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다”
상태바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10.16 0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⑰

[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⑰

[한정주=역사평론가] 諷諫云(풍간운) 水底魚天邊雁(수저어천변안)은 高可射兮低可釣(고가사혜저가조)라 惟有人心咫尺間(유유인심지척간)이나 咫尺人心不可料(지척인심불가료)니라.

(『풍간』에서 말하였다. “물속의 물고기와 하늘 높이 나는 기러기는 높아도 활을 쏘아 잡을 수 있고 깊어도 낚시로 낚을 수 있네. 오직 사람의 마음만은 지척 사이에 있어도 지척에 있는 사람의 마음 도무지 헤아릴 수 없다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속담이 있다. 한비자는 ‘사람을 설득하는 일의 어려움’을 밝히고 있는 자신의 저서 『한비자(韓非子)』 <세난(說難)> 편에서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일이 어려운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비자는 여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은 자신의 지식과 지혜로 설명하여 상대를 설득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아니다. 또한 말과 논리로 자신의 뜻을 충분하게 밝히기가 어렵다는 말도 아니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일이 어렵다는 말은 설득하고자 하는 상대방의 본마음을 알아 자기의 의견을 그 마음에 얼마나 맞출 수 있느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설득하려는 상대방이 고결한 말로 명예와 명성을 떨치는 일을 좋아한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많은 이익을 추구하는 길을 이야기한다면 그는 나를 뜻이 낮은 사람이라고 여겨서 비루하고 천박하다고 하며 반드시 멀리 할 것이다.

또한 내가 설득하고자 하는 상대방이 많은 이익을 좇아 얻고자 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 그럼에도 마음에 품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로 명예나 명성과 관련한 고결한 말만 꺼낸다면 그는 나를 마음이 텅 비어 세상 물정에 소홀하고 어둡다고 생각해 반드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내가 설득하려는 상대방이 속마음은 많은 이익을 얻고자 하면서도 겉으로는 명예와 의리를 내세워 고결한 척한다. 그런데 거기에다 명예에 대한 말만 늘어놓게 되면 겉으로는 내 의견을 듣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멀리할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설득하면 그는 나의 의견을 채용하면서도 겉으로는 자신의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버리고 말 것이다.

이렇듯 사람의 마음이란 헤아리기가 매우 어렵다. 제아무리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어려운 까닭 역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즉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알맞은 설득을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잘 안다고 여기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조차도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다”는 『명심보감』과 한비자가 말한 ‘세난’의 이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우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