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고 병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게을리 하지 않았던 주희의 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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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병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게을리 하지 않았던 주희의 배움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8.3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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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9강 근학편(勤學篇)…부지런히 배워라⑥
▲ 주희의 초상.

[명심보감 인문학] 제9강 근학편(勤學篇)…부지런히 배워라⑥

[한정주=역사평론가] 朱文公曰(주문공왈) 家若貧(가약빈)이라도 不可因貧而廢學(불가인빈이폐학)이요 家若富(가약부)라도 不可恃富而怠學(불가시부이태학)이니 貧若勤學(빈약근학)이면 可以立身(가이입신)이요 富若勤學(부약근학)이면 名乃光榮(명내광영)이니라 惟見學者顯達(유견학자현달)이요 不見學者無成(불견학자무성)이니라 學者(학자)는 乃身之寶(내신지보)요 學者(학자)는 乃世之珍(내세지진)이니라 是故(시고)로 學則乃爲君子(학즉내위군자)요 不學則爲小人(불학즉위소인)이니 後之學者(후지학자)여 宜各勉之(의각면지)하라.

(주문공이 말하였다. “만약 집안이 가난해도 가난하다는 이유로 배우는 일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만약 집안이 부유해도 부유한 것을 믿고 배우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만약 가난한 사람이 부지런히 배운다면 입신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부유한 사람이 부지런히 배운다면 이름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오직 배우는 사람이 입신출세하는 광경은 보았지만 배우는 사람이 성취하지 못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배우는 것은 곧 일신의 보물이고 배우는 사람은 곧 세상의 보배이다. 이러한 까닭에 배우면 군자가 되지만 배우지 않으면 소인이 되는 것이니 후학들은 마땅히 각자 힘써 배워야 할 것이다.)

주문공은 주희(주자)를 말한다. 문공은 남송 때 그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나라에서 내린 시호이다.

주희는 일찍이 “자신은 게으름을 피우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늙고 병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날 찾아온 제자들에게 “모두 힘을 모아 열심히 공부하라”는 유언을 남길 만큼 오로지 ‘어떻게 배우고 익힐 것인가’만 생각한 사람이다.

이 때문에 주희는 평생 편찬한 책이 80여종, 편지 글이 2000여편, 대화록이 140편, 문하에서 나온 학자들만 476명에 달할 만큼 학자이자 사상가이자 저술가로서 독보적인 지위에 올랐다.

그는 『논어』·『맹자』·『대학』·『중용』을 사서(四書)로 분류해 유학자들이 필수적으로 배워야 할 경전의 반열에 올려놓았는가 하면 사서에 관한 이전 시대 여러 학자들의 주석을 한곳에 모으고 자신의 해설을 더해서 『논어집주』·『맹자집주』·『대학집주』『중용집주』 등 『사서집주(四書集注)』를 엮었다.

더욱이 앞서 소개했던 성리학의 바이블 『근사록』과 『소학』 역시 그의 손에서 편찬 제작되었다.

이러한 편찬 및 저술 작업을 통해 주희는 이전 북송 시대 주돈이, 정호, 정이, 장횡거 등의 성리학 사상을 집대성하는 한편 이들 선유(先儒)의 성리학을 새로운 수준에서 해석하여 철학적으로 완성했다. 이 때문에 훗날 성리학은 ‘주자학’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특히 역사상 가장 잘 지은 권학문만을 모아놓은 『고문진부』 <권학문(勸學文)>에 실려 있는 주희의 ‘권학문’을 읽어보면 그가 얼마나 한시도 쉬지 않고 배움에 정진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주자는 여기에서 배움이란 시기가 있어서 차일피일 미루다 때를 놓치면 뒤늦게 크게 후회하게 되고, 한 시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갈고 닦아야 비로소 성취하는 것이 있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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