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믿는 사람과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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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믿는 사람과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10.12 0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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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⑮

[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⑮

[한정주=역사평론가] 自信者(자신자)는 人亦信之(인역신지)하니 吳越皆兄弟(오월개형제)요 自疑者(자의자)는 人亦疑之(인역의지)하니 身外皆敵國(신외개적국)이니라.

스스로를 믿는 사람은 다른 사람 역시 그를 신뢰하므로 오나라와 월나라 같은 원수지간일지라도 모두 형제가 될 수 있다. 스스로를 의심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 역시 그를 의심하므로 자신 이외에는 모두 적국이 된다.

황석공의 『소서』에는 “自疑(자의)면 不信人(불신인)하며 自信(자신)이면 不疑人(불의인)이라”는 구절이 있다. 풀이하면 “스스로를 의심하면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고 스스로를 믿으면 다른 사람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씨춘추』 <8람>을 보면 도끼를 잃어버린 어떤 나무꾼이 이웃집 아이가 도끼를 훔쳐갔다고 의심하게 되자 그 아이의 걸음걸이와 말과 행동거지는 물론이고 심지어 낯빛까지도 자신의 도끼를 훔친 도둑으로 보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나무꾼은 평소 나무하러 다니던 산속 골짜기에서 잃어버린 도끼를 찾았다. 그후 이웃집 아이를 다시 보니 걸음걸이와 말과 행동거지와 낯빛 어느 곳에서도 도끼를 훔친 도둑이라고 의심할 만한 구석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도끼를 잃어버린 나무꾼의 의심과 믿음은 자신의 마음에서 나온 것이지 이웃집 아이의 행동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나무꾼의 마음이 변했을 뿐 이웃집 아이는 나무꾼이 의심할 때나 믿을 때나 그대로였다.

이렇듯 믿음과 의심이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나온다는 이치를 『채근담』에서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다른 사람을 믿는 사람은 남들이 다 성실하지 않다고 해도 자기만은 홀로 성실하다. 다른 사람을 의심하는 사람은 남들이 다 속이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이 먼저 속인다.”

다른 사람을 믿는 사람은 자기도 믿고 다른 사람을 의심하는 사람은 자기도 의심하므로 스스로를 믿는 것처럼 세상 사람들을 믿는 사람에게는 마땅히 천하를 맡길 만하다고 할 수 있다.

믿음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는 사람은 세상을 믿음으로 가득 차게 할 수 있지만 의심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는 사람은 세상을 의심으로 가득 차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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