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하늘은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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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하늘은 알고…”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8.0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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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⑰

[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⑰

[한정주=역사평론가] 숙흥야매(夙興夜寐)하여 所思忠孝者(소사충효자)는 人不知(인부지)나 天必知之(천필지지)니라 飽食煖衣(포식난의)하여 怡然自衛者(이연자위자)는 身雖安(신수안)이나 其如子孫何(기여자손하)오.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잠들 때까지 충효를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알아보지 못한다고 해도 하늘은 반드시 그를 알고 있다. 배불리 먹고 따뜻한 옷을 입은 채 온갖 즐거움을 누리며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사람은 비록 몸은 편안하더라도 그 자손은 과연 어찌 될 것인가?)

‘숙흥야매(夙興夜寐)’란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잠든다’는 뜻이다. 중국의 지식인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잠들 때까지 부지런히 배우고 노력하며 깨우치는 생활’이 수신(修身)과 정기(正己)와 정심(定心)에 있어서 근본적인 원동력이 된다고 여겼다.

이러한 ‘숙흥야매의 철학과 일상생활 속 지침’을 가장 잘 밝혀놓은 글이 송나라 때 사람인 남당(南塘) 진백(陳伯)이 스스로 경계로 삼으려고 지은 『숙흥야매잠(夙興夜寐箴)』이다.

이 잠언은 율곡 이이가 선조를 훈계하려고 지어 올린 『성학집요』에도 수록되어 있고, 또한 퇴계 이황이 어린 임금 선조를 성군(聖君)으로 이끌기 위해 지어 바친 『성학십도』에도 실려 있다.

조선 성리학의 태두라고 할 만한 율곡 이이와 퇴계 이황이 보기에도 사람이라면 마땅히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한다고 여겼던 일들이 『숙흥야매잠』에 잘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숙흥야매잠』을 읽어보면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또한 ‘자신만을 위해 일신의 편안함을 누리려고 하지 말 것’을 가르치고 있는 여기 『명심보감』의 경구와 그 뜻이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깨우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래 『숙흥야매잠』의 전문을 소개한다.

“닭이 울어 잠에서 깨면 이런 저런 생각이 점차로 일어나니 그 사이에 어찌 마음을 고요히 하여 정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과거의 허물을 반성하기도 하고 혹은 새로이 깨달은 것을 실마리 삼아 차례차례 조리(條理)를 세워 분명하게 이해해야 한다. 이미 근본이 세워졌으면 새벽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머리를 빗고 의관(衣冠)을 갖추고 단정하게 앉아서 안색을 가다듬어야 한다.

마음을 모아서 솟아오르는 해처럼 밝게 하여 엄숙하고 가지런하게 하며, 마음을 비우고 밝으며 고요하고 한결 같이 해야 한다. 이때 책을 펼쳐 성현을 대하게 되면 공자가 그 자리에 계시고 안자(顔子: 안연)와 증자가 앞뒤에 있게 될 것이다.

성현의 말씀을 친밀하고 절실하게 경청하며 제자들이 묻고 변론한 것을 거듭 참고하여 바로잡아야 한다. 일이 생겨 대응할 때는 행동으로 증험하고, 천명(天命)은 밝게 빛나니 항상 여기에 눈을 두어야 한다. 일이 끝난 다음에는 곧 예전의 나로 돌아가 마음을 고요히 하고 정신을 모으고 잡념을 버려야 한다.

움직임과 고요함이 돌고 도는 것을 마음만은 볼 수 있으니 고요할 때는 보존하고 움직일 때는 관찰하되 마음이 두 갈래 세 갈래로 흩어져서는 안 된다. 글을 읽고 남는 시간에는 틈틈이 쉬면서 정신을 가다듬고 본성(本性)과 심정(心情)을 길러야 한다.

날이 저물면 사람은 권태로워져서 기운이 혼탁해지기 쉬우니 몸과 마음을 가지런하고 엄숙하게 해서 정신을 밝게 일으켜 세워야 한다. 밤이 깊어서 잠잘 때에는 손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잡스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말며 마음과 정신이 편히 쉬게 해야 한다.

이렇듯 밤의 기운을 잘 기르면 올곧은 마음이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항상 이것을 마음에 두고 새겨서 밤낮으로 부지런히 힘써야 한다.”

만약 이렇게 한다면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근심하거나 분노하거나 원망할 마음이 생기겠는가. 또한 이렇게 생활하는 사람을 직접 보고 배우면서 자란 그의 자손이 어떻게 잘못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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