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개국공신과 자손들 멸문 속에서도 부귀영화 누린 소하의 자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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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개국공신과 자손들 멸문 속에서도 부귀영화 누린 소하의 자손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9.1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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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0강 훈자편(訓子篇)…자식을 가르쳐라⑩
▲ 한나라 삼걸(三傑) 혹은 3대 개국 공신으로 불리는 장량(왼쪽부터), 소하, 한신.

[명심보감 인문학] 제10강 훈자편(訓子篇)…자식을 가르쳐라⑩

[한정주=역사평론가] 人皆愛珠玉(인개애주옥)이나 我愛子孫賢(아애자손현)이니라.

(다른 사람들은 모두 주옥(珠玉)을 사랑하지만, 나는 자손이 현명한 것을 사랑한다.)

여기 『명심보감』의 말은 자손들에게 많은 보배나 재물을 물려주기보다는 차라리 현명함을 물려주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많은 보배나 재물을 자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그 보배나 재물보다 더 많은 허물과 원망을 물려주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보배나 재물을 물려주는 것은 자손들이 잘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한 바람이 단지 허물과 원망을 물려주는 것에 불과하다면 자손들이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물려준 보배나 재물이 오히려 자손들을 해치고 망치게 된다는 사실을 깨우쳐야 한다.

만약 자손에게 현명함을 물려주어서 자신의 집안을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던 인물을 꼽는다면 아마도 한나라의 개국 공신 소하(蕭何)만한 이가 없을 것이다.

앞서 유방에게 한신을 천거한 사람으로 소개한 적이 있는 소하는 장량·한신과 더불어 한나라 삼걸(三傑) 혹은 3대 개국 공신으로 불릴 만큼 큰 공로를 세워 명성을 얻었다.

항우를 죽이고 천하를 평정한 후 신하들의 공적을 논할 때 유방은 소하의 공이 가장 크다면서 찬후(酇侯)로 봉하고 식읍(食邑) 역시 가장 많이 주었다. 또한 소하의 아버지와 아들은 물론이고 형과 동생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제후로 봉하고 식읍을 포상으로 주었다.

심지어 유방은 소하에게는 칼을 차고 신을 신은 채 궁전에 오를 수 있도록 허락하는가 하면 자신을 알현할 때도 작은 걸음으로 빨리 걷는 신하의 예의를 갖추지 않아도 되는 특전을 베풀 정도였다.

특히 소하는 회음후 한신을 주살할 때 계책을 쓴 공로를 인정받아 상국(相國)의 지위에 올라 그 권세와 재물이 나는 새도 떨어뜨릴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황제 유방을 제외하면 한나라에서 최고의 지위에 오르고 최고의 권세를 누리고 최고의 재물을 지니고 있었지만 소하는 죽을 때까지 항상 검소함과 청렴함을 잃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두려워하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사마천은 『사기』 <소상국세가(蕭相國世家)>에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소하는 전답과 거처를 장만할 때 좋은 곳을 피해 반드시 외딴 곳에 마련하였다. 또한 집에는 담장을 둘러치지 않았다.”

도대체 소하는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 그는 한나라 개국에 큰 공을 세운 공신과 그 자손들이 더 많은 권세와 재물을 얻으려고 하다가 오히려 황제인 유방과 황실의 감시와 견제에 걸려서 멸문의 재앙을 입는 모습을 자주 목도했다. 때문에 소하는 더 많은 권세와 재물은 자신과 자손들에게 복(福)이 아니라 화(禍)가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우쳤다.

이러한 까닭에 소하는 자손들에게 권세와 재물을 물려주기보다는 검소함과 청렴함 그리고 공경함과 겸손함을 물려주는 것이 집안을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는 현명한 처신이라고 여겼다.

『사기』 <소상국세가>에는 소하의 현명한 처신이 잘 담겨 있는 말이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자손이 현명하다면 나의 검소함과 청렴함을 본받을 것이고, 비록 현명하지 않다고 해도 권세 있는 사람에게 집과 재물을 빼앗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후대 사람들은 한나라 황실에 의해 공신과 그 자손들이 하나둘씩 멸문을 당하는 상황 속에서도 소하의 자손들만은 오래도록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던 까닭을 모두 소하가 몸소 자손들에게 권세와 재물에 대해 현명하게 처신하는 방법을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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