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이유 없이 얻은 재물은 행복 아닌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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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이유 없이 얻은 재물은 행복 아닌 재앙”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4.08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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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⑯

[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⑯

[한정주=역사평론가] 蘇東坡曰(소동파왈) 無故而得千金(무고이득천금)이면 不有大福(불유대복)이요 必有大禍(필유대화)이니라.

(소동파가 말하였다. “아무 이유 없이 천금을 얻었다면 큰 행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큰 재앙이 있을 것이다.”)

‘아무 이유 없이 천금을 얻은 사람에게는 큰 행복이 아니라 큰 재앙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가장 크게 새겨들어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다름 아니라 벼슬아치, 곧 관직에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벼슬아치가 아무 이유 없이 천금을 얻었다면 그것은 반드시 뇌물과 부정부패한 방법으로 얻은 재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뇌물과 부정부패한 방법으로 재물을 쌓은 벼슬아치는 작게는 자신의 이름을 더럽히고 크게는 멸문의 재앙을 입게 된다. 때문에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은 벼슬길에 오르면 무엇보다 ‘아무 이유 없이 재물을 취득하는 일’을 가장 경계했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에 전직자(田稷子)라는 재상이 있었다. 어느날 하급 관리가 그에게 뇌물로 거금(巨金)을 바쳤다. 전직자는 그 돈을 어머니에게 드리면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해 서둘러 보냈다.

그런데 어머니는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아들을 불러들인 후 “나라에서 주는 녹봉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이런 큰돈이 도대체 어디서 생겼단 말이냐?”고 물으면서 그 출처를 추궁했다. 어머니의 준엄한 물음에 당황한 전직자는 사실대로 하급 관리에게서 받은 돈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어머니는 전직자의 부정한 행위를 크게 꾸짖었다.

“나는 일찍부터 선비는 도리에 어긋나는 재물은 취하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오직 몸을 가지런히 하고 행실을 맑게 하며 진실을 다하고 거짓된 행동을 하지 않는 게 선비다. 더욱이 도리에 어긋나는 재물은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선비의 참된 길이다. 나라에서 주는 녹봉 외에 사사로운 욕심으로 재물을 취하는 것은 임금에 대한 불충이며 신의를 배반하는 일이다. 또한 그것은 부모의 이름을 더럽히는 것이므로, 부모에 대한 불효이다. 불충하고 불효하는 사람이 장차 어떻게 되겠느냐? 재앙이 있을 뿐이다. 의롭지 않은 방법으로 얻은 재물은 나의 재물이 아니고 또한 불효하는 자식은 나의 자식이 아니다. 돈을 가지고 내 집에서 나가거라.”

어머니의 말에 큰 깨달음을 얻은 전직자는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그 돈을 하급 관리에게 돌려주고 스스로 왕을 찾아가 자신의 죄를 말하고 처벌을 청했다.

그런데 전직자의 말을 들은 왕은 오히려 어머니의 의로움을 극찬하며 죄를 용서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재상의 자리도 유지하게 해주었다. 더욱이 왕은 의로운 행동을 했다고 전직자의 어머니에게 상으로 거금의 재물을 하사했다.

전직자의 어머니가 아들이 보낸 뇌물을 기쁘게 받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발각이 났다면 재물을 빼앗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식인 전직자는 관직을 박탈당해 지위를 잃고 명예를 더럽혔을 것이고, 게다가 형벌까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뇌물을 돌려주고 왕에게 사실대로 고하도록 자식을 가르쳤기 때문에 오히려 자식의 관직과 명예를 지키고 형벌도 피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재물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전직자의 어머니는 재앙이 될 수 있었던 일을 복(福)으로 바꾸었다고 하겠다.

전직자와 그 어머니의 고사는 『열녀전』에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열녀전』을 쓴 유향은 『시경』 <위풍(魏風)>에 실려 있는 ‘벌단(伐檀: 박달나무를 베다)’이라는 제목의 시를 인용하면서 전직자의 어머니가 한 행동을 이렇게 평가했다.

“전직자의 어머니는 청렴해서 아들을 올바른 길로 잘 이끌었다. 『시경』에서는 ‘저 군자는 일하지 않고 밥을 먹지 않네[彼君子兮(피군자혜) 不素飱兮(불소손혜)]’라고 했다. 하는 일 없이 나라에서 주는 녹봉도 먹어서는 안 되는데 하물며 뇌물을 받는 일에 있어서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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