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古今)의 일을 널리 배워 통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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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古今)의 일을 널리 배워 통달해야 한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8.29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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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9강 근학편(勤學篇)…부지런히 배워라⑤

[명심보감 인문학] 제9강 근학편(勤學篇)…부지런히 배워라⑤

[한정주=역사평론가] 韓文公曰(한문공왈) 人不通古今(인불통고금)이면 馬牛而襟裾(마우이금거)니라.

(한문공이 말하였다. “사람이 과거와 현재의 일을 널리 배워서 알지 못하면 말과 소에 옷을 입혀놓은 것과 같다.”)

한문공은 한유(韓愈)를 가리키는 말이다. 문공(文公)은 그의 시호(諡號)이다. 자(字)가 퇴지(退之)여서 한퇴지 또는 호(號)가 창려(昌黎)여서 한창려라고 불리기도 하는 한유는 중국 문학사를 찬란하게 빛낸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 중의 한 사람이다.

당송팔대가란 당나라의 한유와 유종원(柳宗元) 그리고 송나라의 구양수(歐陽修)·소순(蘇洵)·소식(蘇軾)·소철(蘇轍)·증공(曾鞏)·왕안석(王安石) 등 8명의 문장가를 총칭하는 용어이다.

이들은 위진남북조시대 이후 유행한 화려하지만 공허한 성격을 띠는 사륙변려체(四六騈驪體)의 문장을 배격하고 진한(秦漢) 시대 이전의 문장, 즉 유가 사상을 바탕으로 간결하고 알기 쉬우면서도 뜻을 확실하게 전달하는 문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산문운동인 ‘고문운동(古文運動)’을 전개했다.

한유는 이들 당송팔대가 중 가장 이른 시기의 인물로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여기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人不通古今(인불통고금) 馬牛而襟裾(마우이금거)”라는 구절은 한유가 지은 ‘부독서 성남(符讀書 城南)’이라는 시의 일부이다.

이 시는 제목 그대로 한유가 ‘장안성(長安城)의 남쪽에서 독서하는 아들 한부(韓符)에게’ 지어 주면서 부지런히 배우도록 권유한 것이다. 아래는 시의 전문이다.

木之就規矩(목지취규구) 나무를 그림쇠에 따라 깎는 것은
在梓匠輪輿(재재장륜여) 장인과 목수의 솜씨에 달려있네.
人之能爲人(인지능위인) 사람이 사람답게 될 수 있는 것은
由腹有詩書(유복유시서) 뱃속에 시서(詩書)가 있느냐에 달려 있네.
詩書勤乃有(시서근내유) 시서(詩書)는 부지런히 공부하면 곧 가질 수 있지만
不勤腹空虛(불근복공허) 부지런하지 않으면 뱃속은 텅 비게 되네.
欲知學之力(욕지학지력) 배움의 힘을 알고자 한다면
賢愚同一初(현우동일초)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 처음에는 같았지만
由其不能學(유기불능학) 배우지 않은 이유로 말미암아
所入遂異閭(소입수이려) 들어가는 문이 마침내 달라졌네.
兩家各生子(양가각생자) 두 집안에서 각각 자식 낳았다고 하세
提孩巧相如(제해교상여) 두세 살 어린아이 재능 서로 비슷하네.
少長聚嬉戱(소장취희희) 조금 자라 모여서 즐겁게 장난치며 놀 때도
不殊同隊魚(불수동대어) 같은 무리 서로 어울리는 고기와 다르지 않네.
年至十二三(연지십이삼) 나이 열두세 살 되면
頭角秒相疎(두각초상소) 머리 골격 약간씩 서로 달라지네.
二十漸乖張(이십점괴장) 스무 살 되면 점점 더 틈이 벌어지니
淸溝映汚渠(청구영오거) 맑은 개울과 더러운 도랑 비교되네.
三十骨觡成(삼십골격성) 서른 살 되면 뼈대가 완성되어서
乃一龍一豬(내일룡일저) 하나는 용의 골격 하나는 돼지의 골격 되네.
飛黃騰踏去(비황등답거) 배움 이룬 신마(神馬) 비황은 높이 뛰어 내달리느라
不能顧蟾蜍(불능고섬서) 배움 없는 멍청한 두꺼비 따위는 돌아보지도 않네.
一爲馬前卒(일위마전졸) 한 사람은 앞에서 말 모는 졸개가 되어서
鞭背生蟲蛆(편배생충저) 채찍 맞은 등에는 구더기 우글대네.
一爲公與相(일위공여상) 한 사람은 공경(公卿)과 재상(宰相)의 지위에 올라서
潭潭府中居(담담부중거) 거대하고 그윽한 저택에서 산다네.
問之何因爾(문지하인이) 묻는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되었나?
學與不學歟(학여불학여) 한 사람은 배우고 한 사람은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네.
金壁雖重寶(금벽수중보) 금이나 옥은 비록 귀중한 보물이지만
費用難貯儲(비용난저저) 쉽게 소비해 간직하기 어렵다네.
學問藏之身(학문장지신) 학문은 내 몸에 저장되어 있는 것
身在則有餘(신재즉유여) 내 몸만 존재하면 사용해도 여전히 남아있네.
君子與小人(군자여소인) 군자가 되고 소인이 되는 것은
不繫父母且(불계부모차) 부모에게 달려 있지 않네.
不見公與相(불견공여상) 보지 못했는가, 공경과 재상이
起身自犁鋤(기신자리서) 밭 갈고 김매는 농민의 집안에서 나오는 것을.
不見三公後(불견삼공후) 보지 못했는가, 삼공(三公)의 후손들이
寒饑出無驢(한기출무려)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며 나귀도 없이 나다니는 것을.
文章豈不貴(문장기불귀) 문장이 어찌 귀하지 않겠는가!
經訓乃菑畬(경훈내치여) 경서의 가르침은 곧 잡초 뽑아 일군 새 밭 같은 것
潢潦無根源(황료무근원) 웅덩이 괸 물 근원이 없으니
朝滿夕已除(조만석이제) 아침에 가득해도 저녁엔 이미 말라 없어지네.
人不通古今(인불통고금) 사람이 고금의 일을 널리 배워서 알지 못하면
牛馬而襟裾(우마이금거) 소나 말에 옷을 입혀놓은 것과 같네.
行身陷不義(행신함불의) 몸가짐과 행동거지 불의(不義)에 빠졌는데
況望多名譽(황망다명예) 하물며 많은 명예를 바랄 수 있겠는가!
時秋積雨霽(시추적우제) 때는 가을철 긴 장마 개이고
新凉入郊墟(신량입교허) 신선하고 서늘한 기운 교외에서 불어오네.
燈火秒可親(등화초가친) 등불 점점 가까이 할 만하니
簡編可卷舒(간편가권서) 서책 펼쳐 읽을 만하지 않은가.
豈不旦夕念(기불단석염) 어찌 아침저녁으로 생각하지 않으리
爲爾惜居諸(위이석거제) 너를 위해 쉬지 않고 흐르는 세월 아껴야 하리.
恩義有相奪(은의유상탈) 인정과 의리는 서로 어긋남이 있으니
作詩勸躊躇(작시권주저) 시 지어 망설이고 머뭇거리는 너에게 권면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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