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사람은 저절로 향기 나듯이 재주 있는 사람은 스스로 재주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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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사람은 저절로 향기 나듯이 재주 있는 사람은 스스로 재주를 발휘한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11.21 0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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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㉘
▲ 초나라 사신으로 가게 된 평원군이 자신의 문하 빈객 중 재능과 지혜를 두루 갖춘 스무 명의 인재를 선발해 함께 가려 하자 모수가 앞으로 나서서 스스로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추천하고 있다.

[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㉘

[한정주=역사평론가] 有麝自然香(유사자연향)인데 何必當風立(하필당풍립)이리오.

(사향을 지니고 있다면 저절로 향기가 나는데 어찌 반드시 바람을 맞고 서 있겠는가?)

향기를 품고 있는 사람은 다른 향기에 의존하지 않아도 저절로 향기가 나는 것처럼 재주가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스스로 재주를 발휘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이치를 잘 살펴 볼 수 있는 고사성어가 『사기』 <평원군·우경열전(平原君虞卿列傳)>에 나오는 ‘낭중지추(囊中之錐)’이다.

조나라의 평원군이 전국시대 말기를 풍미한 사공자 중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앞서 이야기한 바 있다. ‘낭중지추’는 바로 이 평원군과 그의 문하의 빈객(賓客) 모수(毛遂)와 관련이 있는 고사성어이다.

이웃한 강대국인 진(秦)나라가 조나라 수도 한단(邯鄲)을 포위하자 조나라 왕은 초나라에 평원군을 사신으로 보내 도움을 요청하라고 명했다. 이에 평원군은 자신의 문하 빈객 중 재능과 지혜를 두루 갖춘 스무 명의 인재를 선발해 함께 가려고 했다.

그런데 평원군이 열아홉 명을 뽑고 나머지 한 명을 마저 뽑지 못해 고민하고 있을 때 모수가 앞으로 나서서 스스로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추천했다. 모수는 삼 년이나 평원군의 빈객으로 있었지만, 이때까지 평원군은 모수의 얼굴은커녕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평원군은 모수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이렇게 말했다.

“현명한 선비가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비유하자면 ‘낭중지추(囊中之錐)’, 곧 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소. 그래서 송곳의 끝이 금세 드러나 보이는 것처럼 현명한 선비의 재주와 지혜도 금방 드러나는 법이오. 그런데 선생이 삼년 동안 나의 빈객으로 있는 동안 주변 사람들은 선생을 칭찬하는 말을 한 적이 없고, 나 역시 선생의 재능과 지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소. 그래서 선생은 나와 함께 초나라에 갈 수 없소.”

이에 모수는 자신을 좀 더 일찍 주머니 속에 있게 했다면 송곳의 끝만 드러나 보이지 않고 송곳의 자루까지 밖으로 나왔을 것이라고 하면서 지금이야말로 바로 자신의 재능과 지혜를 평원군의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처럼 사용할 적당한 때라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 평원군을 따라 초나라에 간 모수는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협상을 뛰어난 변설(辨說)로 성공리에 마무리 지었다.

초나라와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덕분에 진나라의 위협에서 벗어난 평원군은 모수의 세 치 혀가 백만 명의 군사보다 강하다면서 앞으로는 함부로 인물을 평가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모수를 상객(上客)으로 삼아 크게 중용했다.

이렇듯 향기로운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자연스럽게 향기가 나듯이 재능과 지혜를 갖춘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때가 오면 스스로 자신의 재능과 지혜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과 지혜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원망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재능과 지혜를 갈고 닦다보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스스로 재능과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때가 반드시 찾아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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