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많으면 탈도 많고, 일이 적으면 탈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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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많으면 탈도 많고, 일이 적으면 탈도 적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8.0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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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⑳

[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⑳

[한정주=역사평론가] 生事事生(생사사생)이요 省事事省(성사사성)이니라.

(일을 만들면 일이 생겨나고, 일을 덜면 일이 줄어든다.)

‘일을 적게 하고 일을 만들지 말라’는 여기 『명심보감』의 경구는 사람들에게 ‘무위이성(無爲而成)’의 삶을 살라고 주문하고 있다. ‘무위이성’이란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공자의 손자인 자사가 지었다고 전하는 『중용』에는 “不見而章(불현이장)하며 부동이변(不動而變)하며 무위이성(無爲而成)이니라”라는 구절이 나온다. “드러나지 않아도 밝혀지며 움직이지 않아도 변화시키며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인위적인 작용을 가하거나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다시 말해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일부러 일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자는 ‘무위이성’과 동일한 맥락에서 ‘무위이치(無爲而治)’, 즉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다스리는 것을 통치의 최고 덕목으로 역설했다.

『논어』 <위령공(衛靈公)> 편에 보면 “無爲而治者(무위이치자)는 其舜也與(기순야여)신저!”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지만 천하를 다스릴 수 있었던 사람은 순임금뿐이었다는 말이다.

순임금은 단지 자기 몸을 공손히 하고 남면(南面)한 채 있었을 뿐이었지만 천하는 태평성세를 이루었다는 게 공자의 주장이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다는 말일까?

인자(仁者)와 현자(賢者)를 임용하여 예(禮)와 덕(德)으로 신하와 백성들을 감화시키면 직무와 명령 또는 법령과 제도를 만들어 다스리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다스려진다는 얘기이다.

반면 노자의 ‘무위지치’는 공자가 무위지치의 바탕이라고 한 ‘예(禮)와 덕(德)’조차도 인위적으로 만든 가치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노자의 시선으로 보면 공자와 같은 유가들이 예(禮)와 덕(德)의 도리를 세워 백성들을 교화하고자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것 자체가 쓸데없는 일을 공연히 만드는 짓에 불과하다.

이러한 이치를 개개인에게 적용하면 일을 하되 저절로 이루어지도록 놓아 둘 뿐 애써 이루려고 이 일 저 일을 만들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지 말라는 뜻이 된다. 일을 만들어서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하면 할수록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과 근심만 많아질 뿐 도리어 일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채근담』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행복은 일이 적은 것보다 더한 행복이 없다. 재앙은 마음이 번잡한 것보다 더한 재앙이 없다. 일 때문에 고통을 겪어 본 사람만이 일이 적은 것이 행복이란 것을 안다. 오직 평정심을 지니고 있는 사람만이 마음이 번잡해 근심과 걱정이 많은 것이야말로 재앙이라는 사실을 안다.”

일이 많아지면 마음이 번잡해지고 마음이 번잡해지면 근심과 걱정이 많아지는데, 이것이야말로 재앙 중의 재앙이라는 뜻이다. 일을 적게 하고 더 나아가 일부러 일을 만들지 말아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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