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온화와 순종은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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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온화와 순종은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근본”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6.1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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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3강 입교편(立敎篇)…가르침을 세워라③

[명심보감 인문학] 제13강 입교편(立敎篇)…가르침을 세워라③

[한정주=역사평론가] 독서(讀書)는 起家之本(기가지본)이요 循理(순리)는 保家之本(보가지본)이요 勤儉(근검)은 治家之本(치가지본)이요 和順(화순)은 齊家之本(제가지본)이니라.

(독서는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요, 이치를 따르는 것은 집안을 보존하는 근본이요, 근검은 집안을 다스리는 근본이요, 온화와 순종은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근본이다.)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 ‘독서’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몽구』에 보면 독서로 가난한 집안을 크게 일으킨 두 사람에 관한 고사(故事)가 기록되어 있다. 위진남북조시대 동진(東晋) 사람인 손강(孫康)과 차윤(車胤)이 바로 그들이다.

손강은 기름을 살 수 없을 정도로 집안이 가난했지만 겨울 밤 하얀 눈빛에 글자를 비춰가면서까지 한시도 쉬지 않고 독서했다. 이렇게 부지런히 독서한 시간이 쌓이고 쌓여서 손강은 벼슬길에 나갈 수 있었고, 결국 지금의 감사원장에 해당하는 어사대부(御史大夫)에까지 올랐다.

‘손강영설(孫康映雪)’은 이렇듯 온갖 간난신고 속에서도 오직 열심히 독서한 덕분에 입신출세하여 집안을 크게 일으킨 손강의 이야기를 가리키는 고사성어이다.

차윤 역시 집안이 가난한 탓에 등잔 기름을 살 돈이 없어 자주 독서를 하지 못하는 어려운 경우를 겪곤 했다. 그러나 차윤은 여름밤에 엷은 명주 주머니에 반딧불이를 잡아넣은 다음 그 불빛으로 쉬지 않고 독서를 했다.

이렇듯 부지런히 독서한 덕분에 차윤은 날로 학문과 덕행이 쌓여갔다. 결국 형주자사 환온의 눈에 띄어 벼슬길에 나간 차윤은 그 지혜와 능력을 인정받아 이부상서(吏部尙書)라는 고위 관직에까지 올랐다.

여름밤 반딧불이의 불빛으로 독서하고 겨울밤 하얀 눈빛으로 독서해서 출세하고 집안을 일으킨 차윤과 손강의 이야기는 오늘날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고사성어를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집안을 보존하는 근본이 ‘이치를 따르는 것’이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대학』에서는 집안을 보존하는 근본이 되는 이치로 ‘효도’와 ‘공경’과 ‘자애’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주역』에서는 부모가 부모다운 것, 자식이 자식다운 것, 형이 형다운 것, 아우가 아우다운 것, 남편이 남편다운 것, 아내가 아내다운 것이 바로 집안을 보존하는 도리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부모가 자식을 자애롭게 대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은 아우를 자애롭게 대하고, 아우는 형을 공경으로 대하고, 남편은 아내를 자애롭게 대하고, 아내는 남편으로 공손함으로 대하면 집안의 윤리(倫理)와 질서가 바르게 서고 은혜와 의리가 두텁게 되어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안을 다스리는 근본이 ‘근검’이라는 말은 앞서 살펴봤기 때문에 여기에서 다시 재론하지 않겠다. 그럼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근본이 ‘온화와 순종’이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안지추는 『안씨가훈』에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온화하게 대해야 아랫사람이 순종하게 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아버지가 자애롭지 않으면 자식이 효성스럽지 않고, 형이 우애롭지 않으면 동생이 공손하지 않고, 남편이 의롭지 않으면 아내가 순종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효경』에 보면 “이경사장즉순(以敬事長則順)”이라는 말이 나온다. 해석하면 “공경하는 마음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것을 ‘순종’이라고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처럼-유학의 윤리도덕에서는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순종하고 복종해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윗사람이 윗사람으로서의 도리, 즉 아랫사람을 온화하게 대해야 아랫사람은 비로소 공경하는 마음으로 순종을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윗사람이 윗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않으면서 아랫사람에게 공경과 순종을 바라는 것이야말로 마치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려고 하는 ‘연목구어(緣木求魚)’처럼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을 바라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랫사람의 도리를 바라기 전에 먼저 윗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근본이 ‘온화와 순종’이라는 말의 참된 뜻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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