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지 않은 사람과 배워서 지혜가 깊어진 사람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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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지 않은 사람과 배워서 지혜가 깊어진 사람의 차이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8.24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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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9강 근학편(勤學篇)…부지런히 배워라②

[명심보감 인문학] 제9강 근학편(勤學篇)…부지런히 배워라②

[한정주=역사평론가] 莊子曰(장자왈) 人之不學(인지불학)이면 如登天而無術(여등천이무술)이요 學而智遠(학이지원)이면 如披祥雲而覩靑天(여피상운이도청천)하고 登高山而望四海(등고산이망사해)니라.

(장자가 말하였다. “사람이 배우지 않는 것은 마치 아무런 재주도 없으면서 하늘에 오르려는 것과 같다. 배워서 지혜가 깊어지는 것은 마치 상서로운 구름을 헤치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것과 같고, 높은 산에 올라 온 천하를 내려다보는 것과 같다.”)

사람이 배우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구름을 뚫고 하늘을 바라봐야 그 하늘이 맑고 푸르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높은 산에 올라가야 천하가 크고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배워서 지혜가 깊어진다는 것은 구름을 뚫고 하늘을 바라보는 것처럼 또는 높은 산에 올라 천하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무지함을 벗어나 앎의 경지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까닭에 순자 역시 『순자』 <권학편(勸學篇)>에서 “높은 산에 올라 보지 않은 사람은 하늘이 높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깊은 계곡에 들어가 보지 않은 사람은 땅이 두텁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마찬가지 이치로 이미 깨우친 앞선 사람들이 남긴 말을 듣지 못하는 사람은 학문이 거대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장자가 말하는 ‘배움’은 공자와 같은 유가들이 말하는 ‘배움’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유가들은 옛 사람, 즉 성현(聖賢)이 남긴 언행을 기록한 경서(經書)를 배움의 대상으로 삼아 익히는 것을 ‘배운다’고 말한다. 그러나 장자의 시각에서 보면 이러한 배움은 오히려 배움을 해칠 뿐이다.

예를 들어 유가에서 말하는 것처럼 배운다는 것이 유학의 경서에 국한된다면 이렇게 배운 사람은 세상 모든 것을 오직 유학의 이념과 이론과 학설로만 이해할 것이다. 만약 묵자를 추종해 배우는 묵가라면 또한 세상 모든 것을 오직 묵가의 이념과 이론과 학설로만 이해할 것이다. 법가를 비롯한 다른 제자백가(諸子百家) 역시 예외가 아닐 것이다.

배우는 것이 이렇다면 장자의 말대로 배움이 오히려 배움을 해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럼 장자에게 배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유가니 묵가니 법가니 하는 따위의 이념과 이론과 학설에 갇혀 있는 배움이 아니라 자연과 세계와 우주 자체를 배움의 대상으로 삼아 배우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옛 성현이 남긴 말 찌꺼기에 불과한 경서 등과 같은 지식에 의존하는 배움이 아니라 문자로 쓰인 지식 바깥의 자연과 세계와 우주를 직접적인 대상으로 삼아 사유하는 배움이 바로 진정한 배움이라는 얘기이다.

실제 우리가 열성을 다해 배우는 경서들을 남긴 옛 성현들은 장자처럼 자연과 세계와 우주 자체를 배움의 대상으로 삼아 사유하면서 지혜가 깊어진 사람들이다. 그래서 강태공은 ‘밝게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달라는 문왕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눈은 명확(明確)하게 보는 것을 귀중하게 여깁니다. 귀는 총명(聰明)하게 듣는 것을 귀중하게 여깁니다. 마음은 지혜(智慧)를 귀중하게 여깁니다. 천하 만백성의 눈을 자신의 눈으로 삼아서 보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고, 천하 만백성의 귀를 자신의 귀로 삼아서 들으면 총명하게 들리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고, 천하 만백성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삼아서 생각하면 알 수 없는 것이 하나도 없게 됩니다.”

강태공에게 밝게 안다는 것은 천하 만백성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비로소 지혜가 밝아진다는 강태공의 말이야말로 특정한 이념과 이론과 학설에 의존하지 않는 배움, 즉 자연과 세계와 우주 자체를 배움의 대상으로 삼아 배우는 것만이 진정한 ‘배움’이라는 얘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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