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만 따지면 도리가 어긋나고 사사로운 뜻이 앞서면 공정함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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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만 따지면 도리가 어긋나고 사사로운 뜻이 앞서면 공정함이 무너진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8.0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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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⑲

[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⑲

[한정주=역사평론가] 爾謀不臧(이모부장)이면 誨之何及(회지하급)이며 爾見不長(이견부장)이면 敎之何益(교지하익)이리오 利心專則背道(이심전즉배도)요 私意確則滅公(사의확즉멸공)이니라.

(너희의 생각이 올바르지 않으면 가르친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으며, 너희들의 견해가 진전이 없다면 가르친다고 한들 무슨 이로움이 있겠느냐. 마음속으로 오로지 이익만을 따진다면 도리를 거스르게 되고, 사사로운 뜻이 굳어지면 공정함이 무너지게 된다.)

『맹자』의 첫 장을 펼치면 맹자가 양혜왕(梁惠王)을 만나 ‘이익(利益)이 먼저냐, 인의(仁義)가 먼저냐’는 문제에 대해 유세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당시 “선생께서 천리 길을 멀다 하지 않고 나를 찾아오셨으니 장차 우리나라에 어떤 이익을 줄 수 있겠습니까?”라는 양혜왕의 물음에 대한 맹자의 답변은 바로 여기 『명심보감』의 “마음속으로 오로지 이익만을 따진다면 도리를 거스르게 된다”는 경구와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하겠다. 맹자는 이렇게 답변했다.

“왕께서는 왜 하필 이익을 말하십니까? 오직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 왕께서 ‘어떻게 하면 내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시면 벼슬아치들은 ‘어떻게 하면 내 집안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할 것입니다. 또한 선비나 일반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하면 내 한 몸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만을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위로는 왕과 벼슬아치에서부터 아래로는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서로 이익만을 얻고자 한다면 결국 나라는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만승(萬乘)을 소유한 천자의 나라에서 천자를 죽이는 자는 반드시 천승(千乘)의 재물과 권력을 갖고 있는 제후이고, 천승을 소유한 제후의 나라에서 제후를 죽이는 자는 반드시 백승(百乘)의 재물과 권력을 쥐고 있는 대부의 가문입니다. 만승 중에서 천승을 차지한 제후나 천승 중에서 백승을 차지한 대부의 재물과 권력이 결코 적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각자가 인의를 멀리 하고 이익만을 좇는다면, 천승을 가진 자는 만승을 다 차지하고 백승을 가진 자는 천승을 다 차지하고서도 결코 만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진 사람[仁者]’으로서 그 어버이에게 효도하지 않은 이가 아직 없었고, ‘의로운 사람[義者[’으로서 그 임금에게 충성하지 않는 이는 아직 없었습니다. 이치가 이러한대 왕께서는 어찌하여 인의를 묻지 않고 이익만을 말씀하십니까?”

이렇듯 맹자는 인의를 멀리 하고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게 되면 세상은 약육강식의 논리와 이치만이 지배하게 되므로 결국 올바른 도리가 설 자리는 사라지고 만다고 주장했다.

이익만 따지면 올바른 도리가 설 자리가 없게 되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사사로운 뜻[私意]이 앞서면 공명정대(公明正大)함이 무너지게 된다. 사사로운 뜻은 반드시 ‘사사로운 이익[私利[’과 ‘사사로운 욕심[私慾]’을 낳기 때문이다.

율곡 이이는 『성학집요』에서 주희의 <봉사(封事)>를 인용해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반드시 “공명정대한 마음으로 자신을 단속하고 나라를 경영하고 백성을 통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만약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 사사로운 뜻을 앞세우게 되면 세상의 풍속이 서로 앞 다투어 이익을 좇고 아첨을 일삼게 되어서 공명정대함은 무너진 채 나라 안은 온통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아첨꾼과 간신배들로 가득 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까닭에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공명정대함을 잃지 않기 위해서 ‘사사로운 뜻[私意[’와 ‘사사로운 마음[私心]’을 멀리해야 한다. 그래서 공자는 사사로운 뜻과 사사로운 마음을 버리고 온 세상을 위해 일하는 것을 가리켜 하늘, 땅, 해와 달에 비견하여 ‘삼무사(三無私)’ 즉 ‘세 가지 사사로움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하늘은 사사로이 덮는 일이 없다[天無私覆]. 땅은 사사로이 싣는 일이 없다[地無私載]. 해와 달은 사사로이 비추는 일이 없다[日月無私照].”

하늘은 세상 모든 것을 덮어줄 뿐 무엇은 덮어주고 무엇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없다. 땅은 세상 모든 것을 실어줄 뿐 무엇은 실어주고 무엇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없다. 해와 달은 세상 모든 것을 비춰 줄 뿐 무엇은 비춰주고 무엇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사사로운 뜻과 사사로운 마음이 없다는 것은 바로 하늘과 땅과 해와 달처럼 공평정대(公平正大) 혹은 공명정대(公明正大)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가 사상을 집대성한 경전인 『예기』의 <공자한거(孔子閑居)> 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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