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폭력의 숨은 조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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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폭력의 숨은 조력자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4.08.12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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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군기를 명분으로 한 구타 수준을 넘어선다. 마치 전쟁포로수용소를 연상시키는 고문 수준의 가혹행위가 오늘날 대한민국 국군의 병영생활이라는 현실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전쟁포로수용소도 이 정도의 인권유린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윤 일병 사망사건을 계기로 군내 가혹행위의 실체가 양파껍질 벗겨지듯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언론사 등에 제보돼 공개된 수법만으로도 이미 상상을 초월한다.

손발을 이용한 구타는 아예 초보적이다. 소총 개머리판, 야전삽, 철모를 이용한 구타도 예전과 다르지 않다.

흔히 남자들 사이에서 “한 대 맞고 말지 뭐” 하며 자조적인 말 한마디로 지나칠 수도 있는 수준이다. “군대란 원래 그런 거니까” 하면서 말이다. 실제 지금까지도 그래왔다.

그러나 공개되고 있는 가혹행위 수법들은 “한 대 맞는” 구타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성추행을 비롯해 잔반을 먹게 하는가 하면 소변 묻은 손을 입에 넣게 하고, 후임병을 시켜 때리게 하는 등의 가혹행위는 인간 존엄성의 문제와 직결된다.

벌써 10년도 넘었다. 2000년대 초반으로 기억된다. 학교 폭력이라는 말이 공공연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군내 폭력과 같이 그렇다고 이전까지 학교 폭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 수준이다. 주먹다짐이 고작이었던 학교 폭력이 왕따, 셔틀, 성추행 등으로 발전(?)한 것이다. 심지어 성매매를 강요하고 금품을 갈취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여고생들이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들의 폭력성은 두 편의 영화가 대변한다. 2001년 ‘친구’와 꼭 10년 뒤 개봉한 ‘써니’다. 1970년대 르와르(Noir)와는 전혀 다른 폭력이 남자와 여자들에게 각기 다른 로망을 심어준 영화다.

비단 이들 영화 이외에도 많은 TV 드라마와 영화가 폭력을 정당화하고 심지어 폭력을 행사하는 주인공을 갈망하도록 만들고 있다. 또 컴퓨터 게임은 그 갈망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폭력성을 연마(?)할 제반 조건들이 완벽하게 갖춰진 환경에서 성장한 이들이 폭력적이지 않다면 오히려 비정상적이지 않을까.

어쩌면 이해할 수 없는 눈으로 군대 폭력과 학교 폭력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는 가해자의 숨겨진 조력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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