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가지 근본 세우고, 다섯 가지 경계의 가르침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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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가지 근본 세우고, 다섯 가지 경계의 가르침 명심하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6.1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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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3강 입교편(立敎篇)…가르침을 세워라①
▲ 초병정(焦秉贞)의 공자성적도(孔子圣迹图) 중에서.

[명심보감 인문학] 제13강 입교편(立敎篇)…가르침을 세워라①

[한정주=역사평론가] 子曰(자왈) 立身有義而孝其本(입신유의이효기본)이요 喪祀有禮而哀爲本(상사유례이애위본)이요 戰陣有列而勇爲本(전진유열이용위본)이요 治政有理而農爲本(치정유리이농위본)이요 居國有道而嗣爲本(거국유도이사위본)이요 生財有時而力爲本(생재유시이력위본)이니라.

(공자가 말하였다. “입신출세하는 데에는 의로움이 있어야 하는데 효도가 그 근본이 된다.상례(喪禮)와 제례(祭禮)에는 예절이 있어야 하는데 슬픔을 근본으로 삼는다. 전쟁에서 진을 치고 싸우는 데에는 질서가 있어야 하는데 용맹을 근본으로 삼는다. 정사를 다스리는 데에는 이치가 있어야 하는데 농사를 근본으로 삼는다. 나라를 보존하는 데에는 도리가 있어야 하는데 후계자를 근본으로 삼는다. 재물을 생산하는 데에는 때가 있어야 하는데 힘을 근본으로 삼는다.”)

제13강 입교(入敎)의 주제는 ‘가르침을 세우는 것’이다. 특히 가르침을 세울 때는 모든 일과 행동에서 ‘근본을 바로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제13강의 시작 역시 『공자가어』 <육본(六本)> 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 곧 ‘행동의 여섯 가지 근본’에 관한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서 공자는 “행동하는데 있어서는 여섯 가지 근본이 세워져 있어야 군자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여섯 가지가 바로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공자의 가르침이다.

첫 번째 “입신출세하는 데에는 의로움이 있어야 하는데 효도가 그 근본이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상례(喪禮)와 제례(祭禮)에는 예절이 있어야 하는데 슬픔을 근본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세 번째 “전쟁에서 진을 치고 싸우는 데에는 질서가 있어야 하는데 용맹을 근본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네 번째 “정사를 다스리는 데에는 이치가 있어야 하는데 농사를 근본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 “나라를 보존하는 데에는 도리가 있어야 하는데 후계자를 근본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여섯 번째 “재물을 생산하는 데에는 때가 있어야 하는데 힘을 근본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공자는 왜 이 여섯 가지를 모든 일과 행동의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는가. 지면 제약 상 두 번째 “상례(喪禮)와 제례(祭禮)에는 예절이 있어야 하는데 슬픔을 근본으로 삼는다는 것”과 네 번째 “정사를 다스리는 데에는 이치가 있어야 하는데 농사를 근본으로 삼는다는 것”을 예로 들어보자.

공자의 제자 임방(林放)이 어느 날 공자에게 예절과 예의의 근본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공자는 이렇게 답했다.

“예절과 예의는 사치스럽기보다는 오히려 검소해야 한다.”

그런데 왜 사치스러운 것보다는 검소한 것이 훨씬 더 예절과 예의를 다 한 행동인가.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부모의 상례(喪禮) 때 형식을 잘 갖추기보다는 진심으로 슬퍼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공자의 말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예절과 예의가 사치스러우면 지나치게 형식에 치우친 나머지 진실로 슬퍼하는 마음을 잃어버리기 쉽다. 이 때문에 차라리 검소하더라도 진실로 슬퍼하는 마음만 있다면 예절과 예의를 다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 상례와 제례에는 형식을 잘 갖추는 것이 예절의 근본이 아니라 진심으로 슬퍼하는 마음이 예절의 근본이라는 가르침이다.

『천자문』의 여든 두 번째 문장을 보면 “치본어농(治本於農)”, 즉 “정치는 농사를 근본으로 삼는다”는 구절이 나온다. 공자의 사상을 계승해 발전시킨 맹자는 이 말을 “백성이 농사일을 생활의 근본으로 삼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해석했다.

맹자가 이렇게 주장한 까닭은 ‘항산항심(恒産恒心)’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백성이 자신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일정한 생업[恒産]’을 갖고 있어야 나라와 임금, 부모와 형제, 스승과 친구들에게 변함없이 ‘일정한 마음[恒心]’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맹자는 경지(耕地)를 정리하고 땅을 공평하게 배분하는 토지개혁이야말로 인의(仁義)로 나라를 다스리는 왕도정치(王道政治)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다시 『공자가어』 <육본> 편으로 돌아가서 보면 공자는 여섯 가지 근본을 세우라는 가르침에 덧붙여 “근본에 돌이켜서 모든 일과 행동의 자취를 갈고 닦아나가는 것이 참된 군자의 도리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여섯 가지 근본을 세우는 것처럼 아래와 같은 다섯 가지 사항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첫 번째는 “근본도 견고하게 세우지 못하면서 어떻게 농상(農桑)에 힘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가까운 친척도 즐겁게 해주지 못하면서 어떻게 외교(外交)에 힘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일과 행동에서 그 시작과 끝마무리를 잘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떻게 수많은 사업과 직무에 힘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네 번째는 “단지 귀로 들은 것을 입으로 말하는데 불과하다면 많은 말을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가까이 있는 사람도 편안하게 여기지 못하면서 어떻게 멀리 있는 사람에게서 구하려고 힘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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