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떤 물건도 가득 채우면 엎질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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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떤 물건도 가득 채우면 엎질러진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7.1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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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④

[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④

[한정주=역사평론가] 子曰(자왈) 聰明思睿(총명사예)라도 守之以愚(수지이우)하고 功被天下(공피천하)라도 守之以讓(수지이양)하고 勇力振世(용력진세)라도 守之以怯(수지이겁)하고 富有四海(부유사해)라도 守之以謙(수지이겸)하라.

(공자가 말하였다. “총명하고 생각이 지혜롭다고 해도 어리석음을 지녀야 하고, 공적이 온 천하를 덮는다고 해도 겸손함을 지녀야 한다. 용기와 힘이 온 세상에 떨치더라도 두려움을 지녀야 하고, 부유함이 온 세상을 가질 만하다고 해도 공손함을 지녀야 한다.”)

앞서 ‘십철(十哲)’, 즉 공자의 10대 제자라고 한 이들 중 정사(政事)에서 가장 뛰어났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 계로는 곧 자로(子路)이다. 자로는 요즘 식으로 표현하자면 이른바 ‘깍두기’ 출신인데 가난하고 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성격이 강직하고 용맹스러웠다.

특히 자로는 공자의 제자가 되기 전 공자를 깔보고 폭행하려고 한 사건으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훗날 공자는 자로가 자신의 제자가 되고 난 후부터 자신을 비난하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자로 같은 깍두기 출신도 공자 문하에서 배우는데 힘쓰면 훌륭한 선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본 사람들이 공자의 덕망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여기 공자의 말은 『공자가어』 <삼서(三恕)> 편에 실려 있는 공자와 자로의 문답 중에 나오는 내용아다.

어느 날 공자는 노나라의 임금 환공(桓公)을 모시는 사당에 들어갔다. 당시 공자는 사당에 있던 의례용 제기 가운데 ‘기울어진 그릇’을 보고 그곳을 지키는 사람에게 무슨 그릇이냐고 물었다. 사당을 지키는 사람이 ‘유좌지기(宥坐之器): 항상 곁에 두고 보는 그릇)’라고 대답했다.

공자는 ‘유좌’라는 그릇은 그 속을 비워두면 기울어지는 반면 반쯤 채우면 반듯하게 된다고 하면서 덧붙여 말하기를 만약 가득 채우면 넘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뒤에 있는 제자들을 돌아보면서 “유좌에 물을 부어 보아라”고 했다. 이에 제자들이 물을 부었다. 그런데 과연 공자의 말대로 반쯤 물을 채우자 반듯하게 섰던 그릇이 가득 물을 채우자 넘어졌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공자는 안타깝게 탄식하면서 세상 어떤 물건도 가득 채우면 엎질러지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때 자로가 앞으로 나서며 공자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그렇다면 가득 차고서도 넘어지거나 엎어지지 않을 도리는 없습니까?”

이 질문에 공자는 왜 그러한 도리가 없겠느냐면서 총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어리석은 사람처럼 해야 하고, 온 천하를 덮을 만큼 공적이 큰 사람이라고 해도 겸손한 사람처럼 해야 하고, 온 세상을 벌벌 떨게 할 만큼 거대한 용기와 힘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해야 하고, 세상 모든 것을 가질 만한 재물을 소유하고 있다고 해도 공손한 사람처럼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었다.

공자의 가르침은 자신의 총명함과 지혜로움, 공적과 용력(勇力), 재물과 지위만 믿고 오만하거나 교만하거나 방자한 언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제멋대로 저지르는 사람은 마치 가득 차면 엎어지거나 넘어지는 ‘유좌지기(宥坐之器)’의 신세를 모면하기 어려우니 만큼 항상 경계하면서 살라는 주문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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