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경작하면 1년, 9년 경작하면 3년 먹을 식량 비축하고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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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경작하면 1년, 9년 경작하면 3년 먹을 식량 비축하고 있어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7.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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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4강 치정편(治政篇)…정사를 다스려라①
북송오자 중 한 명인 정명도.
북송오자 중 한 명인 정명도.

[한정주=역사평론가] 明道先生曰(명도선생왈) 一命之士(일명지사)라도 苟有存心於愛物(구유존심어애물)이면 於人必有所濟(어인필유소제)니라.

(명도 선생이 말하였다. “처음 나라의 명을 받아 벼슬길에 나서는 선비라고 해도 진실로 물자를 아끼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명도선생은 앞서 ‘북송오자(北宋五子)’, 즉 북송의 5대 철학자(사상가) 중의 한 사람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는 정명도를 가리킨다. 여기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정명도의 말은 『근사록』의 제10권 <군자처사지법(君子處事之法)> 편에 나온다.

<군자처사지법>에는 제목의 뜻 그대로 ‘군자가 일을 처리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에서 정명도는 벼슬아치가 물자를 아끼는 마음이 있다면 반드시 유익함이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일명지사(一命之士)’라도 진실로 아낀다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명(一命)’은 처음 관등(官等)을 얻어서 벼슬아치가 된 경우를 말한다. 그러므로 ‘일명지사’란 가장 낮은 관직의 벼슬아치를 뜻한다. 북송 시대 관직의 등급과 서열은 일명(一命)에서 구명(九命)까지 있었다고 한다.

특히 『예기』 <왕제(王制)> 편에 나와 있는 ‘벼슬아치가 나라의 예산을 집행하는 원칙과 기준’을 살펴보면 여기 정명도의 말에 담긴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기』 <왕제> 편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나라에 9년 동안 사용할 물자를 저축해두지 않으면 ‘부족하다’고 말한다. 6년 동안 사용할 물자를 저축해두지 않으면 ‘위급하다’고 말한다. 3년 동안 사용할 물자를 저축해두지 않으면 ‘나라가 나라꼴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3년 동안 경작하면 반드시 1년 먹을 식량을 비축하고 있어야 하고, 9년 동안 경작하면 반드시 3년 먹을 식량을 여분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나라에 30년을 통틀어 계산한 식량을 저축하고 있다면 비록 흉년이 들고 가뭄과 홍수의 피해가 있다고 해도 백성들의 얼굴에서 굶주린 기색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나라 일과 나라 살림을 맡아 하는 벼슬아치가 평소에 물자를 절약하고 저축한다면 가뭄과 흉년과 홍수 등의 피해와 재난이 닥쳐도 백성들에게 도움을 주고 구제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가장 낮은 관직의 벼슬아치라도 진실로 물자를 아끼는 마음이 있다면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정명도의 말과 동일한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여기에서 정명도가 말하는 ‘다른 사람’이란 다름 아닌 ‘백성’을 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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