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 않고, 보지 않고, 말하지 않아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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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지 않고, 보지 않고, 말하지 않아야 할 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6.25 0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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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5강 정기편(正己篇)…몸을 바르게 하라㉒
▲ 북송 성리학의 태두 정이천.

[명심보감 인문학] 제5강 정기편(正己篇)…몸을 바르게 하라㉒

[한정주=역사평론가] 耳不聞人之非(이불문인지비)하고 目不視人之短(목불시인지단)하고 口不言人之過(구불언인지과)라야 庶幾君子(서기군자)니라.

(귀로는 다른 사람의 허물을 듣지 않고, 눈으로는 다른 사람의 단점을 보지 않고, 입으로는 다른 사람의 과오를 말하지 않아야 군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귀로 듣지 않아야 할 일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의 허물이다.

눈으로 보지 않아야 할 일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의 단점이다.

입으로 말하지 않아야 할 일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의 과오이다.

왜 이렇게 해야 할까? 맹자는 그 까닭을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의 허물과 단점과 과오를 말하다가 거기에 따라 어느 때 자신에게 닥쳐올 지 모를 후환(後患)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또한 『채근담』에서는 덕(德)을 기르고 해악(害惡)을 멀리하는 세 가지 방법을 알려주면서 이렇게 충고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작은 잘못을 책망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사사로운 비밀을 드러내 밝히지 말고, 다른 사람의 지난날 악행을 마음에 새겨두지 않아야 한다. 이 세 가지는 덕을 기르고 해로움을 멀리하게 한다.”

북송 성리학의 태두 정이천은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네 가지 몸의 작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공자가 제자 안회에게 했던 “예(禮)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행동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마음 깊이 새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귀로 다른 사람의 허물을 듣고, 눈으로 다른 사람의 단점을 보고, 입으로 다른 사람의 과오를 말하는 것이 예(禮)가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만한 일이다. 그리고 정이천은 스스로 경계하기 위해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 대한 네 가지 잠언(箴言)을 지었다.

첫째, 눈으로 보는 것을 경계한다는 시잠(視箴)에서는 ‘사물을 볼 때 사사로운 욕심을 극복하고 예(禮)로 돌아가게 하는 것을 오래 지속해야 마음이 성실해진다’고 했다.

둘째, 귀로 듣는 것을 경계하는 청잠(聽箴)에서는 ‘사악한 소리가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성실한 도리를 보존해 예(禮)에 벗어나거나 어긋나는 것은 멈출 곳을 알아서 아예 듣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셋째, 입으로 말하는 것을 경계하는 언잠(言箴)에서는 ‘내가 함부로 말하면 남도 내게 거슬리는 말을 하고, 내가 도리에 벗어나는 말을 하면 남도 내게 도리에 어긋나는 말을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넷째, 몸으로 행동하는 것을 경계하는 동잠(動箴)에서는 ‘사사로운 이익과 욕심에 이끌려 움직이면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는 셈이니 한순간도 올바른 도리를 잊지 말고 두려워하고 신중하며 조심하여 자신의 몸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이 네 가지 잠언을 바탕으로 삼아 오래도록 노력을 기울여 그 습관과 기질과 성품이 자신의 몸과 마음에 무르익어야 비로소 성현 군자에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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