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지나치게 살피면 친구가 없다”
상태바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지나치게 살피면 친구가 없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2.22 0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공자(오른쪽)는 처음 관직에 들어서는 제자 자장(왼쪽)에게 ‘여섯 가지’를 지니고 있다면 그 몸이 편안하고 명예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도 잘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⑤

[한정주=역사평론가] 家語云(가어운) 水至淸則無魚(수지청즉무어)요 人至察則無徒(인지찰즉무도)니라.

(『공자가어』에서 말하였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지나치게 살피면 따르는 무리가 없다.”)

공자의 제자 자장에 대해서는 앞서 자세하게 소개한 적이 있다. 여기 『공자가어』의 말은 처음 벼슬에 나가는 자장이 ‘관직에 들어서는 문제’에 대해 질문하자 공자가 답변한 내용 중에 나온다.『공자가어』 <입관(入官)> 편에 실려 있다.

어쨌든 자장의 질문에 대해 공자는 “몸이 편하면서 명예를 얻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해주었다. 이에 자장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가르침을 달라’고 공자에게 재차 질문했다.

먼저 공자는 관직에 들어서는 사람이 ‘여섯 가지’를 지니고 있다면 그 몸이 편안하고 명예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도 잘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첫째 자신에게 좋은 점이 있다고 해도 독차지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둘째 교화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이미 지나간 다른 사람의 잘못은 들추어내지 말아야 한다. 넷째 다른 사람이 실수로 한 말에 기대려 하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악한 일이라면 이루어지도록 내버려두지 말아야 한다. 여섯째 해야 할 일이라면 지체하지 않고 실천해야 한다.

이 여섯 가지 외에 다시 공자는 여섯 가지 폐단이 없어야 그 몸이 편안하고 명예도 얻고 정치도 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첫째 분노와 원한이 쌓이면 분쟁이 일어나고 옥사(獄事)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간언을 물리치게 되면 근심과 걱정이 일어나고 모든 것이 막히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쉽게 오만하거나 거만해지면 예의와 예절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넷째 나태하고 게으르면 시기에 뒤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다섯째 사치하게 되면 재물이 부족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섯째 혼자 제멋대로 하게 되면 일을 성취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水至淸則無魚(수지청즉무어) 人至察則無徒(인지찰즉무도)”, 즉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지나치게 살피면 따르는 무리가 없다”는 공자의 말은 자장에게 무엇을 가르치기 위해 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벼슬하는 사람이 ‘백성을 다스리는 도리와 방법’에 관한 것이다.

공자는 벼슬아치가 백성을 다스릴 때는 마땅히 “不可以不知民之性(불가이부지민지성) 而達諸民之情(이달제민지정)”, 곧 “백성의 성품을 알지 않으면 안 되고, 모든 백성의 실정에 통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성의 성품을 알고 백성의 실정에 통달한다고 해도 지나치게 인색하고 각박하게 백성을 대해서는 안 되고, 또한 지나치게 엄격하고 완벽하게 백성을 대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주었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지나치게 살피면 따르는 무리”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로 벼슬아치가 인색하고 각박하고 엄격하고 완벽하면 백성이 모이지 않고 또한 백성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나치게 인색하고 각박하면 백성들에게 원망을 사고 원한을 쌓게 마련이고, 지나치게 엄격하고 완벽하면 백성들이 불만과 분노를 품게 마련이다. 이러한 까닭에 공자는 백성의 잘못과 허물을 바로잡되 법과 형벌로만 해서는 안 되고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스스로 허물을 찾아내도록 하는 것이 벼슬에 나가는 사람이 ‘백성을 다스리는 도리와 방법’이라고 했다.

백성을 덕(德)으로 다스리는 것, 그것이야말로 정치의 시작이라는 게 자장의 질문에 대한 공자의 가르침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