 경우 그것은 그 마음이 가려지고 어두워져서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런데 만약 주색잡기에 빠져있는 임금의 허물에 대해 간언과 충언을 해도 반성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정이천은 이렇게 말한다.

“임금의 허물을 직접 드러내어 강하게 간언한 신하는 대개 임금의 마음을 거슬려 미움을 받아서 오히려 임금의 허물을 바로잡지 못했다. 반면 임금의 마음 가운데 가려져있지 않은 밝은 곳을 찾아서 온후하게 도리를 밝혀 간언과 충언한 신하는 대개 임금을 설득할 수 있었다. 이러한 까닭에 예로부터 임금에게 간언과 충언을 잘한 신하는 반드시 ‘가려져서 어두운 곳’이 아니라 ‘통하여 밝은 곳’을 찾아 들어가 임금을 깨우치게 했다.”

그렇다면 반대로 신하들에게 간언과 충언을 듣고 구하는 임금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 임금이라면 누구나 충신을 자신의 곁에 두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간언과 충언을 잘 듣고 잘 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 대해서는 『정관정요』에 실려 있는 당태종의 말을 참고할 만하다. 당태종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예로부터 제왕들은 자신의 감정에 따라 매우 기뻐하기도 하고 몹시 분노하기도 한다. 그래서 매우 기쁘면 공적이 없는데도 함부로 상을 주고, 몹시 분노하면 죄가 없는데도 함부로 죽이곤 하였다. 죄 없는 신하나 백성들이 죽고 나라가 혼란스러워진 이유가 대개 여기에 있었다. 나는 항상 이러한 사실을 마음에 새겨 언행을 조심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대들은 항상 마음을 다해 간언하라. 나 또한 그대들의 간언과 충고를 마음을 다해 받아들이겠다. 어찌 그대들의 말이 나의 뜻과 같지 않다고 해서, 나의 허물과 단점을 감싸겠는가. 그대들의 간언과 충고를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어찌 내가 신하와 백성들에게 올바른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당태종의 말을 통해 본다면 지도자가 아랫사람의 간언과 충언을 잘 듣고 잘 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 가지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첫째가 자신의 감정을 억제해 다스리는 것이라면, 둘째는 자신의 마음을 다해 간언과 충언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셋째는 자신의 허물과 단점을 감싸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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