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하면 쓰지 말고 썼다면 의심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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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하면 쓰지 말고 썼다면 의심하지 말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10.1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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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⑯
▲ 한신의 가신 중 한 사람이 여후(본명 여치)에게 한신의 모반을 고변했고, 여후의 계략에 속은 한신은 장락궁에서 처형당하고 만다.

[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⑯

[한정주=역사평론가] 疑人(의인)이면 莫用(막용)하고 用人(용인)이면 勿疑(물의)하라.

(의심이 가는 사람은 쓰지 말고, 사람을 썼다면 의심하지 말라.)

황석공은 다시 『소서』에서 이렇게 말한다. “危莫危於任疑(위막위어임의)이라.” 그 뜻은 “위태로움은 의심하면서 일을 맡기는 것보다 더한 위태로움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소서』에 주석과 해설을 달았다고 소개한 적이 있는 북송의 학자 겸 정치가 장상영은 이 구절에 대해 “한나라 고조 유방은 한신을 의심하면서 대사(大事)를 맡겼다. 이 때문에 한신이 배반할 마음을 품었다. 또한 당나라 덕종(德宗)은 이회광을 의심하면서 대사를 맡겼다. 이 때문에 이회광이 마침내 반란을 일으켰다”고 언급했다.

유방은 항우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한신의 재능과 공적 그리고 세력을 두려워해 행여나 모반을 일으키지 않을까 끊임없이 의심했다. 이 때문에 운몽(雲夢)이라는 곳으로 한신을 유인하고 모반의 밀고가 있었다면서 체포한 다음 낙양으로 끌고 갔다.

그러나 유방은 한신의 죄를 용서해주면서 대신 제후왕 초왕(楚王)의 지위를 박탈하고 회음후(淮陰侯)로 강등시켰다. 이때부터 한신은 병을 이유로 조회에 나가지 않은 채 날마다 유방을 원망하고 불만을 품은 채 때가 오면 군사를 동원해 반란을 일으킬 마음을 먹게 되었다.

한나라가 개국한 지 10년째 되는 해 진희가 모반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때 한신은 병을 핑계로 대며 군사를 이끌고 진희를 토벌하러 나선 유방의 군대에 합류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밀리에 진희에게 사람을 보내 군사를 일으키면 자신이 돕겠다는 말을 전했다.

실제 이때 한신은 자신의 가신들과 함께 거짓 조서를 꾸며서 각 관청의 죄인과 관노들을 풀어 주게 한 다음, 이들의 힘을 이용해 궁궐에 남아 있던 유방의 황후인 여후(呂后)와 태자를 습격해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한신의 가신 중 한 사람이 여후에게 한신의 모반을 고변했고, 여후의 계략에 속은 한신은 장락궁에서 처형당하고 만다. 이후 여후는 한신의 삼족을 모조리 죽였다.

이회광은 말갈족 출신으로 당나라 제9대 덕종 때 큰 전공을 세워 절도사(節度使)와 부원수(副元帥)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무장이었다. 이회광은 성격이 괴팍한 데다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해서 항상 천하를 혼란스럽게 만든 덕종 주변의 공경대신(公卿大臣)들을 죽이겠다고 떠벌이고 다녔다.

이 때문에 덕종은 이회광이 혹시 반역을 꾀하지 않나 의심하면서도 만약 그를 처벌할 경우 실제 군사를 동원해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에 차마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회광은 결국 하동(河東)에서 모반을 일으켰다.

이러한 까닭에 장상영은 한신과 이회광의 반역 사건을 빗대 “疑人莫用(의인막용)”, 즉 “의심나면 쓰지 말라”고 한 것이다.

반면 “用人勿疑(용인물의)”, 곧 “사람을 썼다면 의심하지 말라”는 말은 『예기』 <치의(緇衣)> 편에 실려 있는 공자의 “君不疑於其臣(군불의어기신) 而臣不惑於其君矣(이신불혹어기군의)”, 즉 “군주는 자신의 신하를 의심하지 않고, 신하는 자신의 군주에게 의혹을 품지 않는다”는 말과 비교해 살펴볼 수 있다.

공자는 군주가 사람을 쓸 경우에는 그 사람의 선(善)은 밝히고 악(惡)은 감추어 주어서 은혜를 두텁게 베풀면 결코 두 마음을 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된 자가 신하와 백성의 잘한 일은 만 천하에 드러내어 칭찬해주고 잘못한 일은 감추어주는 관용을 베푼다면 어떤 신하와 백성이 임금이 자신에게 의심과 의혹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오히려 임금이 자신을 진실로 믿어주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어떤 신하와 백성이 임금에게 두 마음을 품겠느냐는 게 공자의 가르침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을 썼다면 의심하지 말라”는 『명심보감』의 경구는 사람을 쓰면서 그 잘못과 허물을 자꾸 들추어내어 원망하고 비난하고 나무라는 일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하겠다. 그것은 사람을 쓰는 입장에서나 또는 부림을 받는 입장에서나 모두 점점 더 의심과 의혹만 품게 할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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