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바르게 한 후 다른 사람을 바르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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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바르게 한 후 다른 사람을 바르게 해야 한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8.1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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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4강 치정편(治政篇)…정사를 다스려라⑦

[한정주=역사평론가] 劉安禮(유안례) 問臨民(문임민)한대 明道先生曰(명도선생왈) 使民(사민)으로 各得輸其情(각득수기정)하라 問御吏(문어리)한대 曰正己以格物(왈정기이격물)하라.

(유안례가 백성을 대하는 도리에 대해 질문하자 명도 선생이 대답하였다. “백성으로 하여금 각자 자신의 뜻을 펼치도록 해야 한다.” 다시 아전을 거느리는 도리에 대해 질문하자 명도 선생은 대답하였다. “자기를 바르게 하고서 다른 사람을 대해야 한다.”)

유안례는 정명도의 제자이다. 먼저 “백성으로 하여금 각자 자신의 뜻을 펼치도록 해야 한다”는 정명도의 말은 첫째 백성의 말과 행동을 막아서는 안 되고, 둘째 백성의 생업과 생계를 해쳐서는 안 되고, 셋째 백성이 앞날에 대한 자신의 계획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를 바르게 하고서 다른 사람을 대해야 한다”는 정명도의 말은 자신의 몸가짐과 행동거지를 바르게 한 다음에야 비로소 다른 사람의 몸가짐과 행동거지를 바르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자신을 바르게 하고서 다른 사람을 바르게 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각자 여러 가지 기준과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대학』의 제10장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에 나오는 ‘혈구지도(絜矩之道)’가 가장 참고할 만하지 않나 생각한다.

‘혈구지도’란 간단하게 말하자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잣대로 삼아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살펴서 대하는 도리’이다.

『대학』에서 밝히고 있는 ‘혈구지도’에는 모두 여섯 가지가 있다. 그 여섯 가지의 도리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첫째는 “소오어상(所惡於上) 무이사하(毋以使下)”로 “윗사람에게 싫었던 것으로 아랫사람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윗사람이 내게 무례하게 대하는 것이 싫다면 나는 아랫사람을 무례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예의를 갖추어 바로서면 아랫사람도 예의를 갖추어 바로 서게 된다는 뜻이다.

둘째는 “소오어하(所惡於下) 무이사상(毋以事上)”으로 “아랫사람에게 싫었던 것으로 윗사람을 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랫사람이 내게 불손(不遜)하거나 불경(不敬)하게 구는 것이 싫다면 나는 윗사람에게 불손하거나 불경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예의를 갖추어 바로서면 윗사람도 예의를 갖추어 바로 서게 된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이치는 나머지 네 가지의 도리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셋째의 도리는 “소오어전(所惡於前) 무이선후(毋以先後)”로 “앞사람에게 싫었던 것으로 뒷사람에게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넷째의 도리는 “소오어후(所惡於後) 무이종전(毋以從前)”으로 “뒷사람에게 싫었던 것으로 앞사람을 따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섯째의 도리는 “소오어우(所惡於右) 무이교어좌(毋以交於左)”로 “오른쪽 사람에게 싫었던 것으로 왼쪽 사람과 사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섯째의 도리는 “소오어좌(所惡於左) 무이교어우(毋以交於右)”로 “왼쪽 사람에게 싫었던 것으로 오른쪽 사람을 사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섯 가지 도리를 잣대로 삼아 나와 다른 사람을 대한다면 자신을 바르게 하는 것으로서 다른 사람을 바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대학』의 가르침이라고 하겠다. 특히 아랫사람을 거느리는 도리로는 이보다 더 합당한 이치가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대학』에서는 다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미유상호인(未有上好仁) 이하불호의자야(而下不好義者也) 미유호의(未有好義) 기사부종자야(其事不終者也).” 윗사람이 인(仁)을 좋아하는데 아랫사람이 의(義)를 좋아하지 않는 경우는 없었고, 아랫사람이 의(義)를 좋아하는데 윗사람이 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윗사람이 바로 서면 아랫사람 역시 윗사람을 따라 바로 서게 되고, 아랫사람이 바로 서게 되면 윗사람이 하려고 하는 일은-애써 이루려고 힘쓰지 않아도-저절로 이루어지게 된다는 얘기이다.

이렇게 본다면 자기를 바르게 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을 바르게 하여 얻게 되는 이로움보다 더 큰 이로움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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