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소모하는 세 가지와 나라 안에 해로운 일곱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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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소모하는 세 가지와 나라 안에 해로운 일곱 가지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7.1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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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3강 입교편(立敎篇)…가르침을 세워라⑫
김득신의 ‘행락도’. [사진=국립중앙박물관]
김득신의 ‘행락도’. [사진=국립중앙박물관]

[한정주=역사평론가] 武王曰(무왕왈) 家無十盜(가무십도)나 而不富者何如(이불부자하여)닛고 太公曰(태공왈) 人家(인가)에 必有三耗(필유삼모)니다 武王曰(무왕왈) 何名三耗(하명삼모)닛고 太公曰(태공왈) 倉庫漏濫不蓋(창고루람불개)하여 鼠雀亂食(서작난식)이 爲一耗(위일모)요 收種失時(수종실시)가 爲二耗(위이모)요 抛撒米穀穢賤(포살미곡예천)이 爲三耗(위삼모)니다.

(무왕이 말하였다. “집안에 열 가지 도둑이 없는데도 부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은 어찌하여 그런 것입니까?” 태공이 말하였다. “그러한 사람의 집안에는 반드시 세 가지 소모하는 것이 있습니다.” 무왕이 물었다. “세 가지 소모하는 것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태공이 말하였다. “창고에는 비가 새고 지붕에는 구멍이 뚫려 있는데도 고치지 않아서 쥐와 새가 마음대로 먹어치우도록 하는 것을 ‘첫 번째 소모’라고 합니다. 곡식을 수확하고 씨를 뿌려야 할 시기를 놓치는 것을 ‘두 번째 소모’라고 합니다. 곡식을 제멋대로 내버려두고 흩어져 떨어지도록 더럽고 천하게 여기는 것을 ‘세 번째 소모’라고 합니다.”)

태공은 ‘집안에 세 가지 소모하는 것’이 있다면 부자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나라 안에 일곱 가지 해로운 것’이 있으면 부국(富國)이나 강국(强國)이 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첫 번째, 나라에 해로운 것은 지략(智略)도 없고 임기응변하는 기지도 없는 사람에게 후한 상을 내리고 높은 벼슬을 주게 되면 강한 힘과 용맹한 기운만을 믿고 경솔하고 무모하게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다.

두 번째, 나라에 해로운 것은 명성은 높은 반면 실력은 없고 조정안에서와 밖에서의 말이 다르고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은 가리고 나쁜 점은 들춰내고 벼슬에 나아가고 물러나는 일을 교묘하게 하는 무리이다.

세 번째 해로운 것은 겉으로는 꾸미거나 사치하지 않는 척하면서 일부러 거친 의복을 걸치고 다니고 무위무욕(無爲無慾)한 듯 말하고 다니지만 실제로는 명예나 이익을 구하는 사람이다.

네 번째 해로운 것은 기이하고 괴상하게 생긴 관(冠)이나 허리띠 또는 의복을 입고 다니면서 널리 들어 많이 안다는 변설(辨說)을 퍼뜨리고 공허한 이론이나 고상한 논의를 펼쳐 보이며 겉모습을 그럴듯하게 장식한 채 고요하고 한적한 곳에 거처하면서 세상 풍속을 헐뜯는 간사한 무리이다.

다섯 번째 해로운 것은 다른 사람을 망령되게 참소하거나 교묘한 말로 벼슬자리를 구하고 죽음을 가볍게 여기면서까지 봉록을 탐하는데 과감하게 행동하고 원대한 계획은 돌보지 않은 채 작은 이익만을 탐해 움직이고 고상한 담론이나 공허한 이론만을 일삼으며 임금의 마음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이다.

여섯 번째 해로운 것은 온갖 문양으로 조각하고 공교로운 기술로 금은보화를 화려하게 장식하느라 농사일에 손상을 끼치는 사람이다.

일곱 번째 해로운 것은 괴상한 방술이나 이상한 기술 또는 무당의 저주나 사교(邪敎) 혹은 상서롭지 않은 예언 따위로 선량한 백성들을 현혹하는 사람이다.

‘나라 안에 일곱 가지 해로운 것’에 관한 태공의 말 역시 『육도삼략』에 기록되어 있는 문왕과 태공의 질문과 답변 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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