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를 봉사로 살아온 삶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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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를 봉사로 살아온 삶의 주인공
  • 조선희 기자
  • 승인 2013.11.2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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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 홀트 여사

 

▲ 홀트아동복지회의 설립자인 홀트 부부의 딸, 말리 홀트 여사는 부모의 뒤를 이어 현재 홀트아동복지회 이사장직을 맡으며 복지회를 이끌고 있다.

조건 없이 주는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온 삶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홀트아동복지회의 말리 홀트(한국명 허만리) 이사장이 아닐까? 20대에 처음 한국을 밟은 후 50년 동안 고아와 장애인들에게 사랑을 주고 그들에게 가족을 만들어주기 위해 살아온 말리 여사를 만나보았다.

홀트아동복지회의 설립자인 홀트 부부의 딸, 말리 홀트 여사는 부모의 뒤를 이어 현재 홀트아동복지회 이사장직을 맡으며 복지회를 이끌고 있다. 일산구 탄현동에 위치한 홀트아동복지타운 내 ‘말리의 집’으로 들어섰을 때는 막 점심식사를 끝내고 탁자를 정리 중이었다. 혼자서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장애우를 위해 손수 숟가락을 잡아 식사하는 것을 일일이 거들어주고 닦아주며 불편하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고 몸에 베인 모습이었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 기쁨
반세기를 이렇게 살아온 말리 여사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도 그녀에겐 한국땅이 낯설지가 않았다. 1956년, 간호대학에 다니던 스물한 살 아가씨에게 전쟁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생활이 힘겹지 않았을까.

“미국에서도 화장실도 따로 있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서 자랐어요. 그래서 한국에 왔을 때 별로 고생이라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 모두 14형제였던 말리 여사는 누가 친자식인지 입양한 자식인지 생각한 적이 없다.

부모님이 한국에 대한 다큐를 보여주며 한국에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말리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가서 평생 자원봉사하면서 살겠다고 생각했다. 그 마음이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는 아버지가 고아들을 어느 정도 돌봐줄 수 있어서 말리 홀트 여사는 부산 등지에 영아원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보살피는 일을 했다. 또한 고양시종합자원봉사센터에서 노블레스오블리주 활동을 2007년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고양시 지역발전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평소 자원봉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버지가 부자여서 돈이 많았어요. 그렇지만 돈이 많아도 기쁨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돈은 먹고 살 수 있을 만큼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알아요. 조그만 방에서 자고 살 수 있으면 되요”라고 말하면서 봉사하고 살면서 기쁨과 삶의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부모님도 6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8명을 입양했다. 모두 14형제였던 말리 여사는 누가 친자식인지 입양한 자식인지 생각한 적이 없다.

“막내가 베티인데, 입양아였어요. 한국인이어서 외모도 우리와 달랐지만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느 날 어머니와 형제들이 모여 앉아서 아이를 낳을 때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갑자기 베티가 ‘엄마, 나 낳을 때 어땠어요?’하고 물었어요. 어머니가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갑자기 생각난듯 ‘아~. 내 배에서 안 나왔어. 다른 어머니 배에서 나왔어’라고 말해서 모두 웃었어요. 평소에 모두 입양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베티도 어머니도”

그런 부모님의 성품을 그대로 닮은 듯하다.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들이 학습 발달이 늦어요.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있어야 해요, 엄마의 존재가 뇌의 발달에도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며 아이들에게 가정을 만들어 주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10년 동안 아이를 못 낳아서 예쁜 아기를 입양한 분이 있었는데 그 분이 동네 아주머니에게 자랑했어요. 우리 아기 이쁘죠? 그런데 그 옆집 아주머니가 “흥, 우리 며느리는 절대로 될 수 없어요. 입양아니까”라고 했어요. 한국은 혈통주의가 강해 입양에 대한 선입견이 많아요. 입양아 중에는 성공한 사람도 있고 실패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도 일반 가정의 아이들과 똑같이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 행사 때마다 많은 봉사가가 필요하고 봉사자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요즘은 후원자 프로그램이나 자원봉사 기회를 통해 봉사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주말에 결연한 아동을 위해 관심을 보여주고 집에 데려가 같이 지내다 오기도 한다. 겨울에는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많은 봉사자가 필요하고 휠체어나 침대를 보관하는 창고를 청소하기 위해서도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 행사 때마다 많은 봉사가가 필요하고 봉사자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혼자서 많은 활동을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서 봉사하면서 살아온 것에 대해 하나님께서 자신을 보살펴주시기 때문에 이렇게 잘 살아왔고 봉사하며 사는 것이 자신의 삶이라고 말한다. 반세기를 한국에서 봉사하며 살아온 그녀의 삶을 보면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것이 봉사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201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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