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움 없는 일과 좋은 결과를 얻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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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움 없는 일과 좋은 결과를 얻는 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6.19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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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5강 정기편(正己篇)…몸을 바르게 하라⑲

[명심보감 인문학] 제5강 정기편(正己篇)…몸을 바르게 하라⑲

[한정주=역사평론가] 凡戱(범희)는 무익(無益)이요 惟勤(유근)이 有功(유공)이니라.

(장난과 희롱은 아무런 이로움이 없는 일이고, 오직 부지런할 때만 좋은 결과가 있다.)

“오직 부지런할 때만 좋은 결과가 있다”는 말과 딱 들어맞는 고사성어(故事成語)를 찾아보자. 아마도 눈치 빠른 독자라면 어렵지 않게 ‘우공이산(愚公移山)’이 떠오를 것이다.

‘우공이산’은 앞서 필자가 『노자』, 『장자』와 더불어 3대 도가 서적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는 『열자』의 <탕문> 편에서 유래한 고사성어이다.

태행산과 왕옥산은 사방 둘레가 칠백 리에다가 높이가 수만 척이나 되었다. 북산(北山)에 사는 우공(愚公)은 나이가 아흔에 가까운 노인인데 두 산을 마주 대하고 살았다. 이 때문에 산 북쪽이 길을 막고 있어서 출입할 때마다 먼 길을 돌아다녀야만 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큰 불편과 고통을 견디다 못한 우공은 집안사람들을 모아놓고 “험한 산을 평평하게 만들어 예주(豫州) 남쪽으로 길을 내서 한수(漢水) 남쪽까지 곧바로 갈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너희들은 나와 함께 힘을 합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찬성했지만 오직 우공의 아내만이 반대했다.

“당신의 힘으로는 작은 언덕조차도 어쩌지 못하면서 태행산이나 왕옥산처럼 큰 산을 어떻게 평평하게 하겠다는 것입니까? 더욱이 그곳에서 나온 흙과 돌은 어디에다가 버린단 말입니까?”

그러자 여러 사람들이 발해의 구석 은토(隱土) 북쪽에 버리면 된다고 대답했다.

마침내 우공은 아들 손자들을 거느리고 산의 흙을 파고 바위를 깨서 산을 허물기 시작했다. 짐을 지는 세 사람은 삼태기와 거적에 담아 흙과 돌을 발해 구석으로 운반했다. 우공의 이웃집에 사는 과부의 예닐곱밖에 되지 않는 아이까지 뛰어나와 산을 허물어 평평하게 하는 일을 도왔다.

그런데 그 작업 속도가 1년에 겨우 두 차례 흙과 돌을 지고 갔다가 버리고 돌아오는 지경이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하곡(河曲)의 지수(智叟)라는 노인이 웃으면서 “자네는 어찌 이렇게 어리석단 말인가!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늙은이의 힘으로는 풀 한 포기도 제대로 뽑지 못할 텐데, 도대체 저 큰 산의 저토록 많은 흙과 돌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말하여 적극 만류했다.

지수라는 노인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우공은 “자네의 좁은 소견은 저 과부의 어린 아들만도 못하군. 비록 내가 죽는다고 해도 내 자식이 남아서 이 일을 계속할 것이네. 내 자식은 또한 손자를 낳을 것이고, 손자는 또 자식을 낳을 것이며, 그 자식은 또 자식을 낳고, 다시 그 자식은 또 자식을 낳지 않겠는가. 이렇게 나의 자손은 대를 이어 끝이 없겠지만 저 산의 둘레가 늘어나고 높이가 높아지지는 않을 것 아닌가. 그런데 어째서 산이 허물어져서 평평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는가?”고 답변했다.

우공의 말을 듣고 있던 지수라는 노인은 말문이 막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우공의 이야기를 들은 두 산의 산신령은 우공과 그의 자손들이 산을 허물어 평평하게 만드는 일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운 마음에 상제(上帝)에게 알려서 말려달려고 호소했다. 하지만 오히려 상제는 우공의 성실함과 부지런함에 크게 감동해서 신통력을 지닌 과아씨(夸娥氏)의 두 아들에게 산을 들어 옮겨서 한 산은 삭동(朔東)에 다른 한 산은 옹남(雍南)에 놓아두도록 했다.

이로 인해 기주 남쪽에서 한수 남쪽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행로를 가로막는 산이 없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공이산’은 다른 사람의 눈에는 불가능한 일을 하는 멍청하고 어리석은 짓일지라도 한 가지 일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한다면 마침내 그 뜻을 이루게 된다는 것을 비유한 고사성어이다. 성실함과 부지런함이야말로 좋은 결과의 보증수표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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