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벼슬아치의 녹봉은 백성의 기름이요 피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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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벼슬아치의 녹봉은 백성의 기름이요 피땀이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7.3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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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4강 치정편(治政篇)…정사를 다스려라②
작가 미상, 〈태평성시도(太平城市圖)〉
작가 미상, 〈태평성시도(太平城市圖)〉

[한정주=역사평론가] 唐太宗(당태종) 御製云(어제운) 上有麾之(상유휘지)하고 中有乘之(중유승지)하고 下有附之(하유부지)하여 幣帛衣之(폐백의지)요 倉廩食之(창름식지)하니 爾俸爾祿(이봉이록)이 民膏民脂(민고민지)니라 下民(하민)은 易虐(이학)이나 上蒼(상창)은 難欺(난기)니라.

(당태종이 ‘어제(御製)’에서 말하였다. “위로는 지휘하는 사람이 있고, 중간에는 다스리는 벼슬아치가 있고, 아래로는 따르는 백성이 있다. 백성이 바친 비단으로 옷을 지어 입고 창고에 쌓여있는 곡식으로 밥을 지어 먹는다. 너희 벼슬아치의 녹봉은 백성의 기름이요 피땀이다. 아래에 있는 백성을 학대하기는 쉽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푸른 하늘을 속이기는 어렵다.”)

여기에는 ‘당태종 어제’라고 되어 있지만 성백효 선생이 역주(譯註)한 『명심보감』(전통문화연구회)에서는 ‘송태종(宋太宗) 어제’라고 밝히고 있다.

“이 내용은 원래 오대(五代) 시대 후촉(後蜀)의 군주 맹창(孟昶)이 지은 것인데 송태종이 이 중에서 ‘爾俸爾祿(이봉이록) 民膏民脂(민고민지) 下民易虐(하민이학) 上蒼難欺(상창난기)’의 16자를 써서 각 지방의 청사 앞에 세워 수령(守令)들을 경계했기 때문에 계석(戒石) 또는 계석명(戒石銘)이라 했으며, 송태종의 어제로 알려지게 되었다. 대본에는 ‘당태종’으로 되어 있는 것을 바로 잡았다.”(성백효 역주, 『명심보감』, 전통문화연구회, 1992, p76 인용)

그런데 당나라 때 역사가 오긍이 저술한 『정관정요』의 첫 장에 등장하는 당태종이 신하들에게 한 말을 읽어보면 『명심보감』의 내용과 당태종의 말이 매우 비슷한 뜻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옛사람들이 ‘송태종의 어제’가 아니라 ‘당태종의 어제’로 오해(?)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의미가 흡사하다. 정관(貞觀) 초년(初年: 627년) 당태종이 주변 신하들에게 한 말을 소개하면 이렇다.

“군주의 도리는 무엇보다 백성을 잘 보호하는 것을 우선한다. 만약 무거운 세금을 거둬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고 괴롭히면서 오히려 군주는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긴다면 그것은 마치 자신의 넓적다리 살을 떼 내어 자신의 배를 채우는 짓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비록 배가 불러도 자신의 몸은 망가지고 말 것이다.

사람이 자신을 해쳐 파멸의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원인은 외부에 있지 않다. 모두 자신의 기호(嗜好)와 욕망을 만족시키려고 하다가 파멸의 재앙을 불러들였다. 입을 즐겁게 하는 맛있는 음식만 찾고, 귀를 즐겁게 하는 음탕한 음악을 즐기고, 욕정을 채우려고 여색을 좋아할 경우 그 욕망은 끝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끝없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소모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정사(政事)를 어지럽히는 원인이요, 백성을 괴롭히고 그들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가 된다.

군주가 도리를 거스르면 벼슬아치 역시 도리에 어긋나게 행동한다. 이렇게 되면 백성의 마음은 흩어지게 되고 군주를 원망하고 관리를 비방하는 소리가 온 세상에 가득 차 마침내 모반을 꾀하고 반역을 도모하는 자가 생겨나게 된다.”

당태종이 말한 군주의 도리와 정사의 이치가 이렇다면 군주의 지휘를 받아 백성을 다스리는 벼슬아치의 도리와 이치는 어떻겠는가.

‘백성을 잘 보호하는 것’이 군주의 제1의 도리와 이치라고 밝힌 황제 아래에서 벼슬하는 관리가 만약 백성을 학대한다면 반드시 큰 형벌을 받고 멸문의 재앙을 입게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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